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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105팀의 디자이너에게 물었다. 디자인계에 도움이 될 만한 31개 질문들 (9)

27 당신이 월간 <디자인> 기자라면 다루고 싶은 주제, 인터뷰하고 싶은 인물이 있나? 인터뷰이에게 꼭 묻고 싶은 질문도 하나 말해달라.

김승언 대통령. <모노클> 인터뷰도 하셨다. 월간 <디자인>에서 대통령을 인터뷰하면 내용을 떠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파이팅!

성예슬 인물로는 후지와라 히로시. 향수 브랜드 ‘retaW’를 비롯해 최근 편의점 콘셉트 스토어 ‘콘비니Conveni’까지 그가 디렉팅했다고 하면 (디자이너로서가 아니라 소비자로서) 모두 사고 싶어진다. 그의 이름이 곧 브랜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첫 질문은 ‘본인에 대해 설명해달라’라고 묻고 싶다.

권지현 디자인계에 있는 40대 이상 여성 디자이너들의 깊이 있는 인터뷰를 다뤘으면 좋겠다. 주변에 30대 초·중반의 여성 디자이너는 많은데 40대 이상은 찾기 힘들다. 여성으로서 일을 계속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부분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또 어떤 조언을 더 해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

김린 애플 뮤직의 ‘인플루언스’ 기능처럼 디자이너에게 영향을 미친 것들의 목록을 인터뷰하는 시리즈를 다뤄보고 싶다.

박희성 ‘결정권자의 결정은 올바른 디자인을 선택하는가?’라는 주제로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디자이너가 아닌 대기업과 공기업의 고위 책임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김기창 볼프강 바인가르트. “왜 악치덴츠 그로테스크Akzidenz Grotesk입니까?”

김영준 높은 완성도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소속의 디자이너들. 그들이 일하는 방식에 대해 체계적으로.

조태상 한국의 다른 디자인 잡지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심층 취재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뭐가 있는지 잘 모른다.

이주영 건축가 정현화 선생님. 건축가로서 디자인의 의미와 긴 시간 동안 사무실을 민주적으로 운영해온 방법, 병원 건축 디자인에 대해 묻고 싶다.

황신화 SI, VMD 분야의 최도진과 이랑주.

정희연 최근에 발족한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에 대한 기획 기사를 내고 싶다. 이 모임은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디자인 업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어떻게 이런 멋진 소셜 클럽을 계획했는지, 앞으로의 방향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등 모든 것이 궁금하다.

박영하 동종 업계 다른 매거진들도 비슷하지만 매년 초 ‘주목할 만한 디자이너 몇 명’을 선정해 기사화한다. 식상하다. 차라리 ‘주목받지 않는(받기 어려운) 디자이너’ 리스트를 선정해본다든지, 비전문적이거나 최고로 어글리한 디자인을 모은다든지, 알려지지 않은 해외의 숨은 디자이너 작업을 소개하면 어떨가. ‘왕년에 잘나가던 디자이너·에이전시들의 근황’, ‘1, 2세대 디자이너들의 현재 작업 근황’, 혹은 ‘현재 다른 직업으로 전향한 디자이너’ 등을 소개하면 신선할 것 같다.

노지훈 각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역사나 변천사를 다루는 주제는 어떨까? 예로 제품 디자이너라면 자주 쓰는 프로그램(포토샵, 라이노3D 등)이 왜, 어떻게,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우리가 매일 쓰는 프로그램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것 같다.

이현주 크리스토Christo와 잔클로드Jeanne- Claude. 이들의 작품은 사회성을 담은 공공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데, 장소 선택과 주제 선택을 어떻게 하는지, 당장 구현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작품 활동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최택진 디자인계의 <그것이 알고 싶다>나 같은 코너를 만들어보고 싶다.


28 한국 공예가 당신의 작업에 영향을 끼치는가? 평소 한국 공예를 얼마나 가깝게 느끼는지 궁금하다.

송봉규 조선의 목가구와 달항아리는 우리가 현재 열광하는 북유럽의 디자인처럼 일본과 중국에서 열광했던 오브젝트다. 공예는 우리가 예전에 생활에서 사용하던 물건이다. 제대로 계량한다면 유효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접하기는 쉽지 않으나 여러 젊은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그들의 해석으로 현대화한 한국 공예 제품을 많이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오이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공예의 영역은 동시대의 정신, 영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개인 공예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여 더욱 쉽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강영화 젊은 공예가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 SNS를 통해 공예가의 작업 노트를 볼 수 있어 좋다. 특히 공예와 디지털 인터페이스 디자인 프로세스가 무척 닮았다. 조만간 이와 관련해서 글을 써보고 싶다.

박이랑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젊고 흥미로운 공예가들에게 관심이 많다. 한국 공예는 나와 내 작업과 먼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둘셋(방정인) 공예는 디자인보다 오리지널리티가 강하고 몸과 직접 연결된 작업이라고 느낀다. 한국 공예의 범주에 넣기는 부담스럽지만, 손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다. 꾸준히 작은 공예 스튜디오나 브랜드를 관심 있게 보아왔고 가끔 클래스에 참여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해방촌의 이웃이자 도예 스튜디오인 ‘선과 선분’에서 컵과 촛대를 만들기도 했다. 손으로 흙을 밀고 깎고 다듬는 과정 자체가 모니터만 보던 내게 마음의 정화와 환기가 되었다. 이런 공예적 경험은 다름 그 자체로, 그리고 디자이너와 ‘가깝고도 먼’ 그 위치대로, 조용하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닐까?

황신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조각보와 백자, 단청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다만 ‘한국 공예가 현대적으로 해석되었는가’라는 점에는 의문이 있다. 한국적인 공예를 요즘 가장 잘하는 브랜드는 젠틀몬스터와 더부스인 것 같다. 최근에 오픈한 더부스 광화문점(스튜디오 마운틴 작업)은 광화문이라는 특징과 더부스의 철학을 녹여내 굉장히 재미있는 공간으로 완성됐다. 더부스 광화문에 있는 교자상은 사고 싶을 정도로 잇 아이템인 듯. 한 번쯤 가보길 추천한다.

허수연 한국 공예는 나에게 확실히 전문적인 분야로 여겨지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활용하거나 변형을 하는 데에서도 조심스러운데, 그래서인지 매우 가깝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근 한국 공예의 요소를 활용한 다양한 디자인이 많이 선보여서 친숙하게 느끼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 공예의 활용에서 기술적인 면보다는 정신적, 이론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는 편인데,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삶의 안정과 철학적인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역사’나 ‘전통’이라는 키워드가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이를 현존하는 기술과 재료, 라이프스타일과 접목해 디자인하는 것은 한국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이너들의 중요한 역할이라 여기고 계획하고 있다.

임일진 공예의 수공예적 요소는 조형과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무대 디자인에 매우 직접적인 영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 공예의 무심하고 비워진 자연 친화적 스타일은 한국적 스타일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고 본다.

김종완 최근 작업하고 있는 한국 에스테틱 브랜드 스파 공간의 벽을 한국 궁중 자수 공예가와 협업하여 완성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공예가, 순수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그들을 사회로 이끌어주는 것이 우리와 같은 상업 디자이너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29 스스로 힙스터라고 생각하나? 디자이너는 힙스터여야 할까?

맛깔손 이 질문에 힙스터는 스스로 힙스터라고 인정하지 않고 부정해야 하므로 자가당착에 빠지고 만다. 디자이너는 힙스터가 아니더라도 힙스터가 소비하는 어떤 대상이 될 수는 있다.

햇빛스튜디오(박철희) 나는 힙스터다. 비범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김린 나는 너드 디자이너다.

김기열 사람마다, 디자인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요즘 힙한 게 뭔지 알고 있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맞지도 않는데 굳이 힙스터가 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유행과 상관없이 나만의 ‘힙’이 있다면 그건 멋지다고 생각한다.

황신화 힙스터가 아니다. 디자이너는 힙스터를 관찰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최소영 꼭 힙스터가 아니어도 되지만 트렌드를 잘 읽을 줄 알아야 현시대에서 더 나은 개선점을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명섭 힙스터도 하나의 문화일 뿐이며 세상에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디자이너에게는 힙한 문화부터 보편적인 문화까지 모두 수용하고 이해하며 그에 관한 디자인을 풀어낼 수 있는 열린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가 너무 힙스터가 되려고 할 때 오히려 혼자 잘난 척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김영나 힙스터는 스스로 칭하는 단어가 아닌 것 같다.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스스로 ‘아티스트’라 칭하는 사람이 조금 낯 부끄럽듯…. 디자이너 중에 힙스터의 비율이 많거나, 힙스터 중에 디자이너의 비율이 많을 수 있지만, 직접 상관관계는 없다.

김다희 스스로 힙스터랑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학부 시절에는 그것 때문에 고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출판 디자인을 오래하면서 새롭고 세련된 것에 무디더라도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자세로 묵묵하고 완성도 있게 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하고 있다.

김승언 힙스터의 정의가 자기 스타일에 갇힌 ‘괴짜’라면 반대다. 디자이너는 보편적인 대중의 생각과 트렌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규현 되고자 매우 노력한다. 가치 있고 새로운 것에 대한 소비는 좋은 취향을 위해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이전에는 논리적인 사고의 디자인이 강조되었다면 마이크로 트렌드 혹은 다양한 취향의 시대에는 감각적인 디자인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예전에는 프로젝트 중에 “넌 이게 좋니? 난 이거 싫어” 하면 큰 지탄을 받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에는 일부 용인되는 문장이 된 것 같다.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니 좋은 취향을 가진 자는 곧 능력 있는 자라고 본다.

권지현 힙스터도 아니고 힙스터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물론 굉장히 힙한 디자이너들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는데, 같은 직업군이라고 해서 모두 다 ‘어떠하다’라고 정의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각자 나름의 디자이너들이 있는 것 같다.

김소미 스스로를 힙스터라고 말하는 디자이너를 보면 나는 일단 겁이 난다. 하지만 대중적이고 안전한 취향 바깥으로부터 계속해서 자극을 받고 스스로를 업데이트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박이랑 아니다. 힙스터가 되고 싶은데 쉽지 않은 일이다…. 디자이너건 아니건 주변에 힙스터가 있으면 구경할 일과 최신 정보가 많아서 너무 좋다.

설은아 포스트비쥬얼에는 ‘경계의 꽃’이라는 본부가 있다. ‘가장 인간적인 것과 새로운 기술 등의 변화가 결합될 때 그 경계에 꽃이 핀다’는 의미에서 지은 명칭이다. 힙스터가 가장 최신의 흐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의미에서 나는 경계의 꽃을 피우고 싶은 힙스터다. 크리에이터에게 경계란 아직 밟지 않은 땅 모서리, 그러므로 창조의 가능성이 활짝 열린 가장 불안하면서도 매력적인 지점이다.

전채리 디자이너가 힙스터일 필요가 있을까? 힙스터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문제 해결에 어떻게 활용할지 아는 것이 더 디자이너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물론 나는 힙스터가 아니다.

크래프트콤바인(김예진) 나는 힙스터와 거리가 멀다. 취향 차이일 뿐 디자이너가 꼭 힙스터일 필요는 없다.

크래프트콤바인(이기용) 나는 힙스터는 아니지만 항상 힙스터가 되고 싶다.

크래프트콤바인(조준익) 나는 힙스터다. 소윤의 힙스터 체크리스트라는 것을 봤는데 즐겨 듣는 뮤지션, 사는 동네, 소비하는 영화나 취향, 장소 등이 몇 가지 일치하는 것을 봤다. 그중에서 제일 웃겼던 것이 힙스터임을 부정하는 것이 힙스터의 특징인 부분. 힙스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도 비주류로 가기 원하는 주류인가 싶어 웃어넘겼다. 조금 더 진지하게 힙스터를 ‘다른 것’,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노력이라는 의미로 한정해 프레이밍해보자면 그런 경향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의식을 가지고 집중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혹은 그것을 찾으려는 노력은 다른 직군보다 몇 발자국 앞서서 그리는 디자이너 직군의 특수한 시제로 형성된 자연스러운 근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배소휘 힙스터를 추구하나 그러기에는 피곤한 일반인. 그렇지 않은 대중을 비판하고 싶진 않다. 디자이너라면 꼭 최신 유행을 좇을 필요는 없으나 문화·예술 전반의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셋(홍윤희) 창작자의 아이덴티티가 자기 색깔을 가지고 분명해질 때 힙스터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생각하는데 힙스터가 웬말, 나는 아직 한참 먼 거 같다.

김종유 트렌드는 생산하고 소비되는 것이지, 디자이너가 그 트렌드를 다시 소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내 주변에서는 힙스터를 다른 말로 ‘힙터지는 애들’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새롭다기보다 흉내 내는 모습인 것 같다. 자칭 힙스터라고 하는 사람치고 정말 힙한 사람 못 봤다.

땅별메들리 힙스터를 좋아한다. 힙스터의 정점은 트렌드와 가장 반대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가 너무 힙하면 대중과 멀어질 것이고, 그렇다고 트렌드만 따라가기엔 재미가 없으니 힙스터와 트렌드세터 중간이면 좋겠다. 이왕이면 힙스터에 더 가깝게.

김종완 디자이너는 말 그대로 힙스터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 디자이너의 브랜드마다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게 작용해야 상호 간의 발전이 있을 것이다.

유선 나는 힙스터는 아니다. 디자이너가 꼭 힙스터일 필요는 없지만 힙스터들이 어떻게 입고 먹고 노는지, 뭘 사는지는 알아야 한다. 트렌드 리더가 될 수는 없어도 뒤처지지는 않아야 하니까 말이다(모르면 촌스러워지는 건 시간문제다). 힙스터는 구별 짓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사람들이고 그들의 문화가 곧 트렌드가 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힙스터가 될 수 없으면 알기라도 잘 하자!

박연미 세상에는 네 부류의 디자이너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인 잘하는 힙스터 디자이너. 못하는 힙스터 디자이너. 디자인 잘하는 힙스터 아닌 디자이너. 못하는 힙스터 아닌 디자이너. 우선 나는 힙스터는 아니다.

이현주 힙스터를 친구로 두는 게 베스트이지 않을까?

석윤이 난 아니다. 그냥 담백하고 쿨하다는 표현을 듣는 것은 좋다.

유인성 인스타그램에 보이는 힙스터 중에 디자이너가 많을 뿐이지 모든 디자이너가 힙스터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하지만 뒤처지지 않으려고 최소한의 노력은 한다. 새로운 흐름과 세대에 공감해야 디자인 연결성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최택진 디자이너는 힙스터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힙스터처럼 보일 때 유리한 경우가 많다.

최중호 힙스터의 정의를 규정하기란 어렵다. 다만 새로운 이미지를 찾는 것에 집중하고 디자인을 소비하는 것에 전혀 부담이 없는 소비자의 심리와 감각 그리고 경험을 존중하며 나만의 감성을 부여하는 것이 내가 디자인을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그러고 보니 스스로와 대중의 교집합을 발견하는 좋은 디자이너는 힙스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재화 애증의 질문이다. 스스로 힙스터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디자이너는 작가가 아닌 명확한 클라이언트가 있는 작업이기에 클라이언트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동시대의 흐름과 새로운 것의 파악이 필수이긴 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와 흐름을 파악하고 있노라면 (혹은 힙한 이슈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나조차 거기에서 오는 불편함과 피곤함을 느낀다. 그래서 디자이너에겐 멀리 떠날 수 있는 정기적인 긴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30 당신이 디자인계에 입문했을 때 ‘내가 높은 직급에 오르면 이것만은 반드시 바꾸겠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바꾸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혹은 실제로 바꾼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해달라.)

김선경 쉬지 못하는 삶에서 창의력이 샘솟을 수 있을까? ‘디자인 회사는 원래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너무 싫었다. 직원으로 11년을 근무하고 대표가 되면서 바꾸고 싶었던 것이 야근 없는 삶이었다. 대표가 된 후에도 8년이 지나서야 그것이 이루어졌다. 프랑스에서 12년 동안 근무한 디자인 실장이 새로 오면서 6시 정각 퇴근을 하게 된 것이다. 1년의 모든 날은 아니어도, 6시면 아무 말 없이 모두 사라지고, 어영부영 하다 나만 남게 되면 텅 빈 사무실을 찬찬히 돌아보게 된다. 예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망중한이다. 대신 근무시간에는 서로 농담할 시간조차 없이 몰입하는 분위기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저녁 회식을 없애고 모든 행사를 점심시간에 해결한다. 생일 기념도 환영회, 송년회도 모두 점심시간에 진행한다. 내 의사가 아니라 직원들의 희망 사항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변했다.

김다희 업계에서 오래 쌓인 디자이너의 업무 숙련도는 단순히 디자인을 잘한다 못한다와는 별개로 인쇄 & 제작 사고를 줄이고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있다. 나 또한 신입 디자이너일 때 모르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막상 배울 곳이 없어서 어려움이 컸다. 그 때문에 후배들에게 책이 진행되는 프로세스에 맞춰 세세하게 이야기해주고 좀 더 나은 디자인을 위해 팀 단위로 함께 노력하는 편이다.

오래오 스튜디오 시세. 디자인 노동에 대한 가치를 높게 책정하고 싶다.

정영주 쓸데없는 야근 문화와 본성과 다르게 보수적인 풍토, 기계적인 작업들이다. 나도 직급이 오르면서 내가 정말 하기 싫었던 부분을 많이 고쳐나가는 중이다. 사무실에만 앉아서 디자인하는 건 옳지 않다. 나가서 많이 보고 듣고 즐겨야 한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그런 기회를 최대한 많이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규현 야근 문화. 프롬헨스에서는 6시가 되면 그냥 조용히 다 퇴근한다.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 프롬헨스 창업 초창기에는 출장에서 돌아와 공항에서 바로 사무실로 와 야근하는 직원들을 강제로 집에 보냈다. 일을 적게 하자는 게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이야기다. 효율적으로.

강영화 첫 회사는 여초 PR 회사였는데, 소수인 남성이 기득권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PR 회사에서 나와 스타트업에 들어가서도 유사한 일을 겪었다. 어떨 땐 은근하게 음담패설을 하는 환경에 놓이기도 했다. 요새는 조금 더 젠더 이슈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 물 들어오는 김에 노 젓는다고, 앞으로 업계 커뮤니티의 젠더 감수성을 키우는 데 기여하려고 한다.

김소미 사기를 떨어뜨리는 말 대신 사소한 것이라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지만 아직 나부터도 갈 길이 멀다. 부정적인 말은 긍정적인 말보다 언제나 목소리가 크고, 디자이너의 의욕 저하는 지루하고 관습적인 작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늘 경계한다.

전채리 일할 것이 없어도 상사 눈치 보느라 퇴근하지 못하는 문화. 바꿨다.

송범기 한국의 디자인계에서 현실적으로 디자이너는 을 입장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업무를 수행한다. 그럼으로써 디자인 요소에 다른 사람의 입김이 많이 들어가 근본적으로 추구하던 디자인과 상이한 결과물이 도출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나는 내가 높은 직급에 오른다면, 혹은 인지도가 있는 디자이너가 된다면 이런 한국 디자인계의 문화를 디자이너가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고 싶었다. 물론 클라이언트와 고객의 요구 조건은 충족시키는 전제에서 말이다.

신인아 어, 근데 내가 높은 직급에 올라갈 수나 있을까….

둘셋(방정인) 그 높은 직급에 많은 여성 디자이너들이 올라선다는 것. 혹시 내가 그 자리에 오른다면 조금은 바뀐 것이고 조금은 더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바뀌고,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 그 과정에 있는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듀오톤(정다영) 사회에 처음 발 내딛는 신입 디자이너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세스를 갖춘 팀·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주니어 디자이너일 때 이런 교육 철학과 프로세스가 잘 갖춰진 회사(디스트릭트)에서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작은 에이전시였지만 체계적으로 디자인 프레임워크를 갖출 수 있도록 모든 리더가 애쓰고 디자이너 한명 한명이 성장할 수 있도록(표현력이 아닌 디자인적 사고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다. 받은 것이 많다 보니 언젠가는 돌려주어야겠다는 사회적 책임감 같은 걸 늘 느꼈다. 그래서 올해 회사를 설립하며 처음 신입 디자이너를 채용했을 때 내가 전수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당장 이 디자이너를 업무에 투입해서 얼마의 수익을…’ 같은 건 잊어버리고, 레퍼런스 프로젝트 하나를 선정해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디자인을 경험할 기회를 만들어주자고 생각했다. 듀오톤에는 곧 10번째 디자이너가 합류하는데 조금은 뿌듯한 순간이 있다면, 먼저 입사해서 이런 프로세스를 경험한 3개월 차 신입 디자이너가 새로 들어온 신입 디자이너를 대하는 태도를 보았을 때다. 자신이 배운 것을 최대한 전달해주려는 그녀의 노력을 보면서 뭉클하기도 했다.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이런 유산을 남기는 디자이너로, 그런 디자인 회사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김기열 디자인계에 입문했을 때는 ‘직급이 오르면’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고 ‘연봉이 오르면’을 자주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의 변화를 위해 뭘 살 게 많은 시절이었다.

최소영 기업에 속하더라도 다른 직무와 다르게 디자인 그룹을 위한 최적의 업무 방식을 적용해보고 싶었고, 많이 적용된 부분이 없어서 아직도 노력 중이다. 디자인 트립, 휴가 기간, 프로젝트 방식 등에서 시도하려고 한다.

석윤이 디자인 워크숍, 디자인 서적 구매 등 디자이너로서의 역량과 실무 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싶었으나, 현실적으로 업무 일정 때문에 여유롭게 공부하고 재충전할 틈이 없었다.

김은하 여성 디자이너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 현재 대부분의 업무를 여성들과 진행하고 있다.

최택진 출퇴근 시간을 엄수하고 모든 여가를 누리며 완벽히 디자인하리라 생각했다. 디자이너에게 그런 날이 올까 싶다.

김영나 학교에서 교수와 학생과의 위계질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꼭 염두에 두는 점이다.

김재화 (실제로 바꾼 것에 대한 대답) 디자인 컨펌은 위사수가 아닌 디자인 결정권이 있는 오너 디자이너나 디자인 실장에게 컴펌받도록 하는 것.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업무 시 발생하는 불필요한 재작업을 방지할 수 있다. 오너나 상사가 퇴근하지 않아도 퇴근할 수 있는 회사.


31 질문에는 없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달라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기).

신명섭 디자인 비용에 대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느끼는가?
최소 시급과 같이 최소한의 디자인 노동에 대한 단가 기준이 있었으면 좋겠다. 소프트웨어업계에서 노임 단가표 기준을 만들듯 디자이너의 투입 노동비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 있길 바라고, 클라이언트가 견적 비딩을 시키더라도 그 기준 이하로는 비딩에 참여하면 안 되는 정책 기준이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정가제로 모든 디자인 회사가 통일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인력의 비용 단가를 더 높게 생각하는 회사는 높게 견적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기업들이 조장하는 리미티드가 없는 견적 비딩은 디자인 전문 회사를 소멸시키는 매우 위험한 상태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20년 전보다 지금이 견적이 더 싸다는 업종도 있다고 한다. 점점 견적이 낮아지니 투입 리소스도 줄어들고 중복 프로젝트는 늘어나고 품질은 떨어진다. 고된 노동으로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전문 회사를 떠나려고 한다. 디자인 전문 회사가 존속되려면 제도적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기창 앞으로 한글 서체 디자인은 어떻게 변할까?
점점 한글 서체 디자인이 가능한 다양한 도구가 나타나고 있다. 큰 기업뿐 아니라 개인 혹은 작은 스튜디오에서도 한글 서체 디자인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최소현
요즘 동료들이나 클라이언트와 많이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가 ‘일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왜 일하는가?’,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세상의 빠른 변화, 다양한 조직이 함께 일하고, 하던 일뿐 아니라 하지 않던 일도 해내야 하는 상황에서 특히나 딱 떨어지는 정답이 없는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야 하는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해 매일 고민한다. 이제는 거부할 수만은 없는 ‘빅데이터’, ‘데이터 사이언스’를 어떻게 우리 일에 적용할 것인지 궁리한다. 맥락을 보되 디테일로 날을 세우고, 장황하지 않은 깊은 간결함을 만들어내겠다는 다짐을 한다.

신인아
앞으로 ‘오늘의풍경’ 프로젝트 많이 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김기열
지금 제일 관람하고 싶은 디자인 관련 행사는 무엇인가?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 오랜만에 다시 가보고 싶다.

최소영 디자인 선진 국가들처럼 기업에 속하는 디자인 조직도 디자인 그룹의 성향을 인정받고 더욱 원활히 지원받는다면 한국의 다양한 산업군 내에서 디자인 역량이 발전하는 데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디자이너들의 활동을 더 인정받고 디자인의 중요도가 더 높아지도록 노력하는 분들께 감사드린다.

석윤이 (답은 없고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하는 질문) 언제까지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어느 정도의 나이를 예상하는가? 미래를 대비해 안정적인 길을 찾아야 하나? 아이를 키우는 엄마 디자이너로서 어떠한 부분이 가장 큰 한계로 느껴지는가?

박영하 위 질문들에 대해 나를 포함해 월간 <디자인>에 종종 노출되는 기성 디자이너뿐 아니라 신입, 신진 디자이너 혹은 한 번도 월간 <디자인>에 소개되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고수(?)들의 답변이 반드시 함께 실리기를 바라며, 적나라할 정도로 솔직한 ‘날것’으로 약이 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나의 모든 답변은 미화 없이, 여과 없이 내보내주면 감사하겠다.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를 가진 최장수 매거진으로서 앞으로 무한한 발전을 기대한다.

황신화 10년 넘게 디자이너란 직업을 가지고 살아오면서, 고립되려면 한없이 고립될 수 있고 소통하려면 끝없이 소통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올해 11년째로 새로운 1년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위의 질문들에 답해오면서 나에게 부족했던 부분, 내가 갈망하는 부분에 대해 조금 정리가 됐다. 지속적이고 즐거운 작업을 하기 위해서 앞으로 어떻게 나의 형태를 바꿀지 기대가 되는 한 해이다. 디자인… 참 재미있다!

김영준 질문의 답변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는가?
다시 한번 느끼지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디자인도, 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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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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