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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환경을 고민하는 미래의 디자이너들 <디자인이 만드는 자연>전


<디자인이 만드는 자연>전.


오프닝 행사. 서울예대 이수빈 학생과 김승연 학생은 조현철 교수의 촉각 워크숍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정원의) 바람’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판쉬와 잉장의 설치 작품 ‘Water’.
빅터 파파넥은 자신의 책 <녹색위기>에서 ‘디자인 교육은 생물학은 물론 과학적 방법, 문화인류학, 문화지리학, 그리고 다른 유사 분야에 대한 연구를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사회적·인간적 생태, 철학, 윤리 등이 이러한 디자인 훈련에 필수불가결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21세기에 들어와 차츰 현실이 되고 있는 듯하다.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선구적인 디자인 교육가들에 의해서 말이다.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5일까지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열린 제13회 <디자인이 만드는 자연>전은 디자인과 디자인 교육의 달라진(혹은 달라져야 할) 패러다임을 잘 보여줬다.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교, 중국 푸단 대학교 시각예술학원, 영국 리딩 대학교, 인도네시아 반둥 공과대학교,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교 등 총 6개국의 대학에서 온 64명의 디자인 전공 학생과 11명의 교수가 참여했다. 이 중 반둥 공과대학교와 마스트리흐트 대학교는 올해 처음 참여한 학교로 <디자인이 만드는 자연>전이 해마다 양과 질 모든 면에서 꾸준히 성장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올해의 주제는 ‘전통 정원’. 전시를 기획한 서울예술대학교 조현철 교수는 이 주제에 대해 “우리나라에는 별서 정원, 궁궐 정원, 민가 정원 등 아름다운 전통 정원이 있고 서양에도 고유의 정원이 있다. 일상에 가까운 소재를 관찰하고 표현해보는 것이 일종의 기억장치로 작용해 자연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만들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전시에 참여한 학생과 교수들은 회화, 조각, 가구, 조명, 영상, 심지어 무용으로 전통 정원을 재해석해냈다. 예를 들어 서울예술대학교 학생 김민희는 ‘소확행’이라는 트렌드에 주목해 ‘케렌시아’라는 이름의 조명을 디자인하고 자신만의 정원을 상상했다. 또 네덜란드의 크리스토프 브랑컨Kristof Vrancken은 올가닉 잉크로 프린트한 풍경 사진 연작을 선보였다. 중국의 이판쉬Yifan Xu와 잉장Ying Zhang은 중국 전통 정원의 물을 메탈 소재와 기하학적 구조로 풀어내 눈길을 끌었다. 학생 작품의 경우 전문 디자이너로서의 완숙미는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이를 상쇄할 만큼 창의적이고 신선한 접근이 돋보였다. 또한 전통을 영감으로 삼되 구태에 갇히지 않고 현대적인 관점과 재료, 기법, 미감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창조적 계승의 본보기가 됐다고 할 만하다. 전시에 참여한 학생들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또한 창덕궁과 경회루를 답사하고 봉산탈춤 워크숍에 참석하고 국립국악원의 전통 공연을 감상하는 등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인구는 96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며 인류가 현재의 소비와 생산 패턴을 바꾸지 않고 현재의 삶과 소비 방식을 유지한다면 지구와 같은 행성이 3개가 필요해진다고 한다.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이 필요하다. 이번 전시는 환경을 고민하고 시스템을 바꿔나갈 미래 디자이너들에게 초석을 마련해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조현철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자연이라는 주제는 만국 공통의 화두다.”




<디자인이 만드는 자연>전이 올해로 13회를 맞이했다. 처음에 어떻게 이런 행사를 기획하게 됐나?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교 공간연출디자인학과에 재직 중인 모리 히데오 교수와 나눈 디자인 교육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발단이었다. 우리는 디자인 교육자들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 우리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자연이란 소재였다. 도시화, 산업화에 따라 황폐해가는 환경에 대한 고민을 학생 때부터 하게 만드는 것이 가치 있는 교육이라 생각했다. 1회 전시에서는 서울예술대학교와 무사시노 미술대학교 그리고 중국의 푸단 대학교가 참여한 가운데 수묵화를 주제로 전시했다. 선조들이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표현했는지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다.

올해는 인도네시아의 반둥 공과대학교와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흐트 대학교가 참여해 총 6개국 대학이 참여하게 됐다.
인도네시아 반둥 공과대학교는 오래전부터 학교 차원에서 교류를 이어가던 곳인데 이번 전시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하게 됐다. 인도네시아 자체가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마스트리흐트 대학교는 올해 초 현지를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 전시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만큼 자연이라는 주제가 만국 공통의 화두라는 뜻 아닐까.

같은 정원이라도 동아시아와 동남아 그리고 서구권에서의 개념이 무척 다르다.
우리는 전시를 진행할 때 특별히 가이드나 포맷을 두지 않는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서로 다른 생각들이 교차할 때, 그리고 학생들이 서로 비교하며 자신의 틀을 깰 수 있을 때 진정한 학생 교류전의 의미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어떤 주제를 생각하고 있나?
여러 나라 학교가 참여하는 국제전의 색깔이 짙어지는 만큼 각국이 처한 환경 문제를 주제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해보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함께하는 학교들과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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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최명환 기자 / 디자인 정명진 / 사진 김규한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