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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EDITOR’S LETTER 복제할 수 없는 지역다움은 고유한 감각의 보루

지난 3월 서울리빙디자인페어의 세미나를 위해 서울에 온 나가오카 겐메이를 만났습니다. 오사카에 본부를 두고 일본 47개 현을 무대로 활동하는 그에게 이번 호 Small (Local) Brand 특집인 ‘브랜드로 도시를 여행하는 방법’을 위해 로컬 비즈니스에 관한 얘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간 일관되게 지역을 향한 그의 관심은 각 지역에서 나는 좋은 물건을 소개하는 디앤디파트먼트, 그곳에서 나는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d47식당, 일본을 디자인의 관점에서 안내하는 각 지역의 가이드북 발행 등으로 이어져왔습니다. 디자인을 도쿄에 집중시키지 않고 각 지역의 롱 라이프 디자인을 발견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활동입니다. 나가오카 겐메이에게 을 만드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지역 관광이나 활성화 같은 답변 정도를 예상하고 던진 질문이었으나 정말 의외의 답을 들었습니다. 그가 말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다름 아닌 ‘이주’였습니다. “인구가 대도시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다양한 지역의 매력과 개성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그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즉 의 발행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곳, 풍토가 좋은 곳 등 이주지로서 매력적인 곳을 찾기 위한 작업이라 생각하면 된다.” 모든 지역의 특산물을 택배로 손쉽게 받아볼 수 있는 시대지만, 그래도 굳이 그 물건을 사러 거기에 가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 의 목적이라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순차적인 확장에 따라 최근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관광으로, 지역 주민이 로컬의 매력을 알려주는 느슨한 형태의 새로운 관광이라고 귀띔해주었습니다. 이미 관광 라이선스를 취득한 상태로 에서 취재한 곳, 디앤디파트먼트를 통해 관계를 맺은 지역을 중심으로 제안하는 여행이며, 패키지 할인이 아니라 적정한 가격에 그 지역다움을 경험케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얘기를 들으면서 언젠가 꼭 신청해서 참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몇 달 전 도쿄의 아사쿠사에 문을 연 와이어드 호텔에 묵었을 때 종이 한 장 들고 동네를 체험한 ‘1마일 맵’ 관광도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사쿠사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나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터라 다른 곳을 둘러볼 생각이었으나, 결국엔 호텔 로비에 비치해 둔 ‘1마일 맵’을 따라 그 지역의 오래된 가게와 식당과 명소를 둘러보느라 이틀 내내 그곳에서 머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 못 봐서 아쉬우니 다음에 또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서 말이죠. 한편 10년 뒤에는 10억 명의 사람들이 자사의 서비스를 통해 여행을 다니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에어비앤비 역시 최근 각 지역의 호스트가 기획하는 소셜 다이닝, 미식 투어, 마을 여행 등 특별한 트립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숙박 공유 플랫폼을 넘어 경험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을 바라보는 기업이지만 지역민, 소비자와의 관계 자산을 친밀하고 깊게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신경 쓰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지난 몇 년간 로컬과 지역다움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졌습니다. SNS와 유튜브 덕분에 전 세계가 같은 이슈와 문화를 공유하게 되면서 눈높이가 비슷해지고 평준화된 시대에 감각의 고유한 지대로 남아 특별한 영감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호 특집에서 좁게 들여다본 것은 교토, 디트로이트, 제주, 포틀랜드라는 지역다움을 기반으로 소비자와 강력한 관계 자산을 확보하고 있는 스몰 로컬 브랜드들입니다. 이들 브랜드는 크래프트맨십을 강조하고 규모를 키우기 위해 지역민과의 관계성을 포기하거나 지역에 기반한 매력을 훼손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으며, 모든 사람에게 우리 브랜드를 알아봐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조금 식상하게 들릴지 모르나, 그저 하던 일을 열심히 하고 그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전해주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더 나은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더 적게 소비하고 더 오래 소유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라고 한 에릭 옐스마 디트로이트 데님 컴퍼니 대표의 얘기는 나가오카 겐메이가 말하는 롱 라이프 디자인의 의미와 일맥상통합니다. 물건이 없어 만들어내는 시대를 지나 모든 게 흥청망청 넘쳐나는 시대에 ‘필요한’ 물건들은 어떤 가치와 매력이 있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면 그 물건이 어떤 곳에서 만들어지는지 직접 가서 보고 싶어질 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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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전은경 편집장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