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EDITOR’S LETTER 취향이 곧 콘텐츠이자 비즈니스

“당신은 원하는 어느 컬러의 자동차라도 가질 수 있다. 다만 그 컬러는 블랙이어야 한다(You can have any color as long as it’s black)”. 자동차를 처음으로 대량생산한 헨리 포드는 이런 재치 있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1900년대 초엔 소비자의 개별 취향을 반영한다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입니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은 소비자의 취향 존중과 개인화는 상식이 되었습니다. 개인화를 넘어 이제 취향의 위상이 나날로 높아지고 있지요. 자신의 취향에 딱 맞는 사람이나 음식, 장소, 물건들을 발견했을 때 취향을 저격 받았다고 하고, 또 정확히 취향에 적중한 경우에는 ‘취적’이라고 합니다. 가치관보다 더 중시하는 게 취향 아닐까 싶을 정도고, 비주류적이거나 은밀한 취향이 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동질감마저 느낄 겁니다. 몇 년 전부터 SNS 등을 통해 독특한 취향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의 취향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인플루언서가 되었고 테이스테셔널Tastessional처럼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애정과 전문성을 가진 덕후들은 때론 하나의 산업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타인의 취향을 따라 하거나 좋아하면서 나의 취향을 따지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취향 저격의 시대, 사람들은 아직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156만 개에 이르는 #취향저격 해시태그를 검색해보면, 막상 취향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취향이라는 말이 특정 브랜드를 지칭하거나 좋아요의 다른 표현 정도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좋아요는 우리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은 실시간으로 소비 행태를 파악합니다. 얼마 전 대구에 갔을 때 유명하다는 맛 집에 갔는데 -실은 저도 인스타그램을 보고 알게 된- 충분히 괜찮았지만 과연 이곳이 서울 연남동인지 대구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로컬의 매력을 말하는 시대에 어딜 가나 비슷한 취향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남의 취향을 자신의 것이라 착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손쉽게 이미지를 저장하거나 캡처한 다음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입니다. 우려되는 것은 그렇게 퍼 온 이미지를 검증 없이 사실이라고 믿어버리거나,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아주 희박하다는 점입니다. 캡처하는 순간 알고 있다고 여기지만, 경험과 생각이 빠진 캡처 익스피어리언스는 가짜일 뿐입니다. 이번 6월 호에서는 ‘쓸모 있는 아름다움, 디자이너의 취향을 담은 공간 세 곳’, 챕터원 에디트, 오르에르 아카이브, 페르마타를 소개합니다. 설명 없이도 공간과 물건 자체가 지닌 힘이 압도적인 곳으로, 디자이너들이 공간 디자인부터 콘텐츠까지 모두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곳입니다. 디자이너의 취향이 곧 콘텐츠이자 비즈니스가 된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요즘 주목받고 있는 이 공간은 특정 브랜드의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인의 취향과 감각의 세계를 보러 가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즉, 그 공간을 기획한 디자이너의 취향과 안목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가르칠 수도, 가르쳐주는 데도 없는 그 취향이라는 것은 어떻게 쌓일까요? 어떤 것이 좋을 때 왜 좋은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 김재원 오르에르 아카이브 디렉터의 대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들의 취향과 생각은 149쪽에서 더 들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저에게 취향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둘 중 하나보다 ‘둘 다’를 좋아하고, 흑 아니면 백보다는 ‘흑백’ 가끔은 회색도 좋아한다”라고 한 로버트 벤투리의 태도에 더 가깝다고 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일관된 취향을 갖긴 틀렸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만 취향은 원래 시간과 경험에 따라 변화하는 모호한 것 아니냐는 이유를 대봅니다.


Share +
바이라인 : 글: 전은경 편집장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