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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EDITOR’S LETTER OO 없는 vs OO 있는

얼마 전 대전의 한 동물원을 탈출한 퓨마가 사살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퓨마의 희생이 정당했느냐는 문제를 제기했고 야생 동물을 가두는 동물원을 존속시켜야 하는가 등 동물원 폐지론까지 다양한 의견과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뉴스를 듣는 순간 퓨마 입장에선 탈출이 아니라 그냥 잠깐 산책을 나온 것일 수도 있는데 인간의 안전을 위해 사살당하다니 불쌍하구나 싶다가, 아직도 도심 한복판에 살아 있는 동물을 전시하는 동물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현실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왜 꼭 살아있는 동물을 고집하느냐는 의문이 든 것이죠. 그렇다면 동물원의 존폐를 말하기보다는, 생각을 바꿔 살아있는 동물이 없는 동물원은 어떨까요. 실제로 그런 동물원이 지난해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문을 열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태평양을 탐험하는 곳입니다. 살아있는 물고기는 한 마리도 없지만 태평양을 여행할 수 있는 이곳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인카운터 오션 오디세이 National Geographic Encounter: Ocean Odyssey입니다. 살아 있는 동물을 아쿠아리움에 가둬 놓고 쇼를 보는 대신 실사 애니메이션과 거대한 프로젝션 스크린, 터치 스크린, 홀로그램 등을 통해 해양생물을 만나는 이른바 ‘미디어 수족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코스타리카 정부는 지난 2015년에 동물원을 모두 없애고 10년에 걸쳐 동물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습니다. 파리 시내 동쪽에 있는 파리 동물원은 동물 친화적인 곳으로 디자인해 새롭게 문을 열었고요. 동시에 이뤄져야 할 일들입니다. 이처럼 빼어난 가상현실과 미디어 기술로 동물 없는 동물원이 가능하다면, 반대로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일기 예보 스튜디오도 가능합니다. 매일 아침 인공지능 스피커에 말을 걸어 날씨를 물어봐도 대답은 늘 간단해서 오늘은 추우니 옷을 따뜻하게 입어라, 비가 오니 우산을 갖고 나가라는 조언에 그칠 뿐 그다지 신통치가 않습니다. 정확도가 높아졌을지는 몰라도 몇 십년 전에 듣던 일기 예보 전달 방식에서 그다지 달라진 게 없습니다. 태풍의 강도와 강수량을 수치로 알려줘 봤자 어느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인지 체감하기가 힘들죠. 그래서 미국의 더 웨더 채널이 증강현실 회사 더 퓨처 그룹과 함께 만들어낸 아주 현실적인 일기 예보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미국 남동부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플로렌스의 위력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영상 속에서 건물과 차량까지 잠기게 만드는 물 폭탄과 바람의 강도는 경각심을 바짝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날씨라는 콘텐츠가 얼마나 흥미로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합니다. 디자인과 상상력이 기술을 삼켰을 때 더 많은 ‘○○ 없는’ 혹은 ‘○○ 있는’ 일들이 가능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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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전은경 편집장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