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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Editor’s Letter 일과 삶을 블렌딩하는 워크 디자인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을 잘 알아야 하고, 이제 디자인을 모르고서는 일을 잘할 수도 없습니다.”

일을 많이 하면 지치고 힘이 듭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일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 피곤해지는 게 그 증거다.” 그렇습니다. 일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을 남긴 사람이 많지만,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뾰족하게 진단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네요. 그런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노는 일’은 쉽게 지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그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그렇다면 도대체 일이란 무엇일까요? 오랫동안 일은 곧 직업이나 직장을 의미했습니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월급을 많이 주는 직장에 들어가고 수많은 사람들과 경쟁해서 이기는 것이 성공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요즘 트렌드는 오히려 ‘퇴사’로 보입니다. 직장에서의 일은 밥벌이를 위한 노동이니 일과 여가를 분리해 즐거움와 성취는 퇴근 후, 혹은 직장 밖에서 찾는 사람이 늘어났고 이런 현상을 워라밸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진도가 더 나간 사람들은 진정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퇴사를 하고, 우리는 지금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서 나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이직하거나 창업했다는 얘기에 더욱 열광합니다.이제 일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지요. 그리고 일 잘한다는 것에 대한 재정의도 필요합니다. 머릿속에 고착화된 일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이 그 시작입니다. 일에 대한 재정의가 일어나면 가장 먼저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이 달라지고, 사회가 바뀌고, 궁극적으로 우리 인생이 달라질 것입니다. 과거의 방식으로 생각해서는 일을 잘할 수도 없습니다. 이제 일이란 각자 인생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아가는 긴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습니다. 고무적인 것은 다양한 삶의 가치를 인정하고 집단보다 개인을 옹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가 아니라 인생 전체에 걸친, 나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길고 큰 화두로서의 일에 대한 생각이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을 잘 알아야 하고, 이제 디자인을 잘 모르고서는 일을 잘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취지에서 월간 <디자인>은 지난해 11월 서울워크디자인위크와 함께 <워크 디자인>을 내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일의 미래를 고민하는 42명의 전문가에게 일에 관한 10가지 질문을 하고 답을 구했습니다. 물론 지금 가장 일 잘한다는 이들의 얘기를 듣는다고 당장 창업 아이템을 찾아내거나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익힐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당연합니다. 그렇게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면 노하우도 아니겠죠. 다만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을 거듭하고 자기 자신을 다그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분들 중 대부분이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체가 완성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몇 년 뒤에는 업의 변화에 따라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최근에 만나본 일 잘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무엇보다 인상적으로 느낀 것은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아니라 몇 발짝쯤 더 나아가 일과 삶을 적절한 비율로 블렌딩하는, 워라블work-life blending을 할 줄 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노는 것이 일이 되고, 일한 것이 다시 노는 데 도움이 되는 선순환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워라블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항상 즐거울 리 없고 피곤하고 힘이 들지만 돈과 시간도 적당히 낭비할 줄 아는 여유도 누리면서 일과 삶을 잘 섞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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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전은경 편집장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