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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파리를 집어삼킨 대륙의 힘 메종&오브제를 통해 본 중국 디자인


알루미늄 테이블, 조명 ‘Touchable Light’,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모란디 Giorgio Morandi에게 영감받은 꽃병 등을 선보인 첸 푸롱의 부스. 디자인 첸 푸롱 자료 제공 메종 & 오브제 ©AETHION


‘미들Middle’ 체어. 중국 전통의 대나무 의자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다. 디자인 프랭크 추 자료 제공 메종 & 오브제 ©AETHION


석탄재, 건축 폐기물 등을 리사이클링한 가구 시리즈.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폐해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다. 디자인 벤투 자료 제공 메종 & 오브제 ©AETHION
2019 메종 & 오브제 파리: 라이징 탤런트-중국
기간 2019년 1월 18~22일
장소 파리 노르 빌팡트Paris Nord Villepinte
참여 디자이너 프랭크 추 Frank Chou, 첸 푸롱Chen Furong, 마리오 차이Mario Tsai, 홍지예 양 Hongjie Yang, 지미 리Ximi Li, 벤투Bentu
웹사이트 maison-objet.com

매년 1월과 9월 파리에서 열리는 가구·인테리어 박람회 메종 & 오브제는 각각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국가 한 곳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라이징 탤런트’ 세션을 진행한다. 해당 국가의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신진 디자이너들을 추천받아 그들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전시로 영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국제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할 수 있는 기회이며 국가 차원에서도 행사가 진행되는 5일간 전 세계 미디어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자리이기에 상당히 인기가 높다. 2017년 영국과 프랑스, 2018년에는 이탈리아와 레바논이 선정됐으며 올해 첫 스타트를 끊은 주인공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중국의 신진 디자이너 6명이 라이징 탤런트 세션에 초대받아 전시를 진행했는데 다른 국가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가 눈에 띄었다. 먼저 부스 위치가 6번 홀 출입구 앞으로 변경되었다. 그동안 라이징 탤런트 부스가 6번 홀 구석에 배치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6번 홀 출입구는 행사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들이 모이는 집합소이자 가장 많은 입장객이 몰리는 장소다. 단언컨대 이곳의 부스를 보지 않고 지나치는 관람객은 아무도 없다. 또 행사 종료 후에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겨 2월 말까지 전시를 이어갔는데 일반 갤러리가 아닌 파리 시내 중심에 위치한, 도시의 상징과도 같은 백화점에서 전시한다는 발상 자체도 무척이나 중국다웠다. 이는 메종 & 오브제 미디어 협력사 중 하나인 중국의 디자인 플랫폼 기업 디자인체인DesignChain이 기획한 것이다. 주로 해외 디자인 가구와 소품을 수입·판매하는 이 회사는 메종 & 오브제 기간 동안 자사 이름을 내걸고 역시나 명당 자리인 6번 홀 출입구에서 무료 커피를 나눠주는 등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메종 & 오브제 운영체제에 변화를 가한 디자인체인의 이번 제안의 이면에는 상당한 금전적 투자가 있었다는 후문.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동안 중국은 꾸준히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리며 인맥을 쌓아왔다. 1800년대 중반부터 프랑스와 문화적 교류를 이어온 일본과 달리 중국과 한국의 디자인에 대한 유럽권의 인식은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중국은 가파른 경제성장을 등에 업고 유럽 시장 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를 주도적으로 견인한 것은 자본을 앞세운 기업들인데 정부 지원을 중심으로 문화 교류가 이루어지는 일본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즉 중국은 자본과 안목을 갖춘 젊은 기업인들이 직접 루트를 발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인체인의 개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라이징 탤런트 행사에 참여한 나라들이 (한국으로 치면 한국디자인진흥원에 준하는) 정부 기관을 통해 행사를 준비한 것과는 다른 점이었다. 디자인체인 외에 온라인 미디어 기업 디자인와이어DesignWire는 메종 & 오브제의 또 다른중국 협력사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국에서 메종 & 오브제의 티케팅 창구를 여는 것을 허락받았다. 또 페어 기간에 열리는 콘퍼런스 가운데 일부 주제가 ‘중국’으로 잡힌 것도 이들의 공이었다. 디자인와이어는 메종 & 오브제 콘퍼런스를 직접 운영하며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을 섭외하는 방식으로 자사의 콘텐츠 품질을 높였다. 또한 매년 자국의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디자인 전공 학생들에게 메종 & 오브제 방문을 권유하는데 이 때문에 해마다 전시장을 방문하는 중국인 수가 급증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실제로 지난 1월 중국어 현수막을 들고 행사장 입구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진풍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유독 중국에만 관대해 보이는 메종 & 오브제의 지침이 우리 입장에서는 얄밉기도 하다. 하지만 대륙의 경제성장과 함께 높아지는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던 유럽인들의 대처 방식이라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많은 유럽 디자이너들이 중국 시장 진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이들과 인맥을 형성하고 싶어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물론 한편에서는 아직 미성숙한 시장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중국의 차세대 디자이너들이 보여주는 국제적 행보와 이들을 지원하고 노련하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발 빠른 행보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대범함이 중국 디자인의 정체성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우리도 더 늦기 전에 글로벌 마켓에서 우리만의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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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양윤정 통신원 / 담당 최명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