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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오직 플랫폼을 장악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애플의 쇼타임은 지금부터


애플 i Work 부사장 로저 로스너Roger Rosner의 키노트.


애플TV+.


애플 뉴스+.
지난 3월 25일 애플은 ‘It’s Show Time’ 이벤트에서 신규 서비스를 대거 소개했다. 특히 몇 년간 소문만 무성했던 애플TV+가 비로소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어메이징 스토리’의 새로운 시리즈를 소개하고 오프라 윈프리가 심리와 정신 건강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이야기하며 좌중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지금껏 우리가 경험한 애플의 론칭 이벤트와 비교해보면 어딘가 수상쩍다. 당일 새롭게 발표한 하드웨어라고는 티타늄 신용카드 한 장이 전부. 나름의 기대를 모았던 에어팟2 론칭은 행사에 포함되지도 않은 채 며칠 일찍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판매를 개시했다. 애플의 무선 충전 패드 에어파워의 출시 계획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이 론칭 행사 이후에나 발표됐다. 특히 출시를 예정했던 제품을 기술적 한계(충전 시 패드 자체의 열 발생을 잡지 못해)를 이유로 취소한 것은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애플TV+는 현재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국가도 많지 않을뿐더러 자체 제작 콘텐츠도 미미한 상태임에도 이번 행사에서 가장 공들여 발표했다는 점 또한 의문을 남긴다. 하지만 이번 이벤트를 강행한 것은 애플이 사용자들의 삶을 다시금 장악하겠다는 메시지이자 선봉에는 하드웨어 플랫폼이 아닌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두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할 수 있다. 바로 뉴스+, 아케이드Acade, 애플TV+ 등 구독형 콘텐츠 플랫폼과 골드만삭스와 손잡은 신용카드 서비스 애플카드 때문이다.

그동안 월렛Wallet과 애플페이ApplePay로 사람들의 금융 결제를 옆에서 보좌해왔다면, 애플카드는 사용자의 금융 허브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내비친다. 신용카드를 활용해 더욱 방대한 데이터를 모으겠다는 것이다. 온라인 거래뿐 아니라 애플페이가 통하지 않는 오프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생활 속 모든 데이터를 손안에 넣을 수 있게 된다.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이미 가장 진화된 형태의 지갑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산업에 뛰어든 이유다.뉴스+의 경우 기존의 애플뉴스에서 매거진 영역을 대폭 확대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 달에 9.99달러로 300여 개의 매거진을 구독할 수 있는 뉴스+는 디지털 솔루션에 취약한 기존 전통 미디어의 콘텐츠를 포섭하고 사용자의 취향과 패턴을 파악해 정보를 제공하는 맞춤 서비스다. 게임 구독 서비스인 아케이드도 비슷하다. 구독 시스템 아래에서 디바이스를 막론하고 원하는 게임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서포트한다. 엑스박스가 구독형 모델 ‘엑스박스 게임 패스Xbox Game Pass’를 도입한 후 전체 사용자의 게이밍 시간이 20% 이상 증가했고 게임이 40%가 넘게 더 많이 플레이되었다는 통계로 확인된바, 구독형 모델이 게임 산업에 일으키는 영향력은 이미 증명됐다. 특히 애플의 게임 구독 서비스라면 모바일 게임이 강세인 만큼 게임의 플레이 타임과 다양한 게임 타이틀 증가가 보장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반면 애플TV+는 사용자의 일과 시간 이후마저도 애플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수준 높은 자체 제작 콘텐츠와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로 사람들의 여가 시간을 집어삼키고 있는 넷플릭스의 그것과 같다. 애플TV+ 또한 독자적인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해 오리지널 및 제휴 콘텐츠로 사용자의 모든 여가 시간을 차지하겠다는 선언이다. 역시나 이날 발표한 애플 오리지널 콘텐츠는 많은 이들의 기대를 불러모으기에 충분했다. 오프라 윈프리를 포섭해 시청률은 보장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삼성, LG, 소니 등 제조사들과 제휴를 맺어 애플TV를 갖고 있지 않아도 모든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애플TV+의 잠재력이 벌써 감지된다.

소비자의 완벽한 니즈는 넷플릭스와 애플의 제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그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며 애플의 사업 모델 안으로 들어갈 이유는 없다(<뉴욕타임스>가 뉴스+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치다). 즉 플랫폼 장악이 결국 모든 것을 장악하게 되는 오늘날의 IT 시장의 섭리다. 현대인의 삶의 대부분인 미디어, 게임, 금융,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담보로 사용자의 생활 구석구석에 잠식하겠다는, 언제나 그래왔던 애플의 이 목표는 지금까지 주력해온 하드웨어 경쟁에서 콘텐츠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옮겨간다. 이러한 측면에서 애플의 이번 발표는 앞으로 IT업계의 방향과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들여다볼 수 있는 방향키다.


이상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인공지능 그룹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뉴욕 SVA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R/GA를 거쳐 딜로이트 디지털Deloitte Digital에서 기업 솔루션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한인 크리에이티브 단체 크리에이트K/REATE 발기인이기도 하다. sangin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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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이상인 / 담당 유다미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