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장인과 디자이너의 적당한 거리 저작권을 둘러싼 물음
손혜원 의원과 황삼용 장인의 저작권 문제가 한 차례 디자인계를 휩쓸고 지나갔다. 논란의 원인이 무엇이며, 선순환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장인과 디자이너의 협업에서 저작권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법조계의 의견을 구하고, 장인과 협업하고 있는 디자이너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디자이너가 생각한 것 이상의 매끈한 작업물을 뽑아내는 장인이 존재하는 유럽은 공예 정신이 깊고, 공예와 디자인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에 반해 아직까지 한국은 ‘디자인=대량생산과 기계’, ‘공예=소량 생산과 수작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도 디자이너와 장인이 손을 맞잡고 협업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아직 확립되지 않은 저작권에 관한 인식이다. 손혜원 의원과 황삼용 장인의 사례는 당사자 간의 문제라기보다 이 세계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일부 언론과 대중의 시선 때문에 불거진 문제다. 여기서 ‘이 세계’란 수요가 미미해 시장이 채 형성되지 않은 공예 시장이다. 수류산방의 심세중 실장은 말한다.

“순수 미술 시장은 컬렉터가 있어 작가와 상업 갤러리 간의 계약 기준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다. 반면 공예 시장은 수요가 드물기에 시장 자체라 할 것이 없다. 따라서 디자이너와 장인, 기획자나 공예가 등 협업하는 이들이 서로 어떻게 계약을 진행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한다. 몇 달 전 손혜원 의원의 목포 도시 재생과 관련한 기사가 쏟아지던 시점에 모 일간지에서 황삼용 장인과의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기사의 요지는 손혜원 의원이 황삼용 장인에게 작업비만 쥐여주고 비싼 값에 작품을 판매했으니 장인을 착취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둘의 인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4>전의 예술감독을 맡았던 손혜원 의원은 전시를 준비하며 황삼용 장인을 찾았다. 한국 고유의 나전 기법인 끊음질 기법의 달인이었지만 오랜 시간 무명 작가로 살아온 그에게 나전 끊음질로 ‘조약돌’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작가와 함께 강원도 홍천강에서 주운 30개의 조약돌 중 10개를 고르고 돌을 1000배가량 확대해 섬유 강화플라스틱 수지로 제작했고, 작가는 그 위에 나전을 끊어 붙여가기 시작했다.

2014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전시는 장인에게 생애 최초의 공식 데뷔전이었고 조약돌 시리즈는 ‘한국 나전칠기의 새로운 미래’라는 평을 받으며 세계 옥션에서도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조약돌 작업 이전, 작가는 호랑이와 거북이 등을 주제로 한 작품도 만들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오랜 시간 둥글게 연마된 조약돌을 1000배가량 확대한 플라스틱 본은 현대적인 미감이 있었고, 그 위에 끊음질 작업으로 연마된 황삼용 작가의 기법이 더해져 상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용민 변호사는 “실제 창작 행위를 담당한 이와 기획을 담당한 이, 창작에 금전적 지원을 한 이 등이 향후 창작될 미술품과 관련한 수익 배분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유효하다”고 말한다. 황삼용 작가는 창작 행위를 담당했고, 손혜원 의원은 기획과 창작에 금전적 지원을 했다. 서로 합의된 바를 충실히 이행했기에 저작권이나 수익에 관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두 사람의 계약 관계를 들여다보면 이렇다. 손혜원 의원은 장인에게 작업에 전념하고 작업 일지를 정확하게 써달라고 주문했고 그는 실제로 달력에 날마다 작업한 시간을 빼곡하게 기록했다. 손혜원 의원은 작품의 판매 성과 여부를 따지지 않고 작가가 보내온 작업 일지의 시간에 따라 월급을 책정했다. 매달 300만~400만 원가량의 금액이다. 기사에는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 비난했지만 작품의 판매 여부를 떠나 이렇게 제작비를 지원하는 경우는 미술계에서도 드물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작품이 판매되어야 돈을 벌게 되고, 작품 제작을 위한 기획이나 작업 시간은 인정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가령 갤러리에서 전시할 때 명성이 쌓인 작가가 아닌 이상 대관비를 지불하고, 작품 한 점을 갤러리에 기증해야 하고, 전시에서 작품이 팔릴 경우 잘해야 절반의 작품비를 가져가는 것이 '관행'이다. 작품이 팔리지 않는다면 당연히 빚을 지는 구조다. 물론 기획자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어 많은 이득을 얻었다면 도의적으로 작가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보기에 좋을 것이다. 반면 그렇지 않았다고 해서 계약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작가는 계약이 끝나면 자신과 맞지 않는 갤러리와 이별하고, 현재의 작품값에 상응하는 다른 곳과 얼마든지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방해한 것이 아니라면 한번 인정받은 작품은 그 값에 팔려야 한다. 물론 작품값은 변한다. 꾸준히 좋은 작업을 하기 위해 작가들이 평생을 매달리는 이유다.

Share +
바이라인 : 글 김만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