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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2019 밀라노 디자인 위크 리뷰 밀라노에서 만난 한국 디자인
IT, 전자, 자동차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수렴되는 흐름 속에서 올해 밀라노를 찾은 기업과 브랜드가 크게 늘었고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밀라노에서 만난 한국 기업과 단체 중 눈에 띄는 디자인을 소개한다. 4년 만에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찾은 현대자동차는 <모노클>과 협업하여 전시장을 하나의 공론장으로 만들었고 삼성전자는 밀라노에서 창립 50주년을 기념했다. LG전자는 ‘LG 시그니처’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2개의 초프리미엄 브랜드 전시를 진행하며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수묵의 독백>전과 아트마이닝 전시는 한국 공예의 현재를 보여준 수준 높은 전시로 기억되며 올해 처음 밀라노를 찾은 노루그룹과 아트 플랫폼 ‘카바’는 글로벌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라디오 공개 방송이 진행된 <모노클> 라운지.


프로젝션 매핑 퍼포먼스가 진행된 전시 전경.


빛과 색상, 소리와 형태, 소재 등 3가지 콘셉트로 진행된 <스타일 셋 프리>전.

현대자동차, <스타일 셋 프리>전

주관 현대자동차(회장 정몽구), hyundai.com/kr
라운지 협업 모노클(대표 타일러 브륄레) monocle.com

현대자동차는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를 일찌감치 선언하고,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이를 전시로 풀어냈다. 3월에 열린 제네바 국제 모터쇼에 불참한 대신 밀라노 전시를 본사 차원에서 준비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열정을 기울였다. 사실 세계 어느 모터쇼를 가든 지난 40여 년간 변한 게 없다. 자동차 브랜드마다 돌아가면서 20분간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대부분 신기술에 대한 자랑 일색이다. 반면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는 100개면 100개 브랜드의 표현 방식이 모두 다르고 서로 크리틱을 주고받는다. 현대자동차는 그중 하나가 되기로 한 것이다. 밀라노 전시장에서 만난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은 ‘스타일 셋 프리’ 개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전기차 시대가 되면 내부 공간에 여유가 생기기에 자신이 원하는 가전제품을 차에 세팅할 수 있다. 전기차가 스마트 IT 기기처럼 바뀔 것이고 이러한 흐름에 맞춰 개인에게 맞춤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현대차의 방향성이 ‘스타일 셋 프리’이다.” 전시장 중앙에서는 미래 자동차를 형상화한 조형물에 12분 분량의 프로젝션 매핑 퍼포먼스가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5년, 10년 후에 자동차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바꿀 것인가? 구체적인 미래는 그 누구도 그릴 수 없지만 꽤 역동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것임을 암시하는 퍼포먼스다. 금속, 나무, 바이오 플라스틱 등의 재료를 관람객이 고르면 이들 조합이 만화경처럼 펼쳐지는 설치 작업도 호응을 얻었다. 전시 중에는 <모노클>과 협업하여 라운지를 운영하고, 라이브 공개 방송도 진행했다. 대화하고, 실시간으로 방송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수렴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전시로 상정한 셈이다. 전시 기간 중인 4월 9일에는 <모노클> 편집장 타일러 브륄레, 건축가 위니 마스Winy Maas, 트렌드 스페셜리스트 리 에델코르트Li Edelkoort,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이 한자리에 모여 ‘디자인을 통한 미래 공간 및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모노클 라디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 동안 진행한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조원홍 부사장 현대자동차 고객경험본부장

“리더가 되느냐, 팔로어가 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참가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13년과 2015년에는 아티스트와의 커미션에 가까운 작업이었다. 이 또한 의미있는 전시 방식이지만 이번에는 현대자동차의 생각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보자는 의도로 시간을 투자해 준비했다. 이 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밀라노로 모이고, 그들이 전시를 보고 크리틱을 할 것이다. 귀담아 듣고 대화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전기차, 자율 주행 등으로 시대가 변한다고 하지만 일상의 변화는 거의 없다.
우리는 현재 문명사에서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운전을 안 해도 된다면 자동차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지?’라는 질문은 새로운 자동차 생활의 등장을 의미한다. 자동차의 새로운 라이프 스페이스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지만, 아직 이런 고민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브랜드가 없다. 우리가 먼저 화두를 던지고 준비하겠다는 다짐이다. 아직은 초기 아이디어지만 화두를 먼저 제시했기에 책임져야 할 부분이 생겼고, 그만큼 고민을 해나갈 것이다.

구글, 아마존 등의 IT 기업은 물론이고 다양한 브랜드가 모이는 밀라노를 찾은 이유가 짐작이 간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참여한 브랜드들을 보면 사실 차 안에 모두 들어올 수 있는 것들이다. 가구와 조명, 사운드, 심지어 소재 기업까지 그렇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고, 앞으로 협업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자동차는 움직이는 호텔, 움직이는 도서관도 될 수 있다. 집을 짓는 건설 회사의 가장 큰 경쟁 상대가 자동차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스타일 셋 프리’라는 개념은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것이 아닌가?
사실 지금 이야기하는 것들은 레벨 5의 완벽한 자율 주행 시대가 되어야 가능한 것들이다. 누가 먼저 준비하느냐에 따라 리더가 되느냐, 팔로어가 되느냐 판가름 난다. 100년 이상 된 내연 기관 역사에서 보면 후발 주자이지만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는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전기차 시대에도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드라이빙 퍼포먼스가 있다. 외부의 객관적 평가로 보더라도 현대차는 검증된 역량을 갖추고 있다. 두 번째는 IT 기기와의 결합이 중요한데, 한국은 IT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는 휴머니티다. 미래 역시 결국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승패를 가를 것이다.


아트마이닝,   전 





주관 아트마이닝, art-mining.com
장소 & 시기 밀라노 팔라초 리타(4월 9~14일), 파리 그랑 팔레(5월 22~26일)
참여 작가 강석영, 김현식, 박선기, 신경균, 윤솔, 윤주철, 이강효, 정해조, 허명욱, 홍수연 등 26명

‘한국 작가들의 글로벌 프로모션과 매니지먼트’를 모토로 2017년에 설립한 아트마이닝은 IT 기업 코나아이의 자회사로, 모회사가 핀테크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기 때문에 주요 플랫폼은 ‘아트마이닝Artmining’앱이다. 오프라인에서 작가를 프로모션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해외 전시 참가로 올해 글로벌 프로모션의 첫 번째 장소는 밀라노였다. 밀라노 문화재청이 운영하는 팔라초 리타Palazzo Litta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이면 전 세계 젊은 작가와 브랜드의 실험적인 전시로 북적인다. 성의 중정을 가로질러 중앙 계단을 오르면, 아트마이닝의 전이 펼쳐지는 순백색의 방이 등장한다. 백토의 성격을 극대화한 투명한 색과 질감이 매력적인 강석영의 추상 도자, 숯을 공간에 매달아 장소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박선기의 작품, 회화처럼 벽에 걸 수 있는 형태로 변화시킨 정해조의 옻칠 작품 등이 17세기 바로크 양식의 실내 장식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아트마이닝의 글로벌 프로모션 2탄의 장소는 프랑스 파리로, 지난 5월 20일 그랑 팔레에서 열린 ‘레벨라시옹 공예 페어’에 한국을 대표하여 참가했다. 레벨라시옹은 프랑스 공예진흥기관인 아틀리에 아트 프랑스가 ‘파인 크래프트Fine Craft’를 기치로 2013년부터 시작한 비엔날레다. 옻칠, 분청, 백자 등을 모던한 형태로 풀어낸 동시대 한국 작가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졌을지 아트마이닝의 행보를 통해 확인해볼 것.


삼성전자의  전




주관 & 디자인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센터장 이돈태) design.samsung.com/kr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는 전을 진행했다. 전시가 열린 토르토나 지역 내 저택은 초현실적이고 미묘한 느낌이 드는 곳으로 르네상스 시절부터 이어져온 오래된 저택과는 다르다. 전통적인 럭셔리 하우스가 과거를 추억하고 예술을 오마주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근대의 발전을 기억하고 미래를 꿈꾸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이곳을 선택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전시는 공감과 발견, 몰입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기획해 전시장에서 관람객은 당연시하던 일상적인 행동, 호흡하고 소리 내고 움직이는 행위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동작에 따라 춤추는 조명, 메아리로 만들어지는 파장 등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진 새로운 감성 경험을 전달하는 식이다. 코트야드에서는 디제잉과 ‘Resonance’를 춤으로 묘사한 퍼포먼스가 펼쳐졌고, 오프닝 행사에는 밀라노 디자인 스쿨 학생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디자인 토크도 열렸다.


LG전자의 초프리미엄 가전 전시



주관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센터장 노창호)
공간 디자인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LG 시그니처), fosterandpartners.com, 해비턴트(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habitant.or.kr

LG전자는 올해 2개 브랜드의 단독관을 각각 운영했다. 미래 성장 동력의 핵심에 있는 ‘LG 시그니처’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다. LG 시그니처는 노먼 포스터가 이끄는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와 협업한 전시관을 꾸몄다. 전시관 2층에 오르면 어두컴컴한 공간이 등장하고 해 질 녘의 숨막힐 듯한 빛 한가운데 TV 화면 하나만 덩그러니 떠 있는 형상을 마주하게 된다. ‘공간의 재정의Redefining Space’라는 전시명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을 공간에 담아 하나의 오브제가 공간에 생명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는 테크니큐리안technicurean들에게 헌사하는 빌트인 공간을 ‘요리에 충실하다True to Food’라는 주제로 펼쳐냈다. 브랜드 이미지를 물, 불, 향, 식재료라는 네 가지 요소를 통해 물방울 키네틱 아트로 표현한 미디어 전시가 백미였다. 계단을 오르면 원형의 거울 속에서 선명한 색의 움직임, 그리고 변화하는 영상의 알고리즘에 따라 물방울이 떨어지는 진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는 올해 본격적으로 유럽과 북미 시장에 진출할 예정으로 서울과 미국 나파 밸리에 이은 쇼룸 3호점을 유럽에 낼 예정이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수묵의 독백>전



주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최봉현), kcdf.or.kr
예술 감독 정구호
참여 작품 박창영과 박형박의 갓, 이기홍과 이혁의 유기, 방화선의 부채, 김영희의 노리개, 김윤선의 색실 누비, 유리, 은방짜, 나전함, 금속, 침선 등의 작품 75점

토르토나 지역의 슈퍼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2019 한국공예의 법고창신’은 <수묵의 독백Monochrome Monologue>이라는 전시명에 걸맞은 한 편의 동양화였다. 투명한 사방탁자를 책가도처럼 연이어 배치하고 사방탁자의 각 칸에 20여 작품을 한데 연출한 디스플레이는 그 자체로 빼어난 작품이 되었다. 여러 작품을 보여주었지만 산만하지 않고 일체감이 느껴지는 설치 기법으로 강력한 힘을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 칸칸이 놓인 장인들의 작품 한 점 한 점을 경외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정구호 예술감독은 “단지 먹 하나로 색의 한계를 넘나드는 수묵화와 같이 흑백이 이루는 색의 대립을 초월해 한국 전통에 대한 경외심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초현실적인 설치 작품처럼 보이는 책가도는 오늘날 존재하는 한국 공예가 실은 전통 장인들의 각고의 노력과 헌신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임을 방증한다. 사방탁자가 놓인 곳이 백의 공간이라면 맞은편은 흑의 공간이다. 3m 길이의 명주 수백 장을 공중에 설치해 책가도와 대비시킨 설치작으로, 두 명의 장인이 함께 진행했다. 김천우 장인이 원단의 하단부를 먹으로 자연 염색했고, 김기호 장인이 명주 위에 플래티넘 박을 수공예로 완성했다.



아트 플랫폼 카바, 시티 프로젝트



주관 카바 라이프 www.ca-va.life
참여 작가 메이킴, 김나희, 이동훈

최서연 디렉터가 이끄는 카바 라이프Cava Life가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참가하면서 글로벌 플랫폼으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알렸다. 지난해 150여 명의 작가들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을 연 카바는 한남동 유엔빌리지, 라이즈 호텔, 일민미술관 등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어 작품을 판매했고, 올해부터 새로운 도시를 기점으로 전시하는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토르토나 슈퍼 스튜디오 내 단독 건물은 네 번째 팝업 장소이자 첫 시티 프로젝트의 장소인 셈이다. 그래픽 아티스트 메이킴May Kim의 콜라주 이미지로 가득 채워 전시장은 그 자체로 관람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고르는 카탈로그 역할을 했다. 벽면에 설치한 여러 개의 영수증 발행 기계는 프로그래머 이동훈과 업체Eobchae의 김나희가 만든 협업 설치물로 'Find your Perfect Match’ 프로그램이 묻는 질문에 답하다 보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작품을 하나씩 추천받게 된다. 이전 전시에서 버리지 않고 보관했다는 폐기물 포장재로 위트 있게 만든 ‘카바 가방’은 현지에서 ‘대란템’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온라인 갤러리와 편집매장을 하나로 통합한 카바 라이프의 행보는 늘 예측 불가인 동시에 대범하다. 밀라노에서 파리, 뉴욕, 멜버른으로 이어질 이들의 유쾌한 발걸음을 기대해본다.



노루그룹의 전



주관 NPCI(@ncts_official)
참여 작가 이광호, kwangholee.com 방 & 쇠데르스트룀, wangsoderstrom.com

보수적이고 딱딱한 페인트 회사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노루가 보여준 활동은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만개한 느낌이다. 2014년부터 조직 내에 컬러 전문 조직인 NPCI를 출범시킨 노루그룹은 디자인과 컬러를 접목한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년 하반기에 진행하는 컬러 세미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정평이 났고, 지난해에는 일본 긴자 식스에서 컬러 트렌드 북 <커버 올Cover All>을 론칭한 바 있다. 밀라노 전시는 세미나와 트렌드 북에 이은 에센스 시리즈 3부작의 마지막 전시로, 조류를 의미하는 ‘Tide’를 주제로 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나선 이광호는 “우리가 쉽게 느끼지 못하는 우주의 시간과 해수의 주기적인 흐름인 조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북유럽 출신의 방 & 쇠데르스트룀Wang & Söderström을 이번 전시의 파트너로 삼아 공간 기획부터 함께 진행했다. 이광호는 자신의 이클립스 시리즈 중 100개의 모듈식 원형 스툴을 자유로운 서클 형태로 배치했고, 썰물이 빠져나간 듯한 땅 위에 놓인 조각들은 방 & 쇠데르스트룀이 산호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3D 조각품이다. 이번 전시는 <프레임>이 선정한 ‘밀라노 톱 10’ 전시, <디 카사>가 선정한 ‘놓쳐서는 안 될 전시 15’에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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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만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