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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From the Editors

한국인이라는 말의 진의? - 오상희 기자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UN 사무차장보 시절이던 2013년의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여성으로서 직장에서 겪는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특히 일이 틀어지거나 사람들과 마찰을 빚을 때 늘 ‘내가 여자라서 그런가, 혹은 아시아인이어서 이러는 건가’라는 생각을 한 적이 많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녀가 깨달은 건 그런 생각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을 ‘넘겨짚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의미 없는 것에서 진의를 발견하려 하지 말라는 얘기였죠. 해외 패션 브랜드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디자이너를 기획하며 이제 국내와 해외, 한국인과 외국인을 굳이 구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국인’이라는 말이 더 이상 특별하지도 않은 데다 기사에 나오는 디자이너들은 스스로 각자의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한국인이기에’라는 의미 부여를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실력과 자신감 그리고 분명한 목표 의식으로 무장한 멋진 디자이너인 것이죠. (사실 일부러 그렇게 기획한 건 맞지만) 그들이 반갑게도 한국인일 뿐인 것이고요. 타고난 국적을 지울 수는 없으나 결국 프로 세계에서 성별과 인종은 더욱이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는 시대입니다.

사라지지 않고 오래 버틴다는 것 - 김만나 기자
선배 기자가 예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터뷰가 있는 날에는 네가 가진 가장 좋은 옷을 입으라고요. 기자는 매달 여러 명을 인터뷰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생에 한 번인 인터뷰일 수 있으니 존중의 의미로 옷을 갖춰 입으라는 말이었습니다. 이광호는 인터뷰에 이골이 날 정도로 언론에서 많이 찾는 요즘 ‘대세’ 디자이너지만 월간 <디자인>과의 인터뷰는 특별하다고 했습니다. 이야기하다 보니 그가 첫 개인전을 연 곳이 월간 <디자인>이 주관하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었습니다. 당시 사진이 해외 디자인 매체에 실렸고, 운이 좋게도 그 기사를 보고 대학생 때부터 꿈꾸었던 갤러리에서 첫 해외 전시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후로 12년. 이광호가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 두 시간의 짧은 대화로 온전히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습니다. 사라지지 않고 오래 버텼고, 점점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매 순간을 성실하게 마주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30년 더 작업하겠다는 이광호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매너가 브랜드를 만든다 - 최명환 기자
아직 마흔도 채 되지 않은 저에게 너무 먼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제 인생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어떻게 잘 늙을까’입니다. 지난 6월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전을 열며 내한한 디자이너 폴 스미스에게서 희미하게나마 그 답을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는 인터뷰 중간중간 “내가 좀 구식old fashion이죠”라고 말하곤 했는데(물론 그의 디자인은 전혀 구식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솔직함과 겸허함이 인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열정과 신념을 갖되 자기 생각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세상에 답은 없다는 것. 이러한 현실 인식과 융통성을 갖췄을 때 디자이너라는 브랜드가 비로소 멋지게 숙성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참, 전시 제목에 얽힌 한 가지 이야기. ‘열한 번째 순회전인데 왜 아직까지 자기소개서 같은 제목을 고수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폴 스미스는 ‘나는 humble한(겸손한 혹은 변변찮은) 사람이고 사람들이 나를 모른다는 전제하에 만남을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를 외치는 누구들과는 참 다르더군요.

로컬 서울 이야기 - 유다미 기자
한때 스토리텔링이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역량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너도 나도 스토리텔링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시전했고, 서점의 베스트셀러 서가는 이에 대한 필요성을 설파하는 책들이 한동안 차지했죠. 그때는 ‘이거 다 마케팅 수단 아니냐’라고 치부하다가도 내가 사는 이곳은 어떤 곳인지, 내가 먹은 이 음식은 어디서 나고 자랐는지를 듣다 보면 어느새 현혹되기 일쑤니, 재미있는 이야기에 환호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인가 봅니다. 최근 몇 년간 떠오르는 화두는 로컬입니다. 지역과 장소를 기반으로 문화의 지층을 발견하는 이 움직임은 ‘이야기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평범함을 비범하게 만들고 공동체적인 삶으로 방향을 전환시키는 힘이죠. 이번 달에는 서울의 로컬리티를 발견하게 하는 여섯 명의 창작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이 만든 ‘서울 에디션’에는 이 도시를 바라본 기민한 시선이 녹아 있었습니다. 낯선 눈으로 만 볼 수 있는 현상, 지역에서 발견한 사회적 문제, 흔히 지나쳤던 풍경의 수상함이 그것입니다.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시대 현상과 지금의 서울을 만들어온 문화의 조류를 77쪽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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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