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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From the Editors

‘개방’과 ‘공유’, 그다음은? - 오상희 기자
최근 인스타그램이 더 이상 ‘좋아요’ 개수를 노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좋아요’를 누른 사람과 숫자가 표시되지 않고 ‘여러 명’과 같은 표현으로 대체된다는 거죠. 국내에는 아직 도입 전이지만 지난 5월부터 캐나다를 시작으로 호주, 뉴질랜드, 이탈리아 등에서 실시되는 중입니다. 인스타그램상의 각종 광고와 인플루언서들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확히는 이로 인한 사용자들의 피로도와 자존감 위축이 그 원인입니다. 사실 이런 피로도가 인스타그램에만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이번 달 브리핑에 소개된 호텔 ‘메종 드 라 루즈’는 에이스 호텔이 새롭게 선보인 곳으로, 오직 게스트만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놓았습니다.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리는 커뮤니티’를 키워드로 삼아온 에이스 호텔의 방침과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어서 흥미롭습니다. 한창 공유와 개방을 정답처럼 내세우던 온·오프라인의 플랫폼에 피로한 사람들이 생긴 것은 분명합니다. 이에 따라 기업이 고수하던 정책이나 방향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고요.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달라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디터 람스’로 대동단결한 어느 밤 - 김만나 기자
영화 <디터 람스>의 극장 개봉을 앞두고 지난 8월 12일, 배급사인 하준사와 월간 <디자인>은 독자와 각 분야 전문 디자이너 260여 명을 초대한 단독 시사회를 진행했습니다. 관계자들은 좌석이 없어 서서 관람할 정도로 대성황을 이루었고, 어떤 디자이너의 말대로 한국 디자인계 사람들이 모두 모인 듯한 밤이었습니다. 영화 관람 중 비트라 뮤지엄에서 디터 람스가 다른 디자이너에 대해 코멘트하는 장면에서는 디자이너들이기에 모두가 일순간에 ‘빵’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뭔가 뭉클한 마음마저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좋은 것을 함께 나눌 때의 기쁨, 디자인에 대한 뜨거운 애정 등을 그날 함께한 이들로부터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타미 준의 바다> 시사회 역시 한국의 많은 건축가들이 참석해 8년간 다큐멘터리의 극장 개봉을 위해 노력한 정다운 감독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습니다. 8월 15일에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당일 한국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며 선전 중이라고 합니다. 영화를 보면 감독이 건축으로부터 받은 위안, 그것을 왜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는지 진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2019년 여름을 떠올리면 삶 전체를 통해 자신의 일을 증명했던 두 거장, 그리고 그들을 기록한 이들이 기억날 것 같습니다.

아주 새롭거나, 아주 끈질기거나 - 최명환 기자
최근 몇 달 사이 서울 도심 곳곳에 로봇을 활용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등장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어린 시절 공상 과학 만화에서나 봤던 로봇의 서빙을 체험해보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한편에서는 이른바 스타일테크 산업이 무섭게 성장 중입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개인에게 패션과 뷰티 상품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데, 이 또한 걸음마 단계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수로 거론되는 로봇과 AI가 우리 생활 곁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고 있는 것이죠. 눈 돌아갈 만큼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지만, 또 한편에서는 이전부터 늘 해오던 것을 잘 지켜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동안 보이지 않아 아쉬웠던 건축 전문지 <다큐멘텀>이 6호를 발행하며 재출발을 알렸고 만화가 형민우는 장장 10년에 걸쳐 <초한지> 전권을 완성했습니다. 특히 형민우(저와 같은 1980년대생이라면 만화 <프리스트>를 기억하시겠죠?)는 갑작스레 찾아온 목 디스크 때문에 천장에 끈을 달아 턱을 받쳐놓은 상태로 그림을 그렸다고 하네요. 아주 새롭거나, 혹은 아주 끈질기거나. 시대를 살아가는 생존 법칙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도시의 기록광들에게 - 유다미 기자
며칠 전 3년 간 사용하던 휴대폰을 물에 빠트리는 바람에 위태로운 상태를 맞았습니다. 그제서야 모아둔 데이터를 사수하겠다며 백업을 하고, 그래도 용량이 모자라 클라우드도 결제하며 갖은 애를 썼습니다. 끝내 2017년에 찍은 사진 3000여 장은 클라우드로 옮기지 못한 채 휴대폰은 운명을 맞았습니다. 그 사진들은 마치 노아의 방주에 태우지 못한 동물들 같았습니다. 그렇게 놓친 기록만큼 기억도 멸종하고 말겠죠. 하지만 복구한 1만 2000장의 사진들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리나 분류없이 거대한 공간에 와르르 묻어둔 것이나 다름없었거든요. 그저 SNS에 포스팅하기 위해 골랐던 몇몇 사진만 선명한 기록으로 남아 있을 뿐이죠. 1만 장이 넘는 사진을 옮기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리하고 분류해둔 기록이 아니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요. 이번 달에는 서울을 기록하는 6군데의 로컬 미디어를 만났습니다. 그야말로 기록광들이죠. 그들은 각자의 관점으로 바라본 도시를 기록합니다. 물론 아주 정교하게 정제된 기록이지요. 그들이 쌓아가고 있는 서울의 기록을 책상 양쪽에 가득 쌓아두고 살펴봤는데요, 내가 사는 서울이 참 근사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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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