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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From the Editors

좋은 해석자의 자세 - 오상희 기자
비평은 쉽고 창작은 어렵습니다. 한 영화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힐난조로 이야기한 평론가에게 ‘그럼 당신이 만들어보라’고 농담 섞인 진담을 했던 것처럼요. 창작자가 모두의 취향과 기준을 맞출 수는 없습니다. 이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비평을 대하는 방식이기도 하죠. 하지만 진짜 비평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직업의 속성상 늘 누군가의 결과물을 접하고 평가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봉착합니다. 이번 달은 특히 더 그랬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결과물을 판단하는 건 그만큼의 책임감과 근거 있는 해석이 따라야 하죠. 문학평론가 오길영은 “세상에는 좋은 비평과 그렇지 않은 비평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는데, 저는 이 ‘좋은’을 ‘올바른’으로 해석합니다. 그리고 기자는 올바른 번역자이자 전달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단순한 해설이 아닌 해석을, 불평이 아닌 비평을 위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한마디 말, 한 줄의 글에도 더욱 신중하려 하고요. “비평가는 되새김질하는 독자다. 그래서 하나 이상의 위가 필요하다”라는 발명가 카를 프리드리히 벤츠Karl Friedrich Benz의 말을 또 되새기면서요.

디자이너를 움직이는 자, 누구인가 - 김만나 기자
이달에는 컬렉터블 디자인 갤러리 8곳을 소개하는 기사를 특집으로 준비했습니다. 디자인 마이애미/바젤과 같은 디자인 페어에서 컬렉터들에게 디자이너의 가구를 고가에 판매하는 갤러리들을 다룬 기사로, 처음에는 영 호사스러운 취향이 아닌가 싶었는데 들여다보니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매우 수상쩍었습니다. 지금 글로벌 패션 신을 뒤흔들고 있는 버질 아블로도, 속세와는 상관없이 내 취향의 옷을 만든다는 음유시인 릭 오언스도, 중국 건축계의 신성 매드 아키텍츠의 대표 마얀송도,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스타인 디모레스튜디오도 다 이 세계에 한 발짝씩 걸치고 있었습니다. 이들을 움직이는 자는 이달에 소개하는 컬렉터블 디자인 갤러리들입니다. 디자인 페어와 옥션에서 작품만 고가로 판매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소속 디자이너들이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새로운 가구 컬렉션 론칭을 독려하고(74쪽, 더 퓨처 퍼펙트와 디모레스튜디오),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빅’ 전시도 기획하고(68쪽, 프리드먼 벤다와 최병훈), 모든 소재의 실험이 가능하도록 목공소와 같은 장소를 마련해주는 것도 갤러리(58쪽, 카펜터스 워크숍)의 역할이었습니다. 기사를 진행하며, 진한 질투의 감정과 함께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 - 최명환 기자
요샛말로 ‘극혐’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하나 있습니다. 모 케이블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방송인들이 모국의 친구들을 초대해 한국을 체험하게 만든다는 내용으로 진행되죠. 물론 (애국심과 별개로) 한국은 아름답고 매력 넘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어디 좋기만 할까요?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는데 브라운관 속 한국은 내 세상과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어서 와, 한국에서 일하는 건 처음이지?’는 사실 이런 ‘반항심’에서 기획한 기사였습니다. 여행이 아닌, 디자이너로서 일하기에도 한국이 과연 좋은 나라인지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5팀의 디자이너를 인터뷰하면서 어쩌면 이들이 우리보다 더 한국을 사랑할지 모르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제3자의 눈으로 날카롭게 현실을 짚어줄 때도 있었지만요. 원래 자기 객관화만큼 어려운 게 없다고 하죠. 두 눈에 드리운 ‘국뽕’은 잠시 걷어내고 외국인 디자이너로서 살아가기에 한국은 과연 어떤 곳인지, 모두가 일하기 좋은 나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차분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크리에이티브 - 유다미 기자
지난 8월과 9월 사이, 종로구 일대에서는 옷에 관련한 여러 이벤트가 동시에 열렸습니다. 문화역서울284 TMO에서는 여성 창작자 43명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패션을 제안하는 ‘옷정리 5’가, 세화미술관에서는 할로미늄의 2019 F/W 컬렉션을 7명의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선보이는 전이, 그리고 아름지기 사옥에서는 2천 년 역사 속에 등장한 바지를 고증하고 현대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전시 <고고백서: 우리의 바지, 이천 년 역사를 넘어>전 등입니다. 이곳에서 발견한 의복들은 평범함을 거부하고 조화와 부조화를 동시에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패션과 공예, 예술과 디자인, 전통과 현대, 작품과 상품 등 장르의 구분을 유유히 피해 가고 때로는 봉합하는 크리에이티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알고 있던 것에 대한 새로움을 발견하게 합니다. ‘협업’이나 ‘융복합’ 같은 단어는 이제 특별할 것 없는 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언제나 흥미롭기에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익숙함에서 오는 재발견이야말로 늘 신선하니까요. 일상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이 수상한 의복들을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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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