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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Editors letter 우주배경복사 디자인을 위한 안내서

온 지구가 바이러스와 사투하는 이 와중에 월간 〈디자인〉502호의 이슈는 잠시 지구를 떠나 우주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달 이영준 기계비평가와 나로우주센터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호 이슈를 준비하면서 국내 우주 디자인과 문화를 한번 살펴볼 요량이었죠. 취재 허가를 받은 뒤 KTX를 타고 순천 역에 내려서 우주 장례식장과 우주 식당을 지나고 우주로를 따라 고흥 나로도에 도착했습니다. 가는 길이 아름다워서 끝까지 가면 우주센터가 아니라 리조트가 나올 것만 같았고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국내 최고의 우주기지인 나로우주센터는 디자인 청정 지역이었습니다. 순수한 기능주의의 아름다움이라고나 할까요? 디자인과의 상관관계를 묻는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해 갔으나 곧 이런 시도가 바보 같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기초 우주과학 지식이 워낙 부족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아쉬웠으나, 한국형 발사체를 엿보는 것만으로도 이번 이슈를 시작할 우주의 기운과 약간의 자신감을 얻고 돌아왔습니다. 그날의 답사기는 육중한 기계를 보러 다니는 것이 인생의 낙이자 업인 이영준 기계비평가의 글 ‘나로우주센터, 디자인 청정 지역에서 만나는 또다른 차원의 디자인’으로 소개합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우주란 나사의 로고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아니면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타워즈〉 같은 이미지가 다일지도 모릅니다. 난 당장 시안을 내고 디자인을 마쳐야 하는데, 지금 우주가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상관 있습니다. 왜 지금 우주 디자인이냐는 질문에 제가 할 수 있는 공식적인 답변은 이렇습니다. 첫째, 우주에서 파생된 기술이 우리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펴는 데 0.32초 걸리는 놀라운 속도의 종이접기부터 긁힘 방지 렌즈, 냉동건조 식품, 무선 진동기, 충격 흡수 기능을 장착한 스니커즈까지 다양한데 이런 예는 수도 없습니다. 둘째, 아직 디자이너들이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나 조만간 코앞까지 닥칠 미래라는 점.

1960년대에 우주개발 경쟁을 선도한 미국에서 디자이너들은 그 자체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나사 로고부터 우주복, 로켓, 설비 공간 등 우주탐사를 위한 디자인에 참여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 당대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였던 레이먼드 로위를 들 수 있습니다. 1967년부터 1973년까지 나사의 마셜 우주 비행 센터에서 디자인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그의 가장 큰 공로는 스카이랩 내부에서 우주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창문을 내도록 주장한 것’입니다. 레이먼드 로위의 역할은 나사가 공개한 우주정거장 스카이랩의 역사 중 ‘산업 디자이너의 기여’라는 기록으로도 남아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우주배경복사 디자인에 들어가기 위해선 워밍업이 필요합니다. 우주에선 뭘 먹나, 우주복은 어떻게 생겼나, 허블 망원경으로는 무엇을 찍나 등 사소한 것을 알려주는 우주 생활 상식 사전이 기초 지식을 알려드릴 것입니다. 일종의 우주 적응 훈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나사의 이미지 아카이브를 거쳐 본격적인 우주 관련 프로젝트를 읽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워낙 우주의 스케일이라 현실감이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저 역시 스페이스X가 만든 유인 우주 캡슐을 타고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우주 호텔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액시엄 스페이스의 우주여행 상품 비용이 5500만 달러(약 670억 원)라는 대목에 도달하니 허무맹랑한 기분이 들어 이번 이슈 자체가 한 권의 SF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혁신적인 발상은 처음엔 다 비현실적이고 무모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 생각을 거둬들였습니다. 조만간 화성이나 달 여행의 대중화와 우주여행사들의 경쟁으로 인해 경비가 1억 원 이하로 떨어지길 기대해봅니다. 일론 머스크가 멋진 이유는 아무도 꿈꾸지 않는 일을 실행에 옮기는, 말도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머지않아 스페이스X의 우주선을 타고 정말로 화성 이주를 시작하게 될 때, 그를 비웃거나 우주개발 투자 비용이 낭비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코가 납작해지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한편 버진 갤럭틱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이어 이번 액시엄 스페이스 호텔 디자인까지 맡은 필립 스탁의 스웨그도 44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주가 너무 먼 것 같다, 선뜻 와닿지 않는다 하신다면 나사에서 인간 컴퓨터로 근무한 뛰어난 여성들에 관한 영화 〈히든 피겨스〉와 다큐멘터리 〈아폴로 11〉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을 먼저 보고 나서 이번 이슈를 다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티븐 호킹이 외계인 접촉 금지를 주장하며 최대한 접촉을 피하라고 조언한 사실도 알려드립니다. 이티를 떠올리며 손가락 끝을 마주칠 생각 말고 얼른 피하세요!


p.s. 나로우주센터를 글과 사진으로만 본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라 답사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월간 〈디자인〉을 검색해보세요. 또한 데이비드 보위의 ‘Life on Mars?’부터 조니 해리스의 ‘Footprints on the moon’까지 이번 이슈를 읽을 때 함께 들으면 좋을 우주배경복사 음악도 선곡했습니다. 애플뮤직에서 ‘우주배경복사 디자인’을 검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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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전은경 편집장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