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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Editors letter 세상이 바뀌면 욕망도 달라진다

지난 3개월에 걸쳐 월간 〈디자인〉 편집부 역시 특별한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취재도 안(못) 나가고 출장도 안 가고 행사도 가지 않고 대면 인터뷰도 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일종의 자발적 격리 상태로 조용히 마감을 한 것이죠. 밀라노 디자인 위크와 도쿄 올림픽 등이 줄줄이 취소되는 가운데 온 세상이 연기되고 있는 듯한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잡지 마감은 그대로라 디자이너들을 직접 만나는 대신 메일이나 인스타그램, 줌, 페이스타임 등의 언컨택트 방식으로 컨택트하면서 일했습니다. 지난 몇 달간 전 세계에서 들어온 뉴스는 디자이너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전시 오픈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디자인 프로젝트 역시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관련 뉴스 외에는 눈에 띄는 이슈가 순간적으로 증발한 것도 처음 겪는 일인 듯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된 것이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진행 중이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코로나19라는 변곡점을 맞아 과격할 정도로 속력을 내야 하는 순간을 맞게 된 것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의 화두인 ‘언컨택트’는 전염성 바이러스 때문에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그동안 사람들이 필요 이상의 접촉에서 피로를 느낀 데에서 부상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전보다 훨씬 더 언컨택트적인 방식의 소통이 일상생활로 자리 잡게 될 것은 분명합니다. 직접 만나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지나치거나 불편한 소통보다는 편리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단절과 연결이 필요해졌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게 맞습니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이 그의 저서 〈언컨택트〉에서 지적한 것처럼 ‘언컨택트는 서로 단절되어 고립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연결되기 위해서 선택된 트렌드’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우리는 이미 컨택트에서 언컨택트 사회로 이동하는 중이었고, 언컨택트의 배경에는 불안과 편리함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언컨택트가 일상이 되어가는 지금, 디자이너들은 어떤 준비를 해왔으며,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무 공간, 상업 공간, 전시회와 페어,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영역에서 지금껏 해온 방식에 대한 물음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형 오프라인 디자인 비즈니스 행사의 대안은 어떤 형태로 이뤄질까요? 세계 최대 디자인 페어인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취소되고 베니스 국제 건축 비엔날레는 8월로 행사 일정을 연기한 가운데, 온라인 기반의 건축·디자인 웹 매거진 〈디진〉은 지난 4월 15일 세계 최초의 온라인 디자인 페스티벌 ‘버추얼 디자인 페스티벌’을 재빠르게 시작했습니다. 6월 30일까지 온라인 토크와 강의, 영화, 신제품 론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특별한 가입 절차 없이 무료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온라인 기반의 매거진이라는 특성상 아마도 이런 형태의 디자인 페어를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하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봅니다.

이번 일로 디자인 행사와 공연 및 엔터테인먼트업계는 앱 정도를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인 디지털 연계와 몰입감 있는 기술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대체할 만한 완성도 높은 기술이 나오지는 않은 듯 보입니다. 하지만 지난 4월 26일 네이버 V라이브에서 열린, SM엔터테인먼트에서 기획한 세계 최초의 온라인 맞춤 유료 공연 ‘비욘드 라이브’를 주목할만 합니다. 비욘드 라이브는 철저하게 스크린을 염두에 둔 기획과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갑자기 나온 대안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일이었을 것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많은 공연이 올라왔으나 대부분 녹화나 현장 중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처음부터 디지털을 염두에 두었다면 카메라 세팅이나 무대 연출, 몰입을 위한 사용자 경험 시나리오 기획 자체가 완전히 달랐을 겁니다.

물론 기존의 오프라인 비즈니스 형태가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비즈니스가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온·오프라인에서 공존하게 될 것이고, 그 적정 비율을 찾는 일이 중요해졌습니다. 또한 사회가 거리를 두기 시작하니 대안을 찾아, 혹은 완전히 관점을 바꾼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는 것 역시 흥미롭습니다. 모든 행사가 취소된다고 새로운 디자인 프로젝트와 신상품, 아이디어가 공유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월간 〈디자인〉은 하반기에 예정했던 특집 이슈들을 모두 바꿨습니다. 전 세계를 뒤흔들만한 변곡점을 겪고 나니 중요하게 여겼던 기존 이슈와 가치들을 재점검하게 되었고,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게으른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세상이 변하면 사람들의 욕망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디자이너는 사회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요. 이번 이슈 ‘비대면 시대의 디자인, 언컨택트’에서는 언컨택트 뉴노멀 시대로 변화하는 2020년 지금, 어떤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디자이너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우리에게 닥친 언컨택트 상황의 맥락을 이해하고, 지금까지 나온 사례를 통해 각자 답을 찾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습니다. 조금 미흡해도 한 발짝 나가면 다른 사람들이 두세 걸음 건너뛰면서 좋은 답들을 찾아줄 거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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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전은경 편집장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