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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Editor's letter 디자인 창업가를 위한 자기 계발서

지금의 시대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디자이너가 누구일까 생각해보면, 저는 이브 베하Yves Behar와 존 마에다John Maeda의 행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브 베하는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퓨즈프로젝트의 창업자로 벤처 투자자를 겸하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지원뿐 아니라 투자하는 기업의 디자인 파트너가 되는 것으로 참여하는 그는 벤처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고안하기도 했습니다. 존 마에다는 MIT 미디어랩 교수를 거쳐 2007년 로드아일랜드스쿨 오브 디자인의 학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지난 2014년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 캐피털인 클라이너 퍼킨스 & 바이어스 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의 파트너로 또다시 명함을 바꿉니다. 존 마에다는 기술과 디자인 분야와 투자를 연결하기 위해 2015년부터 ‘디자인 인 테크’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는데,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디자인 잘 하는 기업은 주가도 높다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해 조너선 아이브의 퇴사 소식에 애플의 주가가 한때 1.4%(약 10조 3995억 원 가치)까지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국내에서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처럼 디자이너 출신의 창업자들이 만들어내는 성공담이 더이상 낯설지 않고, 디자인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창업에 유리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가 디자이너 출신이든 아니든, 성공한 창업가들은 직관적인 디자인 사고를 해왔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월간 〈디자인〉 507호는 디자인 창업가를 위한 자기 계발서로 기획했습니다. 이번 이슈는 3단계로 구성되었습니다. 1단계 ‘디자이너가 부자가 되는 사전’에서는 기업가 정신에 관한 기본 지식을 쌓고 용어를 익히게 됩니다. 2단계에서는 창업 실전 편으로 넘어가 10명의 창업가들을 만날 차례입니다. 디자이너 출신이거나, 공동 창업자 중 디자이너가 포함되었거나, 디자인 싱킹이 돋보이는 유망 스타트업들을 선정했으며 이들을 통해 디자인 창업가들이 갖춰야 할 자질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이 중 7팀의 창업가들을 제가 직접 인터뷰했는데, 기회 포착 능력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아이디어가 중요하긴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행동력이며, 필요한 순간에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 피봇을 잘 했다는 사실도 공통점이었습니다. 김동환 아이디어스 대표는 ‘아이디어는 공공재’라며 “처음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땐, 다른 사람들은 절대 생각할 수 없을 거라 착각하고 누군가 이 아이디어를 가로챌까 봐 혼자서 노심초사했는데 막상 찾아보니 이미 많은 사례가 있었다. 그때부터 여러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사업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라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당신이 생각한 아이디어는, 이미 남들도 다 ‘생각은’ 해봤다는 얘기죠.

보수적인 채용 시장에서 디자인 싱킹이 돋보이는 서비스로 급부상한 채용 플랫폼 원티드의 성공 이유 역시 명쾌합니다. 원티드의 특별한 점은 기업 중심이 아닌 구직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있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커리어 행복’이라는 키워드로 구직 문화를 바꿔나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용자 중심의 시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라는 명제를 취업 시장에 적용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2단계에서는 창업가들을 위해 마치 디터 람스의 디자인 십계명처럼 잊지 말아야 할 덕목들을 챙겨줍니다.

이제 3단계에 도착했다면 꿈을 더 크게 펼치기 위해 투자자를 만나볼 순서입니다. 아이디어도 있고 열정도 있지만 사업화 감각이 부족한 사람들에겐 실전 노하우를,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는 냉정한 현실을 알려줍니다.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스타트업은 아트 영역, 종합 예술에 가깝다”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역시 창업가의 자질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반드시 처음부터 투자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받은 투자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러’ 투자를 받지 않았다는 창업가들도 있습니다. 플래너의 판매로 스스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온 김권봉 모트모트 대표가 그렇습니다. 또한 김세훈 원티드 공동창업자는 왜 디자인 전문 회사들이 투자를 받기 어려운 것 같냐는 질문에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려주었습니다. 디자인 그 자체가 아니라,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명심하세요! 3단계까지 달리셨다면, 부록으로 소개하는 정보까지 탐독하시어 창업에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월간 〈디자인〉과 존스 앤 로켓이 함께 만든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디자인네이션에도 지원하세요.

마지막으로 이브 베하가 월간 〈디자인〉과 했던 인터뷰를 옮겨봅니다.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일단 시작은 조그맣게 하고 남보다 월등한 수준의 고객 경험과 서비스, 제품을 구축한 후 100% 확신이 들 때 세상에 선보여라. 품질이야말로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이 투자 대상으로 채택되거나 후원을 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나는 우리 팀에게도 종종 말하곤 한다. 뛰어난 품질과 주목할만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겪어야 하는 고통은 ‘일시적’이지만, 엉망진창인 제품과 그에 대한 경험은 ‘영원’하다고” (2014년 6월호 ‘디자인, 벤처 창업의 신 패러다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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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전은경 편집장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