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Editors letter 연구 주제: 디자인 용적률 500%_부동산에서 디자인이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어느 때보다 좋은 공간과 주거에 대한 관심 높아졌습니다. 오히려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을 만나고 물건을 사고 일하는 방식에 급격한 변화가 생긴 만큼 오피스, 상공간, 주거 공간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재정의가 가속화된 느낌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어떤식으로든 부동산에 관심이 많습니다. 부동산이 주는 자산 가치의 상승 기대 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을 모르는 척하면서 공간의 가치에 대한 이상적인 얘기만을 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맞습니다. 부동산은 돈이 됩니다. 그러나 이제는 목이 좋은 자리에 건물을 짓는다고 무조건 값이 오르고 돈을 벌지는 못합니다. 어떤 가치나 서비스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만 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부동산에서 건축과 디자인, 콘텐츠, 운영 및 관리, 서비스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바로 부동산 디벨로퍼입니다.

이번 513호는 ‘디자인이 좋은 건물은 부동산 가치도 높다’라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좋은 공간이 삶에 미치는 가치와 영향에 대해 다루며, 이 ‘가치’라는 측면이 경제적으로도 얼마든지 환원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저와 편집부 기자들은 2월 내내 일시적인 월간 〈디자인〉 부설 ‘부동산가치추구연구소’ 연구원이 되어 디자인 용적률 500%를 증명하기 위한 자료와 케이스들을 수집하고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이에 관해 가장 흥미로운 자료는 이솔 연구원이 취재한, MIT 건축대학원 산하 부동산혁신연구소의 ‘디자인의 가치’ 프로젝트일 것입니다. 연구 결과, 건물 매매가를 비교했을 때 프리츠커 등 권위 있는 상을 받은 건축가가 디자인한 건물, 곡면 형태의 건물, 지상 포디움이 있는 건물에 각각 23.1%, 15.9%, 14.6%의 프리미엄이 존재했습니다. 또한 채광량에 따라 5~6%의 임대료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데이터와 숫자로 증명하지 못했던 ‘디자인 좋은 건물이 더 높은 가격에 팔린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라 할 수 있습니다. MIT 부동산혁신연구소는 건축 설계와 디자인, 부동산 분야의 혁신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를 정량적으로 입증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데, 디자인과 금융의 연관성 등 후속 연구들이 몹시 기대됩니다.

한편, 20여 년 간 지금의 연희동 거리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쿠움파트너스의 김종석 대표는 “돈이 안 되면 사람들은 디자인에 관심 갖지 않는다”라고 냉정하게 말합니다. 마을 주민들에게 디자인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일일이 설득하는 것으로 시작해 기획, 매입, 디자인, 운영, 관리까지 해내는 그는 자신이 성공시킨 수십 개의 프로젝트에서 증명해낸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자인에 10%를 더 쓰면 수익률이 30% 올라간다”고 자신 있게 주장합니다. 인터뷰에서 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마을 변화의 80%는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시작한다’라는 대목으로, 내가 사는 동네가 바뀌려면 공인중개사들에게 디자인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빠른 방법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두드러지는 경향 중 하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부동산의 전 과정에 직접 뛰어드는 사례가 늘었다는 점입니다. 부동산 개발자를 겸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할까요? 도쿄의 UDS와 R 부동산, 한국의 별집부동산과 초현실부동산, 쿠움파트너스, 미국의 알로이 등이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누구나 토지 규모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건축가들도 있습니다. 최적의 수익 시나리오를 도출해주는 인공지능 토지 분석 프로그램인 랜드북을 개발한 스페이스워크는 건축가들이 주도하는 프롭테크 스타트업입니다. 이제는 부동산이 확실히 자산 개념의 소유물이 아니라 공유나 경험재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일본의 멤버십 주거 서비스 어드레스, 숙소 큐레이션 및 예약 중개업인 스테이폴리오, 도시의 OS 지향하는 워크 플레이스 집무실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땅값이나 건물의 가치를 올려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일반적인 부동산 사업에서 임팩트 투자는 과연 가능할 것일까요? 임팩트 디벨로퍼를 자처하는 MGRV 조강태 대표는 이제 부동산 문제의 해법을 ‘어떤 방식으로 소유할 것인가’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코리빙하우스 맹그로브가 MGRV의 첫번째 결과물로, 몇 년 후에는 기존 부동산 시장과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상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건축을 이야기하는데 돈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기고한 ‘디자인과 부동산을 연구하는 건축가이자 부동산 개발자’ 강민구는 “돈이 스스로 디자인 편에 서는 일은 극히 드물다. (중략) 하지만 실리적인 디자인과 예산의 효율적 운용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라고 얘기합니다. 이번 호에 소개하는 디자이너와 건축가, 부동산 디벨로퍼들은 돈이 스스로 디자인의 편에 서지 않는다면, 돈이 스스로 디자인의 편에 설 수 있도록 설득해주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월간 〈디자인〉 부설 ‘부동산가치추구연구소’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것입니다. 부동산은 돈이 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디자인이 부동산을 통해 변화하는 도시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Share +
바이라인 : 글 전은경 책임 연구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1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