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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협업에 진심인 편 컬렉티브,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컬렉티브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What’과 ‘How’에 매몰되어 구성원들의 ‘자기다움’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과물만큼이나, 아니 결과물 이상으로 사람 자체를 존중하고, 개인의 고유한 가치가 인정받는 업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팬데믹으로 나타난 생각지 못한 변화에 적잖은 이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 대재앙의 비극과 별개로 다른 한 편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사회와 조직의 다양한, 그리고 허술한 민낯이 빠르게 드러났고, 기존 방식이 해체되었으며, 새로운 방식에 대한 기회가 생겨난 것이다. 급격한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생존 방식보다 더 큰 화두가 있을까? 여기서 말하는 생존 방식은 대부분 일과 직결되어 있다. 많은 이들이 일터에서 변화를 경험하며 적응 방법을 찾고 있다.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우리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다. 충분한 통찰을 통해 우선 나를 발견해야 한다. 안개로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도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것은 손에 든 지도가 아니라 나의 감각이기 때문이다. 확대된 다양성과 새로운 가치, 방향을 만드는 삶과 일의 방식을 나는 ‘컬렉티브’라는 조직을 통해 실험하고 있다. 내가 컬렉티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엔스파이럴 Enspiral이라는 네트워크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무엇보다 ‘보스 없는 조직’을 이미 수년간 실험해온 그들의 수평적 운영 방식이 흥미로웠다. 2017년에는 엔스파이럴을 찾아가기 위해서 직접 뉴질랜드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여러 개인이 모여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공동의 가치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협력적인 거버넌스와 의사 결정을 통해 건강한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것을 목격했다.

많은 이들이 자신과 맞지 않는 조직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특히 한국에서 제한적인 일의 형태와 경직된 조직 문화가 만들어낸 부작용을 지켜보면서 모두에게 건강하고 생산적인 조직을 실험해야 할 이유가 명백해졌다. 2019년 여름, 엔스파이럴의 유연한 거버넌스와 민주적 의사 결정, 가치관 등 핵심적 요소에 개인과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경제적 구조를 더해 가치 지향적인 전문가들의 유기적 공동체 ‘위브’를 시작했다. 일 잘하고 마음 맞는 친구 4명으로 시작한 이 컬렉티브는 민주적 의사 결정을 통해 운영은 분권화하되 일은 효율적으로 디자인하며 제법 신나고 생산적인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한때 회사 대표였던 우리는 위브에서 보스 또는 대표로서 느끼게 되는 무거운 책임감을 조금이 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다. 대신 ‘주체적 리더’라는 이름 아래 각자의 바람과 욕구를 온전히 드러내며 소통하는데, 이 실험 과정에서 수없이 질문과 도전을 받으며 ‘자기다움’을 만들어나가도록 단련되고 있다.

컬렉티브는 새로운 조직 문화와 비전을 제시한다.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면서 탄력적으로 일하며 그것이 성취로 이어질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의 자주성을 인정하면서, 위계 없는 환경에서 투명한 소통과 의사 결정으로 협력하며 자원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중요 과제로 보는 것이다. 컬렉티브는 오픈 이노베이션과 공유 문화를 기반으로 혁신과 사회적 영향력을 확산하기 위한 모델을 설계한다. 사람과 자원을 컬렉티브가 추구하는 혁신과 지속적인 변화의 양분으로 삼고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데 필요한 일을 촉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를 만든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일을 실행함으로써 컬렉티브 구성원은 물론 고객과 소비자 그리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기회를 만든다.

컬렉티브는 일터와 사회 안에서 다양성에 기반한 문화를 개발하고 육성하는 거름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다양성을 인정한다’라는 단편적 인식을 넘어 다양성이 조직에 어떤 이득을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실제적 가치에 집중한다. 물론 이것이 가능해지게 하려면 컬렉티브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What’과 ‘How’에 매몰되어 구성원들의 ‘자기다움’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과물만큼이나, 아니 결과물 이상으로 사람 자체를 존중하고, 개인의 고유한 가치가 인정받는 업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다시 말해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 안에서 나타나는 지지와 신뢰의 문화가 그 어떤 장치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이것이 지켜질 때 컬렉티브는 획일적이고 제한된 사회의 조직 구조를 새롭게 재편할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는 팬데믹이라는 안개가 걷힐 때까지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대신 ‘협력적인 자주Collective Autonomy’를 지향하는 컬렉티브를 지도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내가 아끼는 사 람들과 세상과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라이프스타일을 지속할 수 있는 자원을 만들 수 있을까? 다소 허황되고 발칙해 보이기까지 한 이 질문에 당당히 ‘그렇다’고 답할 수 있기를, ‘나를 지키며 조화롭게 일하고 살아가기’를 주저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당신을 컬렉티브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송이는 컬렉티브 무브먼트를 실험하는 위브의 창립자 겸 파트너다. 10년간 비영리 단체부터 테크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며 웰빙과 조직 문화에 새로운 프레임을 적용시키는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를 신념으로 삼고 삶을 디자인하며, 오전에는 명상하는 농부로, 오후에는 컬렉티브 빌더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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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이송이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1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