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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MTV, 뮤직비디오와 뉴웨이브 음악으로 세운 대중문화의 틀


MTV의 아이덴티티 디자인 변천사. 1980년, 1981년, 2010년, 2021년에 발표한 로고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까지는 아니지만, 지금과는 다소 멀게 느껴지는 한 시대엔 음악을 주파수로 잡아 들었다. 당시만 해도 음악을 듣는 행위는 라디오를 켜서 원하는 채널을 찾는 것으로 여겨지던 때다.

그런데 1980년대 초 미국에서 음악 시장을 송두리째 뒤집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로지 뮤직비디오만 보여주는 방송, MTV의 개국이다. 융·복합 시대인 현재의 대중문화도 바로 여기서 시작했다. 너무 거창하게 멍석을 까는지 몰라도1980년대 이전과 이후의 팝이 현저히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지금이야 뮤직비디오 없는 K-팝이나 BTS를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엔 라디오에 의존하지 않고 ‘테레비’로 듣고 볼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문화였다. 물론 비틀스가 이미 1960년대에 ‘Hard Day’s Night’, ‘Yellow Submarine’으로 ‘음악 영화’를 시도했고, 수많은 음악인의 공연을 TV에서 볼 수 있었지만, MTV는 그 이상으로 음악이 관여하는 영역을 넓혔다. 단순한 홍보 영상이 아닌, 곡의 후렴구에 숨겨진 서사를 보여주는 데 뮤직비디오가 일조했고(*) ‘음악 앨범’이라 하면 당연히 뮤직비디오를 포함하는 관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 MTV가 방송 초기에 무한 재생으로 보여준 뮤직 비디오가 있다. 바로, 버글스 Buggles라는 뉴웨이브 밴드의 유일한 히트 곡 ‘Video Killed the Radio Star’. 마치 선언문처럼 들리던 이 곡과 영상은 MTV의 사업 전략을 보여준 거나 다를 게 없었다. 40년 이상 지난 지금도 버글스는 이 한 곡을 우려먹고 있다.

지금 대중문화사를 얘기할 때 두고두고 회자되는 순간과 장면도 뮤직비디오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마이클 잭슨이 말끔한 턱시도에 핑크 양말을 신고 빛나는 보도블록에서 춤을 추는 ‘Billie Jean’, 요트 위에서 노래를 부르던 듀란 듀란의 ‘Rio’는 후대에 태어난 이들에게도 익숙한 모습이다. 듀란 듀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MTV의 등장과 급성장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뉴웨이브 음악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1970년대 영국의 펑크 시대로 돌아가보자.


디보의 앨범 〈Whipt〉 커버 디자인.


듀란 듀란의 앨범 〈Rio〉 커버 디자인.

미국에서 향락의 극치까지 내달린 1970년대는 바야흐로 디스코 열풍이 일던 때다. 대부분의 영국 음악가들은 펑크가 외치는 분노와 좌절에 신물을 느끼며 대서양 건너의 디스코에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곧이어 전자 키보드나 각종 이펙트가 가미된 펑크와는 전혀 다른 음악 장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것을 ‘새로운 열풍’이라 일컬었고 이는 말 그대로 ‘뉴웨이브’라는 하나의 장르로 굳어졌다. 펑크의 시조 할아버지 격인 더 클래시The Clash도 갑자기 피아노에 전자음을 집어넣었고, 블론디Blondie 같은 밴드도 태생은 펑크였으나 디스코와의 경계를 허물며 뉴웨이브라는 새로운 장르에 터를 잡기 시작했다. 펑크의 DIY 정신(월간 〈디자인〉 2022년 4월호 참고)을 디보 Devo나 토킹 헤즈Talking Heads,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 같은 밴드들이 이어나가고는 있었지만, 이들이 의외로 보여지는 외형에 각별히 신경을 썼던 탓인지 앨범 표지 디자인 혹은 스타일링에서 뭔가 새로운 모습으로 ‘뉴웨이브’를 표현하려 했으며 덕분에 MTV에서 대중의 관심을 얻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영국의 뉴웨이브 밴드들이 MTV를 장악한 방송사가 특별히 뉴웨이브를 선호해서가 아니라는 것. 영국 출신 밴드의 공연이나 음악 버라이어티 쇼 영상이 많아 손에 닿기 쉽다는 이유였다. 어쨌든 자연스레 MTV와 뉴웨이브 밴드의 상생 관계가 형성되었고 그 때문에 이 시대를 종종 ‘제2의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첫 인베이전은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으로 명명하기도 한다.

MTV는 특히 음반사에게 ‘대환영’이었다. 라디오 방송은 지역마다 특색이 너무 다른 데다 전반적으로 보수적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밴드의 음악을 듣기 어려웠던 반면, MTV가 싹을 틔운 뮤직비디오 시장은 정확히 그 반대였다. 하루아침에 넝쿨에 박이 하나 더 열린 셈으로 앨범이나 신곡을 홍보하며 인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매체가 생긴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짧지만 광고보다 길었고 게다가 리듬에 맞춰 장면을 편집하는 뮤직비디오는 그 자체로도 실험적이었다. 디지털 기법이나 특수 효과 또한 이때 많이 발전했는데, 이 역시 뮤직비디오가 가진 매체로서의 장점 때문에 제작사가 서슴없는 시도를 벌인 덕분이다. 후에 뮤직비디오 감독들이 명성을 얻기 시작하고 영화나 다른 매체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며 ‘뮤비’ 기법을 ‘무비’에 역으로 적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스파이크 존스, 미셸 곤드리, 데이비드 핀처, 마이클 베이 같은 거장 영화감독 모두 뮤직비디오로 시작해 실력을 갈고 닦은 이들이다. 이 감독들과 뮤직비디오의 전성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자.


마이클 잭슨의 앨범 〈Thriller〉 커버 디자인.

뮤직비디오는 크게 단편영화 혹은 앨범 홍보 영상으로 나뉘었다. 마이클 잭슨은 단편영화식 뮤직비디오의 대표 가수라 할 수 있다. 이미 미국 대표 R&B 간판 가수였던 마이클 잭슨은 음반사의 후원을 아낌없이 받고 있었고, 잭슨 파이브 이후 솔로 데뷔 앨범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여세를 몰아 발표한 두 번째 앨범 〈Thriller〉는 MTV를 등에 업고 영원한 명작으로 자리매김했다. ‘Billie Jean’, ‘Beat It’, ‘Thriller’의 뮤직비디오는 각각 추리소설, 액션, 그리고 공포 영화를 풍자하는 독자적인 스타일로 만들어졌으며, 짧은 상영 시간에도 그 기법과 완성도가 수준급이었다.

이 모든 얘기가 추억팔이하는 아재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MTV의 등장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대중문화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음악도 하고, 연기도 하고,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으로 디자인까지 서슴없이 진행하는 복합 엔터테이너의 뿌리를 뉴웨이브와 MTV 시대에서 찾을 수 있다. 특정 세계관에 열광하고, 서로 다른 매체로 하나의 서사를 릴레이처럼 끊임없이 이어나가는 요즘의 초석이 바로 MTV와 함께 시작된 것이다. 새로운 장르를 두려워하지 않고 서슴없이 경계를 넘나들며 음악, 영상, 덩달아 시각 문화까지 녹여낸 MTV가 오늘날 대중문화의 초석이 아니라면 이를 달리 볼 방법은 없다.




MoR(Master of Reality)
블랙 사바스에서 만나 화이트 라이온에서 갈라진 록·메탈광들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황규철과 디자인 저술가 박경식이 결성한 프로젝트 동아리. 두 사람은 서울, 인천, 경기, 오사카, 교토, 도쿄, 토론토, LA, 베를린까지 바이널을 디깅하면서 나눈 음악과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 유튜브에서 MoR(엠오알)을 검색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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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MoR 담당 박슬기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2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