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4월호
에피고넨의 시대, 단칼에 끊어내기
‘에피고넨epigonen’을 아시나요? 본래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베 전쟁에서 전사한 7인의 용사의 자식들을 이르는 말인데,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위대한 예술이나 사상을 모방하는 아류’라는 의미로 전용됐습니다. 또 선구자가 사라진 뒤 그에 미치지 못하는 모사꾼이 군웅할거하는 것을 ‘에피고넨의 시대’라고 부르죠. 최근 미드저니가 예술가의 화풍을 애석할 만큼 쉽게
Essay
-

2023년 3월호
영혼의 단짝, 스탠리 돈우드와 톰 요크 그리고 라디오헤드
〈My Iron Lung〉(1994)〈The Bends〉(1995) 1938년 미국 컬럼비아 레코드에 고용된 알렉스 스타인와이스Alex Steinweiss는 단순히 음반을 보호하는 패키지를 넘어 시각예술 작품으로서의 음반 커버를 탄생시켰다. 이후 앨범 커버는 한 뮤지션의 음악적 분위기와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중요한 개념으로 인식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LP가 보급되자 앨범 아트워크는 더욱 발전하게 됐다. 1950년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Essay
-

2023년 3월호
파주는 별일 없으시죠?
합정역에서 2200번 버스를 타면 강변북로와 자유로를 거쳐 보통은 25분 만에 도착하는 파주는 어떻게 보면 서울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 종종 심리적 거리는 이보다 크겠거니 짐작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파주는 별일 없으시죠?”라고 안부를 묻는 연락을 받을 때마다 그렇다. 별일이 없다고 해야 할지, 있다고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항상 대수롭지 않은 척 “네 그럼요”라고 답하게 되는데 이는 파티에서 일어나는
Essay
Feature
-

2023년 3월호
Next Level: '재학생 유지율'과 '취업률' 너머, 디자인 교육의 광야에는 구원이 있을까?
I’m on the Next Level 2017년 9월 1일, 나는 동양미래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조교수로 첫 출근을 했다. 신임 교원으로 참석한 교수학습개발센터 주관 세미나는 재학생들의 학생 유형 검사 결과 통계자료를 제공하며 우리 대학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교수법으로 가르칠 것을 독려하는 자리였다. 전문대 학생, 그들은 누구인가. 주어진 통계자료는 이들 대부분의 학습 유형이 다음과 같다고 설명한다. “순수한 내적 호기심 보다는 외적
Essay
Feature
-

2023년 3월호
디자인을 가르치는 선생은 학생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교육이라는 주제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질문이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교육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배우는 입장에 초점을 두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배움에는 학생뿐 아니라 선생도 참여하지 않는가? ‘선생은 제공하고 학생은 수용한다’는 위계를 거부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여러 디자인 교육자는 학생을 가르치면서 자신도 배우는 바가 많다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정확히 무엇을 배운다는 말일까? 자신이 익히 아는 바를 타인에게
Essay
Feature
-

2023년 3월호
열두 번째 질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은 수년간 빠르게 발전해왔으며 디지털 기술의 등장으로 우리가 소통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극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최신 통신 설계 기법 및 도구에 숙련된 전문가의 수요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위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 역시 큰 변화를 겪었죠. 전통적으로 인쇄 매체와 그래픽 디자인에 맞췄던 초점은 디지털 미디어, 사용자 경험 디자인, 브랜딩 및 콘텐츠 제작을 포함하여 확장되었습니다. 커리큘럼
Essay
-

2023년 2월호
비요크라는 세계
〈Debut〉(1992) 〈Post〉(1995) 〈Homogenic〉(1997) 국적, 나이, 관심사 불문하고 비요크Björk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음악인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미술, 패션계에서도 그 이름은 익숙하며 배우이자 사회·환경 운동가로도 적지 않게 알려져 있다. 창작의 영역을 허무는 예술인이나 자신의 영향력으로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조명을 집중시키는 이는 물론 많다. 그럼에도 비요크는 유일한 존재다. 그
Essay
-

2023년 2월호
SM은 어떻게 내 지갑을 털었는가, 터는가, 털 것인가
SM(*)은 어떻게 내 지갑을 털었는가! 첫 앨범을 샀던 기억과 함께 영영 묻어버리고 싶은 흑역사도 하나 떠올랐는데(정말 공개하고 싶지 않지만 이 글의 주제와 밀접하므로 어쩔 수 없다), 나는 매일 잠들기 전에 오빠들에게, 정확히 말하자면 침대 옆에 붙어 있는 포스터에 굿나잇 키스를 해주었고 그 모습을 엄마에게 들키고야 말았다. 엄마의 한마디, “포스터가 코팅된 거라 다행이네.” 그래서 결심했다. 가짜 말고 진짜 오빠(**)를
Essay
Feature
-

2023년 2월호
민희진이 뉴진스를 디자인하는 방법
뉴진스의 〈OMG〉 뮤직비디오에서 하니가 스스로를 아이폰이라고 소개하는 장면에서 “미친!”이라는 외침과 함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치 “너희들이 지금 사용하는 아이폰이 네 삶의 무엇을 바꿨는지 모르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뉴진스라는 새로운 그룹이 만들어내고 있는 작지만 큰 변화를,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미묘한 디테일과 직관적인 모든 것에 대해, 그리고 그것의 본질을 아직도 알아채지 못하는 소위 전문가
Feature
Essay
-

2023년 2월호
앨범깡의 기쁨과 슬픔
팬데믹은 케이팝 아이돌 팬덤 문화를 뒤흔들어놓았다. 국경이 차단되고 대면 행사가 어려워지자 콘서트는 온라인으로 전세계에 생중계되고 팬 사인회는 영상통화로 대체되었다. 스타와 팬 사이를 매개하는 방식만큼이나 팬과 팬 사이를 매개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내가 이 글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팬데믹을 거치며 케이팝 아이돌 팬덤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앨범깡’이다. 앨범깡이란 앨범의 포장을 ‘까서’ 내용물을 확인하는
Feature
Es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