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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호
천사나 유령처럼 기억될 디자인
하 수상한 시절입니다. 인류는 올해 어느 때보다 기후 위기를 절감했고, 전쟁 하나가 채 봉합되기도 전 또 다른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팬데믹의 후폭풍이 세계경제를 얼어붙게 했고, 생성형 AI는 환희 못지않게 두려움도 선사했습니다. 공기는 무겁고 세상은 창백합니다. 그런데 디자이너는 이런 세상에서도 디자인을 합니다. 내일 세상이 두 쪽 나도 목업집과 인쇄소를 들락거릴 것처럼 창작열을 불태웁니다. 묵묵히, 그리고 꿋꿋하게. 그렇게 완성한 디자인이 사람들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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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호
피드백의 힘을 믿는 이유
디자이너는 혼자 일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방에 들어가는 시간도 분명 존재하지만 디자이너 홀로 짐을 짊어질 시간은 그다지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특히 산업 디자이너는 대량생산을 위한 거대 자본을 갖춘 기업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거나 혁신적 제품으로 파장을 일으키기를, 또 사람들에게 보다 나은 가치를 전달하기를 바라면서 프로젝트에 임한다. 그 과정에서 동료 디자이너는 물론 협력자, 투자자, 개발자 등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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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호
피드백을 받는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자세
UI·UX 디자인을 개선하는 디지털 시대의 디자이너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 디자인 툴의 능숙한 활용은 물론 디자인 시스템과 패턴에 대한 이해, 사용자 문제 해결 능력이 필수 요건이다. 나아가 디자이너들이 계속해서 강화해야 하는 핵심 능력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팀원과의 협업 역량이다. 시장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그들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요구하는 것이다. 오늘날 디자이너는 자신이 맡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향상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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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호
피드백이 디자이너에게 주는 가장 큰 기쁨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타인이 나를 설명하고 묘사하는데 스스로 인식하던 자신과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경험 말이다. 이러한 인식의 간극은 때때로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이와 유사한 경험을 수없이 한다. 경험 설계 과정에서 시간과 애정을 아낌없이 쏟아부으며 프로덕트에 매몰되어 잠재적 결함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역설적이게도 몰입이 실책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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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호
피드백의 기술
발행인은 월간 〈디자인〉에 관심이 많습니다. 본인의 비즈니스에 애착이 가는 건 여느 오너나 마찬가지겠지만 저희 발행인의 애정은 각별하다고 느낍니다. 그는 막 발행한 최신 호에 포스트잇을 비수처럼 한 다발 꽂아놓고 예고 없이 늑골을 스치는 스산한 가을바람처럼 편집장과 아트 디렉터를 호출합니다. “캡션은 왜 누락됐냐?”, “레이아웃이 너무 요란하다”, “인물 사진은 더 잘 찍어야 한다”&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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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600여 권의 디자인 서적에 대한 반응들
의심은 때로 좋은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2023년 1월 약 3주간 wrm space에서 열린 기획전 〈디자인 책 - 이 책, 그 책, 저 책〉은 디자인 책을 둘러싼 의심에서 출발한 전시였다. ‘국내에 어떤 디자인 책이 얼마나 출간되었는가’라는 물음의 연장선상에서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책을 과연 읽는가’, ‘요즘 디자이너들은 무슨 책을 읽는가’ 등의 질문은 독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서는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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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디자인 작품 소장자와 디자인사 연구자의 협업
최근 발표한 ‘1960~70년대 문우식 관광 포스터의 특징과 배경’이라는 제목의 논문은 어느 날 소장자로부터 받은 한 통의 메일에서 시작됐다. 연락한 사람은 1966년부터 1979년까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안과(지금의 시각디자인과)에 재직하고 2010년 작고한 문우식 교수의 차녀 문소연이었다. 1952년 홍익대학교에 입학해 김환기, 박고석, 정규, 한묵 등에게 서양화 교육을 받고 이대원, 이중섭과 교류했던 문우식은 당시 촉망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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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상실의 시대, 대항하는 아카이브
20세기 중·후반, 철학자 미셸 푸코가 〈지식의 고고학〉에서 현대적 아카이브 개념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아카이브가 논쟁거리로 대두됐다. 그는 당대 아카이브를 지식-권력의 한 형태로 바라봤다. 미셸 푸코는 현대 아카이브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새로운 예술 공간 ‘헤테로토피아 Heterotopia’를 제시했다. 그는 헤테로토피아를 “사회에 의해 고안되고 그 안에 제도화된 공간이며, 다만 그 존재 자체로서 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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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기록한다는 것, 기억한다는 것
편집부에 왕왕 들어오는 요청 사항이 있습니다. 과거 월간 〈디자인〉 웹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를 삭제해달라는 것 입니다. 각자 사정이 있습니다. ‘취재 당시 동업했던 파트너와 (아마도 불미스럽게) 헤어져 더 이상 그와 함께 나온 기사가 노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체에 소개했던 해외 제품을 수입 판매하려고 하는데 저작권 등록을 하려면 기사가 남아 있으면 안 된다’, ‘새 비즈니스를 시작하는데 이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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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호
숨도시
도시계획 총괄 디자이너가 140세를 넘긴 노인이라는 것에 떠들썩해진 지도 49개월이 지났다. 잔잔한 파장을 지닌 채 대국민 발표회에서 처음 소개된 ‘셀리’는 한국계 독일인이었고, 엄밀히 따지면 한국인도 아니었으므로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인터넷에는 #비리 #수사 #형평성 #불공정 따위의 키워드가 남발했으며 그녀가 그간 해온 작업물을 꺼내오며 #올드스타일 #실버타운 #구시대 따위의 단어가 뒤이어 따라붙었다. 당시 그녀를 둘러싼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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