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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호
합승하시겠습니까?
저는 지난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열린 더치 디자인 위크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국내외 디자인 행사에 참석했지만, 더치 디자인 위크는 제가 알던 이벤트와 사뭇 다르더군요.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세련된 조형미와 깔끔한 미감, 브랜드의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디자인 행사를 기대했는데 더치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디자인 상당수가 어딘지 모르게 거칠고 투박했거든요.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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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호
건축가의 가구 vs. 디자이너의 집 짓기
건축 유산을 답사하러 가보면 가구가 공간에 방점을 찍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미스 반데어로에가 디자인한 바르셀로나 체어의 X자 철제 크롬 다리는 그 의자가 최초로 놓인 바르셀로나 파빌리언(1929)의 十자 철제 크롬 기둥과 맥락을 같이한다. SAS 호텔에 놓인 아르네 야콥센의 의자들은 완벽하게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신체와 접하는 면적을 달리하며 공간에서 공적이고(스완 체어) 사적인(에그 체어) 관계를 만들어낸다. 알바르 알토는 핀란드 지폐에 등장할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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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호
찰나의 일상, 가구라는 세계
학부 시절, 전공 수업에서 본 흑백 사진 하나가 뇌리에 깊이 남았습니다. 르코르뷔지에가 자신의 네 평 남짓한 오두막에서 반바지만 입은 채 스케치에 집중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습니다. 새어 들어오는 빛을 오롯이 받으며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린 채 담담히 손을 움직이는 노건축가의 모습에 경외감마저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친환경 문제가 대두된 요즘에는 그를 ‘건축계의 베르길리우스’(*)라고 혹평하기도 하지만,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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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프린트하지 않는 디자이너
디자인 프로그램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프로그램에서 저장한 파일이 곧 결과물인 종류와, 후속 제작의 원고나 지침이 되는 종류. 인디자인은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제품 중 유일하게 물질적인 완성품을 목적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그것도 가장 고전적이고 기술 진보에 초연한 책 디자인을 위해서. 중세 유럽의 인쇄소 모습을 그린 판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공장에서 활자를 배열하는 조판공과 인쇄기를 작동하는 인쇄공이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들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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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뮤직비디오의 잊힌 전성기와 3명의 거장
요즘 극장을 강타하는 초호화 액션물들은 러닝 타임을 온통 CG로 도배하고 있다. 서사로 영화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현혹시키는 장면을 즐비하게 만들어놓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느낌이 더 강하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뮤직비디오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이는 요즘 영화 제작 트렌드에 부합되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크리에이티브 산업에서도 일치점을 찾을 수 있다. 지난 530호에서는 1980년대 MTV의 대두와 함께 뮤직비디오의 탄생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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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물성의 제단 앞에 서서
몇 년 전 ‘북 호더book hoarder’라는 신조어가 부상한 적이 있습니다. ‘애서가’라는 뜻도 되지만, 사실 그 단어 안에는 책을 잔뜩 쌓아놓고 읽지는 않는 이들에 대한 약간의 조롱도 섞여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샤넬의 아트 디렉터였던 칼 라거펠트가 있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책을 꼭 ‘읽어야만’ 할까요? 텍스트 생산자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솔직히 책과 교감하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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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호
저물지 않은 헤비메탈 스타일
[1][2]1970년대 후반은 분노와 저항을 가득 담아 기세를 떨치던 펑크 음악이 MTV 개국, 음악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맞물려 상업적으로 변질되던 시기다. 갈수록 말랑해지는 펑크 음악에 싫증이 난 대중은 새로운 무언가를 갈망했다. 한편 영국에서는 1960년대 후반 블랙 사바스와 레드 제플린으로 대표되었던 초기 헤비메탈 사운드에 펑크의 공격성까지 결합한 새로운 헤비메탈 사운드를 시도하는 밴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의 음악은 더욱더 강력한 음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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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호
가구는 증명하고 설명하고 연기한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라는 일본 영화는 라디오 드라마 방송의 우여곡절을 다룬다. 드라마 PD가 처음으로 작가를 해보는 사람에게 라디오의 매력을 설명한다. 라디오에서는 “이곳이 우주다”라고 말만 하면 우주가 된다는 것이다. 언어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라디오는 문학에 가깝다. 시각적인 상황을 언어로 말하면 그만이다. 그 설명을 듣는 순간 나는 영화 미디어가 갖는 특성을 더욱 명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라디오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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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호
장면들
S#1. 인터뷰 “내 정신은 철저히 시각적이다.” 1962년 알프레드 히치콕이 누벨바그의 기수 프랑수아 트뤼포와의 인터뷰 중 남긴 말입니다. 참 그다운 발언이죠. 광고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한 히치콕은 삽화가 들어간 자막을 디자인하며 영화계에 발을 디뎠습니다. 감독 데뷔 전에는 영국 영화계에서 아트 디렉터로도 명성이 높았고요. 히치콕에게 경도된 젊은 감독 트뤼포는 그에게 심층 인터뷰를 제안했고 장장 50시간에 걸친 릴레이 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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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호
세컨드 오피스, 세컨드 하우스, 세컨드 라이프
워케이션 문화는 기존 관광 산업을 새롭게 정의하며 전 세계적으로 업무와 거주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 달 살기, 호텔 살기 등 여행지에서 살아보는 주거 트렌드가 확산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1 국내 관광 트렌드’에 따르면 ‘한 달 살기’ 키워드 검색량이 전년 대비 260%가량 늘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호텔에삶, 글로카로카 등 호텔 장기 숙박 서비스와 리브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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