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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호
뮤직비디오와 뉴웨이브 음악으로 세운 대중문화의 틀
MTV의 아이덴티티 디자인 변천사. 1980년, 1981년, 2010년, 2021년에 발표한 로고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까지는 아니지만, 지금과는 다소 멀게 느껴지는 한 시대엔 음악을 주파수로 잡아 들었다. 당시만 해도 음악을 듣는 행위는 라디오를 켜서 원하는 채널을 찾는 것으로 여겨지던 때다.그런데 1980년대 초 미국에서 음악 시장을 송두리째 뒤집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로지 뮤직비디오만 보여주는 방송, MTV의 개국이다.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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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호
무너진 댐 사이로 서핑하기
작년부터 ‘결괴’라는 단어에 꽂혀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어느 인터뷰에서 언급하기도 했는데 방죽이나 둑이 물에 밀려 터지고 무너지는 현상을 뜻하죠. 사실 십수 년 전부터 융합이니 통섭이니 하는 말이 나돌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지우기 어려운 의구심이 들곤 했습니다. 인간은 담을 치고 울타리를 두르는 게 본능인지라 “자, 이제부터 탈장르의 시대입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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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호
데이비드 보위
그는 매 앨범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시 말해 그는 멀티 페르소나의 귀재였다.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바로 페르소나다. 그는 줄곧 자신의 음악적 재정의를 ‘페르소나’에 빗대어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냈다. 이는 시각문화를 다루는 디자이너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경험 디자인 차원에서 보면 서비스나 제품의 타깃층에 맞는 가상의 페르소나를 만들어 취향과 성격을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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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호
맥주와 디자인, 전통과 혁신의 연결
1876년 1월 1일 아침, 영국 특허청 사무실이 문을 열자 수척한 한 남자가 황급히 들어와 서류 뭉치를 내밀었다. 그가 내민 서류에서는 ‘빨간색 삼각형’과 바스Bass라는 글자가 보였다. 다른 사람들이 새해 첫날을 즐기고 있을 때, 그는 누구보다 먼저 이 ‘빨간색 삼각형’을 등록하기 위해 특허청 사무실 앞에서 밤을 지새웠던 것이다. 1875년 영국에서 상표 등록법이 통과된 후, 이 ‘빨간색 삼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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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호
지갑 속을 유영하던 철갑상어
불과 몇 년 전까지 저는 늘 지갑 속에 자그마한 철갑상어 장식을 넣고 다녔습니다. 보드카 브랜드 ‘벨루가 노블’의 라벨에서 떼어낸 금속 조각이었는데,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중 손에 넣은 것이었죠. 이걸 지니고 다녔던 건 순전히 그곳 민박집 아주머니의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이걸 갖고 있으면 행운이 온대요.” 거나하게 취했던 탓인지, 제 마음이 유독 가난했던 탓인지 미신이나 속설 따위에 눈 하나 깜빡 안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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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호
없던 길도 만드는 사람들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가 해산 소식을 알렸습니다. 2018년 조소담 대표와 인터뷰 이후 줄곧 응원하던 회사였기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는 닷페이스가 6년간 남긴 족적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프로젝트입니다. 2020 코리아디자인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부문 위너를 수상하기도 한 이 작품은 스투키 스튜디오와 협업한 결과물로 길이 없어 선뜻 발을 내딛지 못하던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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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호
본 올리버와 디지털 시대의 음악 디자인
〈Doolittle〉, 픽시스Pixies(1989) 〈Treasure〉, 콕토 트윈스Cocteau Twins (1984) 1980년대에 컴퓨터가 대폭 작아지며 개인·가정용으로 보급되었고 위지윅•과 DTP•• 시스템이 그래픽 디자인의 혁명을 낳았다. 마치 유화를 그리다가 수채화를 그리게 되어 채색법과 붓을 다루는 방식을 다시 배우듯 한동안 ‘컴퓨터 디자인’은 더 발굴해야 하는 세계로 인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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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호
세상에서 제일 장구한 예술
지난 4월 15일부터 5월 14일까지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의 크리에이터’였던 이어령 선생을 추모하는〈이어령 장예전〉이 열립니다.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기호학자,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육자로서 언제나 우리 사회에 영감을 불어넣었습니다. 한 시대의 지성을 기리기 위해 많은 창작자들이 이번 전시에 참여했는데, 저는 무엇보다 ‘장예長藝’라는 전시 타이틀에 특히 마음이 갔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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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호
이어령의 <우리 문화 박물지>
김효진 덴스크 대표 “ 나전이 아름다운 것은 소라 껍데기의 광채 때문이 아니라 상감 기법을 통해 어딘가로 깊이 파고드는 보석의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석은 파고 들어가 자신을 숨기려 할 때 가장 보석답다’는 이어령 선생의 문장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다. 10년 넘게 북유럽 빈티지 가구를 소개하고 있는데, 책을 읽고 보니 빈티지 가구도 마치 보석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형형색색의 컬러와 독특한 구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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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호
호혜와 연대
영국 출신 아티스트 토머스 트웨이츠Thomas Thwaites는 2000년대 후반 ‘토스터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영국 RCA에 재학 중이던 그는 졸업 작품으로 직접 토스터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죠. 토스터 하나 만드는 게 뭐 대수인가 싶지만, 방점이 ‘직접’에 찍히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토머스 트웨이츠는 일단 토스터 한 대를 사서 낱낱이 분해하고 제작에 필요한 원재료부터 채집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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