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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호
멈춰 있는 차는 길을 내지 못한다
“편집장님,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적응이 될 만도 하건만, 여전히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뒷머리가 쭈뼛 섭니다. 관리자라면 아마 공감하겠죠. 아니나 다를까, 기자 한 명이 퇴사의 뜻을 밝힙니다. ‘愛’까지 붙이는 건 과분하지만 나름대로 아끼는 팀원이었기에 그 결정이 야속하다 싶어 눈을 흘겨봅니다. 물론 소심하게 뒤통수에 대고 흘긴 탓인지 별 효력은 없습니다. 그러다 다시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길이라는 건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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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호
실패를 감수하는 전시
부산현대미술관은 개관 5주년을 맞이해 MI 재정비 계획을 세웠다. 공공기관의 일반적인 용역 계약 방식을 탈피해, 공모 과정을 거쳐 여러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제안한 MI 시안을 전시 형태로 공개할 예정이다. 4월 29일부터 7월 9일까지 진행하는 〈부산현대미술관 정체성과 디자인〉전이 바로 그것이다. 개막 후 시민 투표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최종 작품을 선정한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행정 절차에 익숙한 일부 기업과 디자이너들이 용역을 독점하는 구도를 탈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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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호
전시 도면에 관해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전시 도면에 관해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이제껏 미술사학이나 큐레토리얼curatorial 연구에서 전시 도면(floor plan)에 대한 적절한 조명은 없었다. 크게는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전시가 할 말을 다 한다는 일종의 신화 때문이다. 전시 기관이나 공간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전시된 작품, 작가, 전시가 따로 또 복합적으로 한다고 여겨진다. 사회학자이자 박물관 연구자인 토니 베넷Tony Bennet이 말한 ‘전시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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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호
포스트 뮤지엄 시대의 디자인 딜레마
작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문신 文信 : 우주를 향하여〉(이하 〈문신〉)가 논란이 되는 모양이다. 전시 내용이 아닌 디자인이 그 원인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작 품을 압도하는 좌대의 날카롭고 복잡한 형상, 여러 질감과 색 감이 뒤섞인 공간과 디스플레이 디자인이 전시 관람에 방해 가 되었다는 문제 제기가 잇달았다. 국립 미술관에서 열린 현 대미술 전시라는 점, 작가의 작품 세계와 무관한 ‘과잉’된 장 치를 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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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호
에피고넨의 시대, 단칼에 끊어내기
‘에피고넨epigonen’을 아시나요? 본래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베 전쟁에서 전사한 7인의 용사의 자식들을 이르는 말인데,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위대한 예술이나 사상을 모방하는 아류’라는 의미로 전용됐습니다. 또 선구자가 사라진 뒤 그에 미치지 못하는 모사꾼이 군웅할거하는 것을 ‘에피고넨의 시대’라고 부르죠. 최근 미드저니가 예술가의 화풍을 애석할 만큼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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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호
영혼의 단짝, 스탠리 돈우드와 톰 요크 그리고 라디오헤드
〈My Iron Lung〉(1994)〈The Bends〉(1995) 1938년 미국 컬럼비아 레코드에 고용된 알렉스 스타인와이스Alex Steinweiss는 단순히 음반을 보호하는 패키지를 넘어 시각예술 작품으로서의 음반 커버를 탄생시켰다. 이후 앨범 커버는 한 뮤지션의 음악적 분위기와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중요한 개념으로 인식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LP가 보급되자 앨범 아트워크는 더욱 발전하게 됐다. 1950년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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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호
파주는 별일 없으시죠?
합정역에서 2200번 버스를 타면 강변북로와 자유로를 거쳐 보통은 25분 만에 도착하는 파주는 어떻게 보면 서울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 종종 심리적 거리는 이보다 크겠거니 짐작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파주는 별일 없으시죠?”라고 안부를 묻는 연락을 받을 때마다 그렇다. 별일이 없다고 해야 할지, 있다고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항상 대수롭지 않은 척 “네 그럼요”라고 답하게 되는데 이는 파티에서 일어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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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호
Next Level: '재학생 유지율'과 '취업률' 너머, 디자인 교육의 광야에는 구원이 있을까?
I’m on the Next Level 2017년 9월 1일, 나는 동양미래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조교수로 첫 출근을 했다. 신임 교원으로 참석한 교수학습개발센터 주관 세미나는 재학생들의 학생 유형 검사 결과 통계자료를 제공하며 우리 대학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교수법으로 가르칠 것을 독려하는 자리였다. 전문대 학생, 그들은 누구인가. 주어진 통계자료는 이들 대부분의 학습 유형이 다음과 같다고 설명한다. “순수한 내적 호기심 보다는 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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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호
디자인을 가르치는 선생은 학생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교육이라는 주제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질문이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교육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배우는 입장에 초점을 두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배움에는 학생뿐 아니라 선생도 참여하지 않는가? ‘선생은 제공하고 학생은 수용한다’는 위계를 거부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여러 디자인 교육자는 학생을 가르치면서 자신도 배우는 바가 많다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정확히 무엇을 배운다는 말일까? 자신이 익히 아는 바를 타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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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호
열두 번째 질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은 수년간 빠르게 발전해왔으며 디지털 기술의 등장으로 우리가 소통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극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최신 통신 설계 기법 및 도구에 숙련된 전문가의 수요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위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 역시 큰 변화를 겪었죠. 전통적으로 인쇄 매체와 그래픽 디자인에 맞췄던 초점은 디지털 미디어, 사용자 경험 디자인, 브랜딩 및 콘텐츠 제작을 포함하여 확장되었습니다. 커리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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