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2월호
비요크라는 세계
〈Debut〉(1992) 〈Post〉(1995) 〈Homogenic〉(1997) 국적, 나이, 관심사 불문하고 비요크Björk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음악인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미술, 패션계에서도 그 이름은 익숙하며 배우이자 사회·환경 운동가로도 적지 않게 알려져 있다. 창작의 영역을 허무는 예술인이나 자신의 영향력으로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조명을 집중시키는 이는 물론 많다. 그럼에도 비요크는 유일한 존재다. 그
Essay
-

2023년 2월호
SM은 어떻게 내 지갑을 털었는가, 터는가, 털 것인가
SM(*)은 어떻게 내 지갑을 털었는가! 첫 앨범을 샀던 기억과 함께 영영 묻어버리고 싶은 흑역사도 하나 떠올랐는데(정말 공개하고 싶지 않지만 이 글의 주제와 밀접하므로 어쩔 수 없다), 나는 매일 잠들기 전에 오빠들에게, 정확히 말하자면 침대 옆에 붙어 있는 포스터에 굿나잇 키스를 해주었고 그 모습을 엄마에게 들키고야 말았다. 엄마의 한마디, “포스터가 코팅된 거라 다행이네.” 그래서 결심했다. 가짜 말고 진짜 오빠(**)를
Essay
Feature
-

2023년 2월호
민희진이 뉴진스를 디자인하는 방법
뉴진스의 〈OMG〉 뮤직비디오에서 하니가 스스로를 아이폰이라고 소개하는 장면에서 “미친!”이라는 외침과 함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치 “너희들이 지금 사용하는 아이폰이 네 삶의 무엇을 바꿨는지 모르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뉴진스라는 새로운 그룹이 만들어내고 있는 작지만 큰 변화를,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미묘한 디테일과 직관적인 모든 것에 대해, 그리고 그것의 본질을 아직도 알아채지 못하는 소위 전문가
Feature
Essay
-

2023년 2월호
앨범깡의 기쁨과 슬픔
팬데믹은 케이팝 아이돌 팬덤 문화를 뒤흔들어놓았다. 국경이 차단되고 대면 행사가 어려워지자 콘서트는 온라인으로 전세계에 생중계되고 팬 사인회는 영상통화로 대체되었다. 스타와 팬 사이를 매개하는 방식만큼이나 팬과 팬 사이를 매개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내가 이 글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팬데믹을 거치며 케이팝 아이돌 팬덤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앨범깡’이다. 앨범깡이란 앨범의 포장을 ‘까서’ 내용물을 확인하는
Feature
Essay
-

2023년 2월호
케이팝 르네상스의 우울
2012년은 케이팝의 분기점이라 할 만합니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고 비슷한 시기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K-pop’이 정식 등재되었습니다. 이듬해 월간 〈디자인〉은 ‘디자인이 없으면 K팝은 빛나지 않는다’(2013년 3월호)라는 기획 기사를 실었습니다. 소위 3대 기획사라고 부르던 SM·YG·JYP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시장의 디자인 전략을
Essay
-

2023년 1월호
내 이름을 불러줘
예전에 〈무명가수전〉이라는 예능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원래 뭐든 쉽게 질리는 성격인데 순전히 프로그램 이름에 끌려 제법 열심히 시청했습니다. 아직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지 못했거나, 한때 인기를 끌었으나 지금은 기억 속에서 잊힌 가수들이 자기 이름을 감춘 채 출연하는 포맷이었죠.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름이 있을 텐데 왜 ‘이름이 없다(無名)’고 할까요? 그건 아마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
Essay
-

2022년 12월호
합승하시겠습니까?
저는 지난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열린 더치 디자인 위크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국내외 디자인 행사에 참석했지만, 더치 디자인 위크는 제가 알던 이벤트와 사뭇 다르더군요.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세련된 조형미와 깔끔한 미감, 브랜드의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디자인 행사를 기대했는데 더치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디자인 상당수가 어딘지 모르게 거칠고 투박했거든요.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
Essay
-

2022년 11월호
건축가의 가구 vs. 디자이너의 집 짓기
건축 유산을 답사하러 가보면 가구가 공간에 방점을 찍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미스 반데어로에가 디자인한 바르셀로나 체어의 X자 철제 크롬 다리는 그 의자가 최초로 놓인 바르셀로나 파빌리언(1929)의 十자 철제 크롬 기둥과 맥락을 같이한다. SAS 호텔에 놓인 아르네 야콥센의 의자들은 완벽하게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신체와 접하는 면적을 달리하며 공간에서 공적이고(스완 체어) 사적인(에그 체어) 관계를 만들어낸다. 알바르 알토는 핀란드 지폐에 등장할 정
Feature
Essay
-

2022년 11월호
찰나의 일상, 가구라는 세계
학부 시절, 전공 수업에서 본 흑백 사진 하나가 뇌리에 깊이 남았습니다. 르코르뷔지에가 자신의 네 평 남짓한 오두막에서 반바지만 입은 채 스케치에 집중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습니다. 새어 들어오는 빛을 오롯이 받으며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린 채 담담히 손을 움직이는 노건축가의 모습에 경외감마저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친환경 문제가 대두된 요즘에는 그를 ‘건축계의 베르길리우스’(*)라고 혹평하기도 하지만,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그의
Essay
-

2022년 10월호
프린트하지 않는 디자이너
디자인 프로그램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프로그램에서 저장한 파일이 곧 결과물인 종류와, 후속 제작의 원고나 지침이 되는 종류. 인디자인은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제품 중 유일하게 물질적인 완성품을 목적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그것도 가장 고전적이고 기술 진보에 초연한 책 디자인을 위해서. 중세 유럽의 인쇄소 모습을 그린 판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공장에서 활자를 배열하는 조판공과 인쇄기를 작동하는 인쇄공이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들 틈
Es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