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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호
공예가 되기(Becoming a Maker)
‘공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오랫동안 곱씹으며 이번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 본전시를 준비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공예란 의미가 있는 제작이다(Craft is a making with meaning)’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의미가 있는 제작’이란 무엇인가? 공예가 혹은 제작자(maker)가 물리적 사물을 제작함에 있어 어떠한 의도나 의미(사용성, 조형성, 아름다움 그 어떤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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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호
아름다움의 세계
이번 호 특집 ‘뉴 크래프트맨십’을 준비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야나기 무네요시의 〈공예문화〉를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대학교 새내기 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이 책을 접했으니 거의 20년 만에 재독한 셈입니다. 다시 읽어도 참 좋더군요. 1975년 이 책을 번역한 민병산 선생의 말처럼 논리정연하며, 단 한 줄도 불필요한 말이 없이 엄밀하게 체계가 서 있었습니다. 이렇게 순수하고 신념에 찬 사상가가 또 있을까요? 하지만 저도 머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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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호
불혹과 지천명의 중간에서
몇 년 전 독일인 친구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마침 모 미술관에서 바우하우스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고, ‘독일인이 바우하우스 전시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라는 호기심에 티켓을 건넸습니다. 다녀온 그에게 감상 평을 묻자 심드렁한 표정을 짓더군요. “그거 우리 할머니 집 창고에서 보던 건데?”라면서요. 물론 비전공자이기도 하고 바우하우스의 본산에서 왔다는 것도 고려해야겠지만, 그때 반응은 제게 꽤 큰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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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호
디-레볼루션을 위한 몇 가지 키워드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올해 핵심으로 삼은 정보(data), 행위(doing), 차원(dimension) 등 다섯 가지 키워드를 살펴보면 이것이 비단 디자인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기업, 더 나아가 국가 경영에도 필요한 용어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데이터는 인간의 행위를 통제할 수도, 반대로 더욱 자유롭게 만들 수도 있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머물고 있는 차원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종국에는 인간의 삶 전반을 디자인하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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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호
미래 세대를 위한 실험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일련의 과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측의 예측을 뛰어넘는 이 같은 변화의 양상은 사회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이 불확실성이 만연한 미래 사회에서 해답을 도출하고 사회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데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주체가 있다. 바로 우리의 아이들, 다시 말해 ‘미래 세대’다. 엔씨는 이번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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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호
카림 하비브와의 대화: 꿈이자 로맨스
1 아끼고, 친근하며, 만들고 싶은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와 기대감이 팽창하던 1960년대의 독특한 자동차들이 있듯, 차는 그 시대의 영향을 반영한다. 오늘날의 탈것은 무엇을 반영하고 있을까? 자동차 디자이너에게 지금 가장 사랑하는 차를 묻는다면 그것은 아마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차가 아닐까. 매일 더 나은 탈것, 더 혁신적인 탈것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작업 중인 차’만큼 기대되는 탈것은 없을 것이다. 카림 하비브에게 가장 아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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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호
추월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2020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깎아내릴 뜻은 없지만, 1964년의 화려한 영광을 재현하고 싶었던 일본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폐막식에서 보여준 강렬한 퍼포먼스를 기억하는 저로서는 더 큰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도쿄 올림픽 폐막식을 지켜보는데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일본이 겨우 저 정도라고?’ 이 말에는 일본이 라는 나라를 둘러싼 여러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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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호
무장애를 고려한 부산의 공공 공간 리디자인
시민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일상을 제공하는 공공 공간은 공공성과 안전성을 담보로 한다. 최근 정부의 도시 재생 사업과 연동해 각 도시별 공공 공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가 대대적으 로 추진되고 있지만 공간 내 설치된 공공 시설물에 대한 공공성은 아직까지 필수 조건보다는 선택 조건으로 고려되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 시설의 노후화, 도시 정비의 불균형, 시설 이용 의 불편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무장애(barrier free) 환경에 대한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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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호
언덕 위에 보이는 바다
“절영로 해안 산책로에 가면 군소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 생물을 볼 수 있어요. 여기는 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곳인데, 물결에 따라 밀려오고 떠내려가며 살아가는 생물들의 모습이 부산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여러 해 동안 부산 도심 속 산과 바닷가를 탐색하며 생물과 사람의 삶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큐레이터 C의 말이다. “해운대, 이기대, 몰운대에 붙은 ‘대’라는 말은 바다 언덕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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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호
돌아왔어요, 부산항에
“도시는 익명의 손(an anonymous hand)에 의해 쓰인, 펼쳐진 거대한 책과 같다.” 평소 즐겨 인용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로베르 마생Robert Massin의 말입니다. 이 근사한 표현에 ‘대부분’ 동의하지만, 예전부터 딱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도시라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결코 혼자(an) 썼을 리 없거든요. 사실 도시는 명석한 필자 한 명이 공들여 쓴 책보다 행정가, 도시계획가,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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