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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뮤직비디오의 잊힌 전성기와 3명의 거장
요즘 극장을 강타하는 초호화 액션물들은 러닝 타임을 온통 CG로 도배하고 있다. 서사로 영화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현혹시키는 장면을 즐비하게 만들어놓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느낌이 더 강하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뮤직비디오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이는 요즘 영화 제작 트렌드에 부합되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크리에이티브 산업에서도 일치점을 찾을 수 있다. 지난 530호에서는 1980년대 MTV의 대두와 함께 뮤직비디오의 탄생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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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물성의 제단 앞에 서서
몇 년 전 ‘북 호더book hoarder’라는 신조어가 부상한 적이 있습니다. ‘애서가’라는 뜻도 되지만, 사실 그 단어 안에는 책을 잔뜩 쌓아놓고 읽지는 않는 이들에 대한 약간의 조롱도 섞여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샤넬의 아트 디렉터였던 칼 라거펠트가 있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책을 꼭 ‘읽어야만’ 할까요? 텍스트 생산자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솔직히 책과 교감하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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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호
저물지 않은 헤비메탈 스타일
[1][2]1970년대 후반은 분노와 저항을 가득 담아 기세를 떨치던 펑크 음악이 MTV 개국, 음악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맞물려 상업적으로 변질되던 시기다. 갈수록 말랑해지는 펑크 음악에 싫증이 난 대중은 새로운 무언가를 갈망했다. 한편 영국에서는 1960년대 후반 블랙 사바스와 레드 제플린으로 대표되었던 초기 헤비메탈 사운드에 펑크의 공격성까지 결합한 새로운 헤비메탈 사운드를 시도하는 밴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의 음악은 더욱더 강력한 음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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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호
가구는 증명하고 설명하고 연기한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라는 일본 영화는 라디오 드라마 방송의 우여곡절을 다룬다. 드라마 PD가 처음으로 작가를 해보는 사람에게 라디오의 매력을 설명한다. 라디오에서는 “이곳이 우주다”라고 말만 하면 우주가 된다는 것이다. 언어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라디오는 문학에 가깝다. 시각적인 상황을 언어로 말하면 그만이다. 그 설명을 듣는 순간 나는 영화 미디어가 갖는 특성을 더욱 명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라디오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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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호
장면들
S#1. 인터뷰 “내 정신은 철저히 시각적이다.” 1962년 알프레드 히치콕이 누벨바그의 기수 프랑수아 트뤼포와의 인터뷰 중 남긴 말입니다. 참 그다운 발언이죠. 광고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한 히치콕은 삽화가 들어간 자막을 디자인하며 영화계에 발을 디뎠습니다. 감독 데뷔 전에는 영국 영화계에서 아트 디렉터로도 명성이 높았고요. 히치콕에게 경도된 젊은 감독 트뤼포는 그에게 심층 인터뷰를 제안했고 장장 50시간에 걸친 릴레이 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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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호
세컨드 오피스, 세컨드 하우스, 세컨드 라이프
워케이션 문화는 기존 관광 산업을 새롭게 정의하며 전 세계적으로 업무와 거주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 달 살기, 호텔 살기 등 여행지에서 살아보는 주거 트렌드가 확산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1 국내 관광 트렌드’에 따르면 ‘한 달 살기’ 키워드 검색량이 전년 대비 260%가량 늘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호텔에삶, 글로카로카 등 호텔 장기 숙박 서비스와 리브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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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호
뮤직비디오와 뉴웨이브 음악으로 세운 대중문화의 틀
MTV의 아이덴티티 디자인 변천사. 1980년, 1981년, 2010년, 2021년에 발표한 로고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까지는 아니지만, 지금과는 다소 멀게 느껴지는 한 시대엔 음악을 주파수로 잡아 들었다. 당시만 해도 음악을 듣는 행위는 라디오를 켜서 원하는 채널을 찾는 것으로 여겨지던 때다.그런데 1980년대 초 미국에서 음악 시장을 송두리째 뒤집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로지 뮤직비디오만 보여주는 방송, MTV의 개국이다.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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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호
무너진 댐 사이로 서핑하기
작년부터 ‘결괴’라는 단어에 꽂혀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어느 인터뷰에서 언급하기도 했는데 방죽이나 둑이 물에 밀려 터지고 무너지는 현상을 뜻하죠. 사실 십수 년 전부터 융합이니 통섭이니 하는 말이 나돌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지우기 어려운 의구심이 들곤 했습니다. 인간은 담을 치고 울타리를 두르는 게 본능인지라 “자, 이제부터 탈장르의 시대입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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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호
데이비드 보위
그는 매 앨범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시 말해 그는 멀티 페르소나의 귀재였다.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바로 페르소나다. 그는 줄곧 자신의 음악적 재정의를 ‘페르소나’에 빗대어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냈다. 이는 시각문화를 다루는 디자이너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경험 디자인 차원에서 보면 서비스나 제품의 타깃층에 맞는 가상의 페르소나를 만들어 취향과 성격을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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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호
맥주와 디자인, 전통과 혁신의 연결
1876년 1월 1일 아침, 영국 특허청 사무실이 문을 열자 수척한 한 남자가 황급히 들어와 서류 뭉치를 내밀었다. 그가 내민 서류에서는 ‘빨간색 삼각형’과 바스Bass라는 글자가 보였다. 다른 사람들이 새해 첫날을 즐기고 있을 때, 그는 누구보다 먼저 이 ‘빨간색 삼각형’을 등록하기 위해 특허청 사무실 앞에서 밤을 지새웠던 것이다. 1875년 영국에서 상표 등록법이 통과된 후, 이 ‘빨간색 삼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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