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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호
고짓집의 디자인 경영
2021년 6월 11일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서울맛집을 검색하자 139만 개의 게시물이 나왔다. 검색 결과물은 새로 고침 하면 매번 달라지니 상위 54개 게시물을 캡처했다. 캡처 후 가장 많이 나온 식당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다. 뭐가 가장 많이 나왔을까? 파스타? 버거? 떡볶이? 흑임자라테? 훠궈? 마라? 다 틀렸다. 결과는 고기였다. 54개 결과물 중 고기가 7개 나왔다. 그중에서도 열원이 테이블에 있는, 외국 사람들이 ‘코리안 B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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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호
맛집과 찐맛집의 교차로
인스타그램에는 수많은 먹스타그램이 존재한다. 자신의 일상과 함께한 음식 사진을 가볍게 올리는 사람도 있고, 구독자들에게 소개해주기 위해 전문적으로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리뷰해주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강렬한 이미지의 음식 사진을 보며 가끔은 아쉬울 때도 있었다. 사진만으로 이 음식의 진가를 보여주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생각에 내 식대로 맛집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해보기로 했다. F&B 회사를 다닐 때 맛집 계정을 운영해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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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호
다종다양함에 부치는 헌사
수년 전 밀라노 디자인 위크 취재차 이탈리아를 방문했다가 현지의 중견 디자이너에게 저녁 식사 초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자리였지만, 당시 ‘인터뷰(를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병’을 앓고 있던 저는 그에게 “해외 디자이너 관점에서 한국이라는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는 ‘쉽지않은 시장’이라 답했습니다. 트렌드에 예민하고 한번 불붙기 시작하면 엄청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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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호
일상 속 살리는 감각, 살아나는 감각
무작정 마음만 앞서서 지갑을 열고 크고 작은 식물을 사 오곤 했다. 줄기와 이파리가 뿜어내는 생명력, 빛을 받으며 반짝하는 순간, 건강한 이파리들이 만들어내는 오밀조밀한 그림자까지 모두 좋아하지만, 어떻게 해야 식물을 오래도록 내 곁에 둘 수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고 각각의 식물에 맞게 돌본 적은 없던 시절이 참 길었다. 그 시절 나는 일단 식물을 집에 데려와서는 무조건 해가 잘드는 자리에 놓아두고 일주일에 두 번에서 세 번 콸콸 물을 부어줬다. 물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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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호
식물카페, 온정
“난 항상 나무의 푸르름을 봤을 때 그 푸르름의 끝을 생각했다. 먼지 속에서 빛나는 유칼립투스의 잎을 봤을 때 문득 할아버지의 나무가 생각났다. 그리고 무채색의 공간에서도 난 푸르름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주인공 ‘현재’의 내레이션으로 영화 <식물카페, 온정>이 시작된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고 각색을 하던 무렵 나는 제주도의 숲과 나무, 돌을 보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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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호
서로를 기르는 파트너십
쿠바의 시인 호세 마르티는 인간의 세 가지 의무로 나무를 심을 것, 아이를 낳을 것, 그리고 책을 쓸 것을 꼽았습니다. 그는 이런 것이 우리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흔적이 남아 ‘어느 정도’ 불멸성을 보장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 불멸성에는 약간의 대가가 따릅니다.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 관계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여러분이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월간 〈디자인〉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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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호
에릭 길의 이면
에릭 길이 그린 삽화. 골든 코커럴 프레스Golden Cockerel Press에서 출간한 제임스 왕 역 복음서(1931). 서체도 에릭 길이 디자인했다. 런던 세인트 브라이드 도서관 보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요한복음 8:7(개역개정)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 있는 ‘십자가의 길(Stations of the Cross)’(1913~1918)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그린 1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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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호
나의 작은 정원 이야기
나는 지금 꽃술의 옥상 정원에 웅크리고 앉아 개미 떼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다. 먹이를 짊어진 놈들이 정신없이 향하는 곳. 개미집을 찾아 근방에 약을 놓은 후엔 벌레 먹은 용버들의 가지를 잘라내고, 지난 식목일에 분갈이를 마친 남천나무와 금작화의 상태를 살필 것이다. 마른 흙에 물을 듬뿍 주고 옥상과 테라스의 바닥 청소까지 끝내고 나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조용한 마을에 살그머니 찾아든 어떤 선량한 기운처럼 피어오른 5월의 정원은 고된 노동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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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호
식물과 공간의 호흡을 찾아내는 우리의 역할
우리가 의뢰를 맡아 처음 마주하게 되는 공간은 대부분 콘크리트에 둘러싸인 텅 빈 모습이다. 가끔은 무섭기까지 한 이 폐허같은 곳에서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하기도 한다. 완성된 모습을 더듬더듬 상상하며 회의를 하는데 이때는 각자의 머릿속에 다른 그림을 떠올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식물의 배치나 형태, 수종을 자세히 설계하고 콘셉트를 명확히 하며 서로 어떻게 공간을 채워갈지 합의하는 것이 업무의 시작이다. ‘대신증권 위례센터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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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호
동화되기 vs 거리 두기
벌써 18년 전 이야기네요. 학창 시절 저는 영화 〈매트릭스〉를 보고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특수 효과와 연출도 강렬했지만, 그보다 저를 사로잡은 건 켜켜이 쌓여 있는 철학적·종교적 메시지였습니다. 아주 잠깐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잠시 철학과로 진학할까 고민하기도 했죠. 실제로 철학가 슬라보이 지제크는 이 영화가 ‘철학자들의 로르샤흐 검사Rorschach Test ’(*)라고 말한 바 있는데요, 다층적 메시지가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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