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미술관 외벽에 눈길을 끄는 포스터가 또 한번 결렸다. 건물 외벽을 타고 가득 흘려 쓴 글씨에는 이글거리는 기운이 절로 감돈다. 이번에는 <불멸사랑>이다. 이번 전시는 신화, 종교, 사랑 등 무형의 가치와 욕망이 바로 지금의 역사를 만들어냈음을 제시하고 이것이 동시대에서는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질문한다. 데이터 사회, 우리는 욕망하는 대상을 디지털 언어로 분산시키고 클라우드에 업로드한다. 이로써 물질 세계 너머에서 영생이 가능해졌으며(혹은 가능해졌다고 믿으며) 기록과 역사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번 전시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한 조중현은 불멸을 향한 욕망이 디지털 클라우드를 통해 지속되는 것을 이진법 숫자로 표현했다. 멀리서 바라보면 완전한 문자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0과 1로 이뤄진 파편들이다. 위로 올라 갈수록 짙어지는 그러데이션은 무한하게 업로드되는 상태를 형상화한다. ‘불멸사랑’은 수많은 사건과 시간이 흘러가는 지금, 개인의 일상이 역사를 구성하고 있다는 굵고 강렬한 제시어다.
포스터 디자인 조중현(사진), joonghyuncho.com
전시명 불멸사랑 Immortality in the Cloud
장소 일민미술관 ilmin.org
전시 기간 2월 22일~5월 12일
- CI∙BI, 패키지, 광고, 브랜딩 디자인 이슈 불멸하는 사랑, 불멸하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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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e +바이라인 : 담당 유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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