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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jo beck's fashion ad&photographer 마리오 테스티노 : 자신을 '브랜드'라 일컫는 철저히 상업적인 포토그래퍼


1 ST.존(ST.John) 2006년 S/S시즌 광고. 모델은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이런 말이 있다. “포토그래퍼 마리오 테스티노(Mario Testino)야말로 현재 패션계에서 그 어떤 디자이너보다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혹자는 또 이렇게 말한다. “마리오 테스티노가 곧 패션이고, 패션이 곧 마리오 테스티노”라고. 피 터지는 전쟁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패션계에서, 한 포토그래퍼가 패션 디자이너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패션계에 발을 담고 일하는 사람라면 ‘마리오 테스티노 자신이 곧 패션’이라는 말에 딱히 반박하기는 힘들 것이다.
마리오 테스티노는 형제간 재산 분배 싸움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Gucci)의 광고 캠페인 사진으로 구찌가 지금의 영화를 다시 한 번 누리게 한 장본인이다. 또 역사 속으로 잊혀져 가던 영국 브랜드 버버리(Burberry)의 광고 사진을 맡으며 현재 패션계의 대표적인 인기 브랜드로 다시금 복귀시켰다.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Gianni Versace)가 죽기 전까지 각별히 아끼며, 광고를 비롯한 베르사체의 사진을 도맡아 촬영한 포토그래퍼이기도 하다. 이러한 명맥은 지금도 이어져 베르사체와 버버리의 광고 사진은 이번 시즌에도 마리오 테스티노가 촬영하고 있다.
마리오 테스티노가 2009년 가을/겨울 시즌에 맡은 광고 사진 라인업만 살펴봐도 패션계에서 그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다. 그의 하루 촬영 개런티는 한화로 1억 원을 넘는다. 그런 어마어마한 개런티에도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D&G,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토즈(Tod’s) 등 다수의 굵직한 브랜드들이 그에게 작업을 의뢰하고 있다. 게다가 광고뿐 아니라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보그Vogue> 미국판, 영국판, 프랑스판, 러시아판을 비롯, <베니티 페어Vanity Fair> 의 고정 포토그래퍼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니 ‘그가 패션이고 패션이 그’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2 마리오 테스티노와 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Natalia Vodianova).
3 D&G 2008년 F/W시즌 광고. 스코틀랜드를 주제로 다양한 체크무늬 패션을 배치했다.


그는 늘상 이런 자신을 일컬어 하나의 ‘브랜드’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예전 지아니 베르사체가 살아 있을 적 베르사체 광고 사진을 맡았을 때예요. 마돈나가 베르사체의 광고 캠페인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때 그 캠페인의 홍보자료에 ‘테스티노가 촬영한 베르사체 광고의 마돈나(Versace presents Madonna by Testino)’라는 문구가 기재되었지요. 그때 패션계를 제외한 일반 사람들의 반응은 ‘테스티노? 그게 누군데?’ 였어요. 당시는 대중에게 성(姓)만으로 누군지 인지되는 포토그래퍼라고 하면, 리처드 아베든(Richard Avedon)이나 헬무트 뉴튼(Helmut Newton), 데이비드 베일리(David Bailey)가 전부였으니까요. 그래서 나도 내 성만 듣고도 ‘아’ 소리가 절로 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야겠다, 생각했죠.”
마리오 테스티노는 “구찌나 보그만이 유명한 브랜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리오 테스티노가 촬영하면 반드시 팔린다’는 포토그래퍼로서의 브랜드 파워가 있어야죠” 라며 자신이 ‘아티스트’가 아닌 ‘상업적인 사진쟁이’라는 사실을 자신 있게 드러낸다. 실제로 구찌와 버버리를 비롯, 그가 촬영한 모든 브랜드들은 이전과 대비해 폭발적인 판매의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구찌의 경우 1995년 그가 촬영에 참여한 이후 이전 대비 5억 달러 이상 판매가 증가했다고 한다.
마리오 테스티노는 잉카문명의 유적 ‘마추픽추’가 남아 있는 남미 대륙의 서쪽 고지대에 자리 잡은 나라, 페루의 수도 리마(Lima)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모국 페루를 떠나 미국을 거쳐 1976년 영국 런던에 정착한 테스티노는 웨이터로 일하며 트라팔가 광장 근처의 버려진 병원 한 층에서 다른 몇 사람과 공간을 나누어 살며 빈곤하게 생활했다. 하지만 힘든 생활 가운데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만은 놓지 않았다. 그는 사진뿐 아니라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도 모두 포함해 25파운드를 받고 거리의 모델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제작해주기 시작했다. ‘트라팔가 광장 근처에 저렴한 가격으로 멋진 사진을 촬영해주는 포토그래퍼가 있다’는 소문은 모델들의 입을 통해 금세 퍼져 나갔다. 오랫동안 손이 거칠어지는 웨이터 일을 하면서도 카메라를 만질 때만큼은 그 어떤 손보다 섬세함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4 미국 로드&테일러 백화점 광고. 단체 장면이 유난히 많았던 이 촬영에서는 모델과 소품들을 어떻게 배치해야 좋을지를 계산한 마리오 테스티노의 꼼꼼함이 두드러졌다.

트라팔가 광장 근처에서 모델 지망생의 사진을 찍어주며 언젠가 자신은 유명 포토그래퍼가 되리라 확신하던 페루에서 온 한 남자는 결국 고 다이애나 비와 엘리자베스 여왕을 비롯한 영국 왕실 인물들의 초상을 촬영하는 포토그래퍼가 되었다. 2003년에는 그 트라팔가 광장에 위치한 국립초상박물관(National Portrait Gallery)에서 그가 이제까지 촬영한 초상 사진을 집대성해 엄청난 규모의 전시를 열었다. 이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절실히 알려준다. ‘패션의 외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페루에서 태어나 런던에서의 어려운 시절을 거쳐, 이제 자신의 전용 제트기를 타고 세계 각지를 누비며 할리우드 스타를 친구로 거느리고 유명 브랜드 패션쇼의 맨 앞줄에서 패션계를 호령하는 파워맨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당찬 자신감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의 사진을 보면 그의 파란만장한 삶과 같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이번 시즌 사진의 톤과 이전 시즌 사진의 톤이 다르기도 하고, 이 브랜드 광고 사진 느낌과 또 다른 브랜드 광고 사진 느낌이 전혀 다를 때도 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분명 그의 이름이 새겨진 화보임에도 그가 아닌 다른 사진 작가의 사진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때도 있다.

그의 이런 다양한 스펙트럼에 대해 “트렌드에 편승하는 가벼운 상업주의 포토그래퍼의 한계”라고 낮추어 평가하는 사진 평론가도 있다. 하지만 테스티노는 그런 평가에 대해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왜냐면 자신이야말로 철저한 상업주의 포토그래퍼의 전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 사진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럭셔리 리얼리즘(Luxury Realism)이에요. 호사스럽고 사치스러운 가운데 리얼리티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제 사진을 보고 예술적인 사진이라고 하는 건 별로 달갑지 않아요. 그보다는 제 사진 속 ‘여배우의 글래머러스함을 갖고 싶어’ 또는 ‘저 모델이 든 가방과 신발이 갖고 싶어’ 라는 말이 저에게 더할 나위 없는 찬사죠.”
내가 테스티노의 ‘럭셔리 리얼리즘’을 처음 경험한 것은 이전에 근무한 회사 ‘베런&베런’에 있을 때였다. 영국의 전통 있는 브랜드 버버리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던 회사의 대표 패비엔 베런(Fabien Baron)과 사진을 맡고 있던 테스티노는 그야말로 환상의 콤비였다. 그들 콤비는 트렌치코트와 고리타분한 체크 패턴으로 대표되던 버버리의 노후한 이미지를 유행을 선도하는 세련된 이미지로 재창조하고 있었다. 비록 내가 버버리의 작업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버버리 프로젝트는 회사 내 대표적인 브랜드였기에 테스티노의 멋진 사진 작업에 대해 듣는 일이 많았다. 그러면서 언젠가 나도 마리오 테스티노와 함께 작업해 볼 날이 오기를 기대하곤 했다. 하지만 그 기회는 생각처럼 빨리 오지 않았다.

내가 마리오 테스티노와 함께 작업할 기회를 얻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2007년 로드&테일러(Lord & Taylor) 백화점 광고 캠페인에 이르러서였다. 로드&테일러는 뉴욕 5번가에 본점을 두고 미 전역에 50여 개의 매장을 전개하고 있는 백화점 체인이다. 로드&테일러는 175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브랜드이다. 그러나 사실은 젊은 층이 아닌 고령층을 위한 아이템으로 가득할 것 같은, 현저히 낙후한 매장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기도 했다. 요즘 백화점계에서 세련된 이미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바니스 뉴욕(Barneys New York)이나 삭스 핍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와 비교하는 건 차치하고라도, 좀 더 대중적인 이미지의 메이시스(Macy’s)나 블루밍데일스(Bloomindales)와 비교해도 유행에 한참 뒤처진 퇴물 취급을 받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이렇듯 최신 패션과 거리가 멀어 보이던 로드&테일러는 2007년 총 2억 5000만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브랜드를 재정비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로고와 쇼핑백을 다시 디자인하는 것은 물론, 낙후된 백화점 이미지를 확실히 뒤바꿀 수 있는 새로운 광고 캠페인도 진행되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고용된 데이비드 립맨(David Lipman)과 마크 도프먼(Mark Dorfman)은 마리오 테스티노야말로 그 어떤 포토그래퍼보다 이 캠페인에 적합한 인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로드&테일러야말로 테스티노가 추구하는 ‘럭셔리 리얼리즘’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전에 무엇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여러 차례 쇄신하는 데 성공해 ‘9회말 투아웃에 등판한 구원 투수’ 라는 별명을 얻은 그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과거에 구찌가 그랬고 버버리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날의 촬영은 여지껏 어떤 촬영 현장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많은 사람들이 현장을 오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0명이 넘는 모델이 한꺼번에 촬영을 진행하는 몹신(Mob Scene)이 많았던 데다, 테스티노와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 역시 많았기 때문이었다.

5 베르사체 아틀리에(Versace Atelier) 1997년 F/W시즌 광고.


6,7,8 패션 잡지 은 때로 각기 다른 모델을 촬영해 여러 버전의 표지를 만들곤 한다. 59호는 수영복을 주제로 했다. 왼쪽부터 클라우디아 쉬퍼(Claudia Schiffer), 나오미 캠벨(Naomi Campbell), 에바 헤르치고바(Eva Herzigova).


캠페인의 메인 모델 캐롤린 머피(Caroline Murphy)는 오랜만에 하는 테스티노와의 작업에 한껏 신이 나서 “그는 정말 천재예요. 원래의 저보다 100배는 더 예쁘게 앵글 안에 잡아주거든요” 라고 말했다. 이처럼 할리우드의 여배우나 모델은 자신들이 가진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까지 찾아내서 사진에 담아내는 마리오 테스티노를 ‘신’이라 부를 정도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모델 케이트 모스(Kate Moss)는 “그는 다른 어떤 사람보다 저를 섹시하게 봐줘요. 그래서 그의 카메라 앞에서는 저도 몰랐던 섹시함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죠” 라며 테스티노야말로 최고라고 두 엄지를 모아 내밀기도 했다. 
그의 광고 촬영 작업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그 많은 모델과 스태프를 통솔하면서도 끊임없이 칭찬과 찬사를 모두에게 아끼지 않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테스티노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다 최근 독립해 미국판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 포토그래퍼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포토그래퍼 알렉스 루보머스키(Alex Lubomirski)도 “테스티노는 언제나 ‘세상에 그 누가 칭찬받는 것을 지겨워 하겠냐’고 말하곤 했죠” 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마리오 테스티노의 진심 어린 칭찬 릴레이는 피사체인 모델들에게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친밀감이야말로 그 북새통 같은 현장을 부드럽게 진행하는 힘이 분명했다. 뿐만 아니라 햄튼(Hampton)의 해변가 근처 별장에 촬영의 여장을 푼 테스티노의 스태프들은 모델들이 촬영 중에 움직여야 할 동선을 따라 미리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모델들과 배경 혹은 모델들과 프롭들이 어떻게 서로 배치되고 겹쳐져야 가장 멋지게 보이는지를 미리 생각해 모델과 상품이 동시에 최고로 부각되게 촬영해나가는 그의 치밀함을 보니, 왜 그가 촬영하면 매출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2007년 가을부터 대대적으로 전개된 테스티노가 작업한 로드&테일러 백화점 광고 캠페인은 그간의 낙후된 이미지에서 탈피해, 좀 더 젊고 고급스러운 패션을 다루는 백화점으로 로드&테일러의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의 캠페인 덕택인지 뉴욕 본점의 경우 전년 대비 200% 이상 내방객 수가 증가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고 일어나 쇼핑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마리오 테스티노의 사진 철학은 이번에도 관철된 셈이다.

나는 테스티노에게 “그래도 가끔은 아티스트로 대우받고 싶은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제 나이가 벌써 55세 인걸요. 이 나이가 되면 원래 가지고 있던 것에 더 애착을 갖지, 새로운 것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리고 예술가로 살지 못한다면 시대를 풍미한 장사꾼으로 사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죠”라며 호탕하게 웃어넘겼다. 어중간하게 예술가도, 장사꾼도 아니게 사는 것보다 당대의 장사꾼으로 남겠다는 그의 자신에 찬 말을 들으니, 그런 그의 자신감이 그를 현재 패션 사진계를 대표하는 포토그래퍼로 자리하게 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감히 말한다. 나 역시 패션 사진을 다루는, 패션 광고를 하는 한 사람으로서 마리오 테스티노만큼은 예술가가 아닌 장사꾼이기에 그를 존경해마지 않는다고.  

조 벡 Joel Kimbeck
마크 도프만 컴퍼니 주니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글쓴이 조 벡은 패비언 배런의 광고 기획사 ‘배런&배런’에서 미디어 플래너로 캘빈 클라인, 버버리, 프라다 등 다수의 광고 작업에 참여했고, 현재 마크 도프만 컴퍼니(Mark Dorfman Co.)에서 톰 포드, 라프 시몬스, 시거슨 모리슨 등의 광고 기획에 관여하고 있다. ‘조 벡의 패션 광고 & 포토그래퍼’는 그가 작업하며 만났던 패션 광고계를 주름잡는 크리에이터의 사진 세계와 뒷이야기를 소개하는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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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정영호, 조 벡(Joel Kimbeck)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09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