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타이포잔치 특별전에 설치한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의 고딕체 구조도와 명조체 구조도. 1950년대.
김두섭 눈디자인 대표. ‘이미지 코리아’ 포스터. 2003년.
(왼쪽) 슬기와 민 최성민과 최슬기로 구성된 디자인 듀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전시한 기획프로그램 포스터. 2009년.
(오른쪽) 정병규 한국 북디자인의 개념을 정립한 국내 최초 북디자이너. 북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교육을 중심으로 한 정병규학교를 설립했다. <동아시아 책의 교류> 전시 포스터. 2007년.
![]() |
![]() “타이포잔치는 타이포그래피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다.” 2001년 처음 타이포잔치가 열린 후 10년 만에 행사가 열렸다. 2001년 예술의전당에서 타이포잔치가 개최되었 때 국내외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행사 중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비엔날레였기 때문인데, 공모전이나 지역 행사가 아닌 타이포그래피 전문 디자이너의 컬렉션 형식으로 한 자리에서 타이포그래피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의미와 성과가 무색할 정도로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2회를 맞기까지 10년이 흘렀다. 대규모인 광주비엔날레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행사의 속성은 동일하다.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조직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행히 이번 행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전시의 전반적인 행정을,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에서 전시 실무를 담당하면서 조직 시스템이 이전보단체계화되었다. 행사 규모나 경제적인 것 등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디자인계 소수의 힘으로 치러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체적으로 조직이 치밀하게 구축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로 열린 타이포잔치를 계기로 시스템을 구체화해 세계적인 문화 교류의 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제1회 타이포잔치는 다양한 국가가 참여한 행사였던 반면 올해는 ‘동아시아의 불꽃’이라는 주제로 한국·일본·중국 디자이너만 참여하는 비엔날레를 개최했다. 첫 회는 ‘새로운 상상’이 주제였고, 이번 주제는 ‘동아시아의 불꽃’이다. 한국, 일본, 중국 3개국으로만 한정한 것을 두고 세계적 행사의 규모나 의미가 아시아로 축소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세계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물론 경제적인 측면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세 나라의 문화·역사와 잠재력은 그에 못지않은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10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것인 만큼 주제 선정을 우리 주변에서 찾았다. 한국 타이포그래피의 정체성을 찾아보자는 취지가 반영된 것인데, 타이포잔치의 주제는 매번 바뀔 것이다. 예를 들어 ‘타이포그래피와 도시’, ‘아랍권의 타이포그래피’처럼 타이포그래피와 지역성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을 것이다. 두툼한 역사책을 상상하며 타이포잔치의 기록을 하나하나 엮어나가듯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었나? 전시 주제가 ‘동아시아의 불꽃’인 만큼 세계 타이포그래피의 흐름 속에서 동아시아 3개국의 중요성과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사실 3개국의 디자인만 보더라도 서구 디자인의 영향을 받은 건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을 타이포그래피에 초첨을 맞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유 글자는 또 다른 그래픽 디자인과 비교할 때 차별화될 수 있는 창의적인 매체다. 한국, 일본, 중국은 한자 문화권에 뿌리를 둔 나라지만 각각의 타이포그래피의 동질성과 이질성에 대해 숙고해볼 기회는 없었다. 이번 전시는 확실히 그것이 무엇인가라고 정의하기보다 각 나라의 대표 작품을 통해 동아시아 타이포그래피의 현주소를 살펴보자는 것에 의미가 있다. 타이포잔치의 특별전에서는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속의 타이포그래피에 공헌한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였고, 본전시는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제2회 타이포잔치는 동아시아 타이포그래피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지난 10년간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서 주목할만한 변화가 있었다면? 타이포잔치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제1회 타이포잔치의 주제 ‘새로운 상상’에서도 나타났듯 당시에는 디지털 디자인의 시작을 엿볼 수 있었다. 디지털 디자인의 영향으로 해체주의 타이포그래피가 강세였다. 한국 디자이너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시들해졌지만 가끔 당시 스타일의 흔적이 묻어나는 디자인을 발견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타이포잔치를 통해 느낀 것은 특정 스타일을 추구하기보다 자신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개성 있는 스타일이 많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한국 디자이너 상당수가 유학을 다녀온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이라 본다. 한국이란 지역적 특성을 넘어 국제화된 경향이 눈에 띈다. 반면 중국 디자이너들은 한자를 무기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자에 대한 자부심이 바윗돌처럼 단단할 뿐 아니라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노자, 공자, 불교 등 동양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

(왼쪽) 김경선 그래픽 디자이너 겸 디자인 기획자. 홍디자인을 거쳐 현재 서울대 디자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오른쪽) 민병걸 한글과 이미지를 조형적으로 다루는 타이포그래퍼. 현재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10개의 기본 도형을 이용해 만든 문자 조형.

(왼쪽) 쉬빙(Xu Bing) 중국 설치 미술가겸 서예가. 서예와 탁본에 기초한 대규모 설치 작품을 주로한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 ‘천서’. 1988년.
(오른쪽) 투미츄(Tomeetyou) 중국의 떠오르는 신진 그래픽 디자인 그룹. 아디다스, 디올, 엡손 등이 주요 클라이언트다. A/W 패션 콜렉션 전시를 위한 포스터 디자인. 2010년.

뤼징런(Lv Jingren)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북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다. <아름다운 경구>. 2007년.

다나카 잇코(Tanaka Ikko, 1930~2002) 1960~1990년대 일본 그래픽 디자인의 전성기를 이끈 디자이너. ggg갤러리 다나카 잇코전에 사용한 <인간과 문자> 포스터. 1995년.

(왼쪽) 아사바 카츠미(Asaba Katsumi) 현재 도쿄타이프디렉터스클럽 이사장 겸 문자 탐험가. 중국 소수민족 나시족의 상형 문자인 동파 문자와 아라비아 문자 등을 연구하고 있다. AGI 포르투갈 마인드 맵 포스터. 2010년.
(오른쪽) 토리노우미 오사무(Torinoumi Osamu) 히라기노 시리즈, 코부리나 고딕 등 마흔개 이상의 글꼴을 개발한 일본 활자계의 거장. 유명조체로 디자인한 어도비제 팬 캐릭터 세트. 2011년.
![]() |
![]() “타이포그래피는 다양한 형태의 문화를 만드는 콘텐츠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타이포잔치 2011: 서울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를 주관했다. 어떤 점에서 이 행사가 중요하다고 느꼈나? 문자는 그것을 사용하는 국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문화 자산이다. 2001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제1회 타이포잔치: 서울 타이포그라피 비엔날레>라는 이름으로 기획된 이후 행사가 지속성을 갖지 못했다. 국제적인 행사다 보니 디자이너들만 뭉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글자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전시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 기관에 알려 예산 등의 협조를 구했다. 비엔날레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내년에는 타이포그래피 심포지엄을 진행해 그 다음 해에 열리는 비엔날레의 향방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고 전시 주제를 선정할 계획이다. 차기 비엔날레의 목표는 참여 작가의 폭을 넓히고 영역을 확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그 가능성을 모색해본다는 것이다. 일반인도 쉽게 이해하고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도슨트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참신한 이벤트와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할 생각이다. 비평적 목소리도 겸허하게 듣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은 행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앞으로 타이포잔치가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나? 2010년 경복궁 수정전에서 한글날을 맞아 <한글글꼴전>을 개최했다. 올해 열린 타이포잔치 역시 그 연장 선상의 전시라고 생각한다. 중국·일본과 함께 모여 만든 행사인 만큼 동아시아 국가 간의 결속력을 더욱 단단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서울체와 나눔체를 선보일 수 있었던 점이 자랑스럽다. 윤디자인연구소에서 개발한 서울체는 서울시의 각종 공공 디자인 시설물에 사용되면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낼 수 있다고 본다. 네이버가 무료 배포한 기업의 공익 정신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타이포그래피는 다른 분야와 결합하면 다양한 형태의 문화로 전개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콘텐츠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의 문화적 잠재성과 예술성을 국제 무대에 선보일 수 있는 자리였고, 디자인 역량 또한 개최국으로서 부족함이 없음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한글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