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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바버오스거비 재스퍼 모리슨 이후의 영국 디자인


바버오스거비
1969년 브리튼에서 태어난 에드워드 바버와 제이 오스거비가 1996년 런던에 세운 디자인 스튜디오. RCA에서 건축을 전공했지만 우연히 줄리오 카펠리니의 눈에 든 뒤로 가구 디자인, 산업 디자인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활동 중이다. 카펠리니, 플로스, 비트라, 베니니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작업하고 있다.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재스퍼 모리슨을 잇는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주목받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 디자인 공모전에 당선되기도 했다. 사진 왼쪽이 에드워드 바버, 오른쪽이 제이 오스거비. 이들이 앉아 있는 의자가 팁톤이다. www.barberosgerby.com


룹 테이블 플라이우드를 접어서 만든 테이블이다. 이 작업으로 줄리오 카펠리니와 재스퍼 모리슨의 눈에 띄었다.


1992년 RCA 건축학과에서 만난 에드워드 바버(Edward Barber)와 제이 오스거비(Jay Osgerby)는 학교 과제를 같이 했는데 유독 죽이 잘 맞았다. 이들은 1996년 100% 디자인 런던 전시에서 조그만 부스를 빌려 룹(Loop) 테이블을 선보였다. 이때 카펠리니(Cappellini) 아트 디렉터 줄리오 카펠리니(Giulio Cappellini)와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이 그들의 작업에 매료됐으며 카펠리니와 이소콘 플러스(Isokon Plus)에서
생산까지 하게 됐다. 흥분되게도 단번에 주류 디자인 세계로 진입한 것이다. 이들은 곧바로 런던에 자신의 성을 합쳐 ‘바버오스거비(BarberOsgerby)’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건축, 인테리어 같은 공간 디자인부터 산업 디자인, 가구 같은 제품 디자인까지 모두 아우르는 이들은 현재 50여 명의 직원을 이끄는 영국의 주요 디자인 스튜디오로 성장했다. 물론 성공적인 데뷔 이후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찾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줄리오 카펠리니가 ‘괜찮은 젊은 디자이너’라며 이들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플로스(Flos), 마지스(Magis), 베니니(Venini) 등 이탈리아의 유명 가구 브랜드와 작업할 수 있었다. 영국다운 실용성과 실험성이 절묘하게 결합된 이들의 디자인은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으로 평가받는다. “우리가 디자인한 제품을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대를 물려 사용하기를 바란다. 영국에서는 할머니가 탁자를 살 때 나중에 손자에게 물려줘야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튼튼하고 견고하면서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목표로 작업한다.” 지난 3월 말 비트라(Vitra)의 팁톤(Tip Ton) 의자 홍보를 위해 방한한 바버오스거비의 말이다. 이들이 세계 디자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건 바로 2011년 비트라와 함께 공개한 학교용 의자 팁톤 때문이다. 사람이 집중할 때 책상 앞으로 몸을 기울인다는 사실을 반영해 의자가 앞뒤로 움직일 수 있게 디자인했다. 의자 다리 부분에 살짝 각도를 주었을 뿐인데 의자는 신기하게도 학생의 움직임에 자연스레 반응한다. “우리는 디자인할 때 리서치부터 한다.
리서치가 가장 중요하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떤 니드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 스타일링은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팁톤 의자는 색상, 환경, 가격 등을 고려해 플라스틱으로 제작했다. 비트라가 만든 금형 중 가장 복잡다단한 금형이 필요했다. “단순하지만 단순한 걸 설명하기가 더 어려울 때가 있다.” 이 영국 남자들이 웃으며 말한다. 팁톤 의자를 만들며 학생용 책상에도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은 그들은 내친김에 맵(Map) 책상도 디자인했다. 책상 다리를 모서리에 딱 맞게 만든 게 아니라 팁톤처럼 다리 각도를 살짝 비틀어 여러 가지 공간 레이아웃이 가능하게 한 디자인이다.

올해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전 세계가 이들의 디자인을 지켜본다. 바버오스거비가 올림픽 성화를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삼각 기둥 형태로 만든 이번 성화는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Faster, Higher, Stronger)’라는 올림픽 표어에 담긴 세 가지 스포츠 정신과 1908년, 1948년에 이어 영국에서 세 번째로 개최되는 올림픽을 동시에 상징한다. 표면에 뚫린 8000개의 구멍은 성화 봉송에 참여하는 8000명을 의미한다. 이 구멍은 가벼운 성화를 만드는 데도 단단히 한몫했다. 눈이나 비 같은 예측할 수 없는 기상 상황에 모두 대처할 수 있도록 BMW연구소에서 혹독한 가상 실험까지 거쳤다. 조사와 실험을 중시하는 바버오스거비의 면모가 드러나는 일화다. 이 작업으로 바버오스거비는 명실상부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다. 재스퍼 모리슨 이후 영국 디자인을 이끌 기대주로 주목받는 이들은 영국 디자인의 단순함과 실험성, 실용성뿐만 아니라 영국식 유머까지 갖췄다. 둘이 업무 분담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한 사람은 차(茶)만 만든다”고 대답한다. 그게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글: 임나리 기자, 인물 사진: 한도희(피움 스튜디오), 사진 제공: 바버오스거비


1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 디자인 80cm 긴 막대기 모양의 이 성화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8000개의 구멍을 뚫었다. 이 구멍은 성화 봉성에 참여하는 8000명을 의미한다. 내부 구조를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2 H&M 외관 스웨덴 SPA 의류 브랜드인 H&M의 외관 디자인이다. 옷을 판매하는 회사라 섬유를 디자인 콘셉트로 잡았다. 알루미늄을 접어서 직물의 주름을 표현해 시간에 따라 빛의 반사 효과가 달라지는 걸 보여주려 했다.
3 탭(Tab) 조명등 플로스를 위해 2008년 디자인했다. 바버오스거비의 작업 중 최초의 대량생산 작업이라 의미가 크다. 알루미늄을 종이 접듯이 디자인했다.
4 아이리스(Iris) 테이블 영국 가구 디자인의 자존심 이스태블리시드 & 선스(Established & Sons)를 위해 2008년 선보인 작업이다. 알루미늄 조각을 조립하면 원형 테이블이 된다. 하나씩 조립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오래 걸리지만 색이 한 단계씩 그러데이션된다. 유리 상판을 얹어 바닥을 잘 볼 수 있게 했다. 눈동자를 닮아 ‘아이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1 소니 전시 설치 작업 2010 밀라노 디자인 위크 때 소니를 위해 만든 전시장. 울림 없이 에워싸는 공간을 만들어 주위 소리를 제거하고 스피커처럼 생긴 조명에만 감각이 집중되게 만들었다. ‘소리 풍경’을 보여주는 전시.


2 필로(Filo) 소파 개인을 위해 만든 맞춤형 소파다. 기존의 소파 개념에서 벗어나 나무틀만 제작하고 그 위에 몇 개의 소파 커버를 얹었다. 기분에 따라 소파 커버를 쉽게 바꿀 수 있다.
3 포핀스(Poppins) 우산꽂이 마지스를 위해 디자인한 이 우산꽂이는 샴페인을 보관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4 란테른 마린(Lanterne Marine) 2009년 베니니를 위해 만든 꽃병으로 한정 제작했다. 색상 조합이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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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임나리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2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