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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캠퍼스 너머의 디자인 교육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한국의 디자인 교육
디자인 교육을 받는 당사자인 학생들은 현재 교육 방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월간 <디자인>은 재학생 3명, 졸업생 3명과 함께 디자인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들의 대화를 통해 미약하게나마 디자인 교육이 처한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디자인과 학생들의 고민
토익 점수와 공모전, 인턴십 등 이른바 스펙 쌓기 양상이 과열되면서 ‘낭만이 넘치는 캠퍼스’는 이제 옛 말이 되어버린 듯 하다. 지금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느끼는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고 디자인 교육이 얼마나 이들의 갈증을 잘 해소해주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엄정헌 학교를 다니다 보면 예전에 비해 학생들 간의 교류가 줄어든 것이 느껴집니다. 학생들끼리 디자인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대부분 자기 관심 분야나 진로, 혹은 생계 문제에만 집중하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것이 부족해 아쉬워요.
조중현 저는 요즘 주변에서 졸업에 임박해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을 많이 봅니다. 반드시 취업을 해야 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어디로 어떻게 취업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정경희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의 경우 안정된 직장을 들어갈 것이냐, 혹은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의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를 선택할 것이냐를 많이 고민합니다. 더러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경우도 있어요. 저는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음악 관련 앱 서비스 회사를 창업한 적도 있습니다.
허영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지금 공부하는 디자인이 과연 내게 맞는 것인지 가늠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한 분야를 심도 있게 가르치기보단 광범위한 영역을 개론 수준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충분한 경험을 맛보지 못한 학생들이 졸업 후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방황하게 되는 거죠. 좀 더 심화된 수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구모아 저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에요. 지금 학교의 커리큘럼 대부분 분야별로 맛만 보는 수준에 그칩니다. 서체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이후 디자인 워크숍이나 학원 등을 찾아 다니며 스스로 공부할 길을 찾아야 했어요. 학교의 역할이 단순히 방향 제시 정도에만 그친다면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엄정헌 저는 오히려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대학이 기본적인 방향 제시만큼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깊이 있는 수업 못지 않게 디자인의 흐름과 방향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 역시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하고요.
정용채 저 같은 경우에는 1학년 때는 웹 디자인과 영상, 2학년 때는 타이포그래피, 3학년 때는 편집 디자인 이런 식으로 관심 분야가 바뀌었습니다. 저처럼 자주 관심사가 바뀐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수업방식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 분야가 정말 내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학을 이용해 인턴이나 워크숍, 동아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었어요. 이를 통해 어느 정도 현장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엄정헌 하지만 저는 수업 안에서도 실무와 관련해 학생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포트폴리오를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방법이나 공들여 만든 디자인의 저작권을 지킬 수 있는 방법 등을 가르쳐줬으면 합니다. 취업의 당락이나 실무에서의 프로젝트 성사가 작은 차이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실무와 동떨어진 학교 수업에 아쉬움이 남을 때가 많습니다.

교육과 현장의 괴리, 어떻게 메워야 할까.
많은 신입 디자이너들이 가장 많이 겪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이론과 실무 사이에 괴리감이 아닐까 싶다. 이제 갓 현장을 경험하고 있거나 인턴십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실무를 경험한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들어보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조중현 인턴십을 통해 실무를 경험하다 보니 종종 회사에서 기본기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군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현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적용되기도 합니다. 일례로 학교에서는 금기시되던 폰트를 실무에서 써야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현장의 격차를 어디에서부터 줄여 나가야 하는지 몰라 답답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정용채 말씀하셨듯 학교와 실무의 온도 차를 극복할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현재는 산학 프로젝트가 그런 점을 어느 정도 보완해주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학교 안에서도 실무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이 적절히 배합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중현 학교에서는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가르치지만 기업에서는 기업 나름대로 디자이너들에게 원하는 자세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와 달리 기업에서는 어느 정도 강제성도 존재하고요. 따라서 학교가 실무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구모아 사실 회사마다 색깔이나 문화, 일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잖아요? 저는 어느 정도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학생들이 너무 수동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졸업 이전에 외부에서 인턴 생활이라도 해봤다면 괴리에서 오는 충격을 조금은 덜 수 있을 텐데 말이죠.

학생들이 원하는 디자인 교육의 방향성
이론, 실무, 취업 교육. 사회가 변화하면서 대학의 역할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어쩌면 만능이 되고자 하는 대학의 순수한 노력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생들이 학교에게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허영은 저는 학부에서만큼은 내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자신만의 시선을 갈고 닦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모아 사실 디자인이라는 것 자체가 정답이 없는 분야잖아요. 따라서 학교에서는 하나의 관점만 고집하기보단 학생들 나름의 시각과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 같아요.
허영은 다른 디자인과 친구들과 포트폴리오를 보다가 서로 비슷해서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학교마다 특색 있는 커리큘럼을 마련해놓지 않은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확고한 교육 철학을 갖고 오랜 기간 커리큘럼을 숙성시키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지나치게 트렌드에 의존해 수업 내용을 자주 바꾸기 때문 같아요.
조중현 획일적인 커리큘럼이나 학생들의 개성 없는 포트폴리오 양산 저변에는 현행 입시 제도의 문제도 있단 생각을 합니다. 디자인 교육이라는 것이 교수님들의 관점을 그대로 익히는 것이기도 한데 우리나라 수험생들의 학교 선택기준은 교수의 스타일이나 학교의 교육 철학보단 입시 성적에 주로 맞춰져 있으니까요.
허영은 작품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단 학생마다 개성을 존중해주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설득력 있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줬으면 합니다. 학생들끼리 디자인을 주제로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도 지원해 줬으면 하고요. 학생들끼리 교류가 더 활발해진다면 서로 훌륭한 자극제가 될 것 같습니다.
구모아 실무에 나와보니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디자이너에게 중요하다는 걸 실감해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수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실마리 역시 학생들 사이의 활발한 교류에서 찾을 수 있단 생각도 드네요.
정용채 앞으로 특색을 갖춘 디자인 대안 학교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각 분야에 대한 특성화된 교육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로서 말이죠. 예를 들어 타이포그라피는 히읗, 영상은 브이다스(VDas) 이런 식으로 말이죠. 이런 교육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지금 대학의 디자인 교육기관과도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요?
정경희 저는 디자인 역사나 이론에 대한 교육도 수반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컵 하나를 디자인하더라도 다양한 리서치가 기반이 되어야 하듯이 다양한 이론과 역사 수업이 디자인을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외에도 디자인에 대한 경험치를 높여 줄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지길 바랍니다.


1 엄정헌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3학년 재학 중
2 조중현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4학년 재학 중
3 정경희
홍익대학교 시각 디자인과 4학년 재학 중
4 허영은
UX디자인 전문회사 더블 닷 디자이너.
2013년 사디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졸업
5 구모아
산돌커뮤니케이션 서체 디자이너.
2011년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졸업
6 정용채
삼성전자 UX 디자이너.
2009년 사디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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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3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