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앉아있는 의자는 마누파쿰 www.manufakum.com
두 분 모두 잡지 발행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조수용 대표님은 매거진 B 그리고 윤종신 대표님은 <월간 윤종신>의 발행인이죠. 또 두 잡지 모두 기존 잡지 비즈니스의 룰을 따르지 않고 시장에서 자리 잡았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먼저 매거진 B는 광고 없는 잡지, 브랜드 다큐멘터리라는 콘셉트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뮤지션 윤종신의 음반 프로젝트로 시작한 <월간 윤종신>은 2012년 9월호부터 본격적인 잡지 형태의 앱 매거진을 선보였어요.
조수용 처음에 제가 잡지를 하겠다고 할 때 많은 분들이 걱정하셨어요. 종이 잡지가 점점 생활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잡지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과월호가 되어도 없어지지 않고 사고 싶은 잡지를 만든다면 망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저라면 그런 잡지를 나중에라도 살 것 같았죠. 그런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윤종신 2010년은 제가 음악을 하기 시작한 지 20년째 되던 해였어요. 뮤지션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음악으로 먹고살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묘수를 찾았지만 묘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일단 부지런히 음악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게 <월간 윤종신>입니다. 마침 그때 제가 SNS를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동시에 소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이 사람들에게만이라도 내 음악을 알리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당장의 실리를 추구했다기보다는 저와의 작은 약속이었죠. ‘지칠 때까지 한번 해보자’라는 각오였어요.
<월간 윤종신>은 2013년부터 ‘이달의 앨범 아트’코너를 통해 매달 일러스트레이터를 선정하고 윤종신을 모티브로 한 그림을 선보였습니다.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고요. 이달의 앨범 아트가 <월간 윤종신>에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세요?
윤종신 처음 시작할 때 <월간 윤종신>은 철저하게 오디오 프로젝트였습니다. 음악을 매월 정기적으로 음원 사이트에 올리는 게 전부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듣게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시각적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몇 달 동안 음원만 노출했더니 정말 제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 외에는 아무도 안 듣더라고요. 그래서 청각 외에 시각적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안성진 사진가와 함께 제 사진 한 장으로 앨범 커버를 만들었고, 지금은 미스틱89의 콘텐츠 팀 소속이 된 ‘오프비트(Obeat)’라는 팀이 뮤직비디오 제작을 도왔어요. 음악을 널리 알리기 위해 디자이너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눈에 보이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습니다. 제 사진만으로 앨범 재킷을 만든 지 3년째 접어드니까 저도 지겹더라고요. 그리고 안성진 실장은 이제 제 얼굴을 어떻게 찍어도 새롭게 찍을 자신이 없다고 하더군요.(웃음) 그러던 중 제 아내가 운영하는 카페에 그림 그리는 분들이 많이 와서 관심을 갖게 됐고, ‘1990년대에 화실을 다니면서 제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던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그들은 윤종신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트 디렉터를 맡아준 이강훈 씨에게 작가 섭외를 부탁했습니다. 다행히 12명은 있더라고요. (웃음) 그렇게 해서 저를 주제로 한 12장의 그림으로 2013년 <월간 윤종신>을 꾸렸어요.
제이오에이치는 직원 채용부터 개인 공간 구성, 연봉 지급 방식 등 회사 운영 방식이 특별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원이 직접 연봉을 정한다 라는 얘기도 그중 하나인데, 상당히 진보적이고 파격적이지만 이 합의를 끌어내기가 쉬울 것 같지 않거든요. 어떻게 조율하시나요?
조수용 외부에서는 제이오에이치를 ‘크리에이터의 파라다이스’쯤으로 생각하실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일단 연봉부터 말씀 드리면 본인이 정하는 대로 회사가 준다고 얘기한 적은 없어요. 그런 회사가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적어도 연봉에 대한 출발점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보통은 회사가 주도권을 갖고 연봉을 책정하지만, 제이오에이치에서는 본인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따져보고 회사와 얘기할 수 있다는 의미예요. 원하는 만큼 준다는 뜻은 아니고요. 그리고 모든 직원이 함께 채용 면접을 본다는 건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회사 직원이 늘어난다는 건 내 일을 덜어줄 사람이 생겨서 좀 더 편해지는 부분도 있고, 공동체 결속력이 클 경우에는 인센티브나 몫을 나누어야 하는 사람이 한 명 더해진다는 생각도 할 수 있어요. 전자의 경우는 단순히 직원일 뿐이고, 후자는 사업을 함께 꾸려가는 파트너십 성격이 강하죠. 말할 것도 없이 후자가 훨씬 긍정적이에요. 같은 버스를 타고 가는데 한 명을 더 태우면 버스가 느려질 수도 있죠. 이럴 때 한 명을 더 태울지, 태운다면 누구를 태워야 할지 직원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면접에 참여하지 않아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그렇게 새로운 직원이 합류하고 나면 느낌이 남달라요.
매거진 B와 <월간 윤종신>의 운영 방식과 수익 구조도 궁금합니다. 큰 이익을 바라고 시작한 일은 아닐 것 같은데, 그래도 기본적인 수익이 나야 선순환이 될 텐데요. <월간 윤종신> 최근 호를 보니까 맨 뒤에 광고도 있던데요? 조수용 대표님은 얼마 전 광고 있는 페이퍼 B를 시작하셨고요.
조수용 지금까지 그 어떤 일도 성공을 바라지 않고 한 적은 없어요. 저는 큰돈을 벌려고 한 거거든요. 제발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웃음) 매거진 B가 오래 살아남는 책이 되려면 한 달짜리 인생을 살지 않아야 했어요. 그런데 광고는 순간순간 작동하잖아요. 매거진 B는 한글판과 영문판을 똑같이 발행하는데, 현실적으로 영문판에서는 광고가 읽히기 어려운 점도 있어요. 또 잡지 한 권 자체가 특정 브랜드의 광고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광고를 배제했습니다. 그래서 잡지지만 단행본처럼 보여요. 반면에 국내 브랜드를 대상으로 하는 페이퍼 B는 대기업 브랜드뿐만 아니라 매체 광고를 생각지 못하는 작은 브랜드를 함께 소개합니다. 페이퍼 B는 이런 작은 브랜드를 알리는 역할을 해요. 그리고 이런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노출되기 원하는 브랜드의 광고를 넣고 있어요. 페이퍼 B가 국내용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그리고 매거진 B는 과월호라는 개념이 없어요. 2년 전에 나왔든 지난달에 나왔든 좋으면 사는 잡지니까요. 잡지라는 형식으로 매달 내느라 힘들고 바쁘지만 시장에 나간 이후의 속도는 느려져서 천천히 팔려요.
윤종신 과월호가 없다는 점도 공통점이네요. 최근에 <월간 윤종신>을 알게 된 분들이라도 이전 호까지 다 챙겨 듣고 애독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유지만 돼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4년이 지나니 이윤을 남겨볼까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아카이브가 쌓이면서 엄청난 파워가 생긴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부지런함에 대한 보상은 오래 버틸수록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 브랜드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뮤지션은 이름 자체가 브랜드일 수밖에 없고, 데뷔 이래 지금까지 보여준 활동 그 자체가 브랜드를 구축해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월간 윤종신>의 최종 목표는 1인 미디어가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종신 가수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제일 힘든 일은 기획사에 들어가는 거예요. 기획사의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스타가 된다는 건 지금도 변하지 않는 공식이에요. 그런데 음악을 알리기 위해 수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해야만 오랫동안 노래를 할 수 있다면 가수라는 직업이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곡하고 노래하는 것 외에 음악을 알리기 위한 소모적인 활동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죠. 물론 신인 가수였다면 어려웠겠지만 다행스럽게 저는 지금까지 뮤지션 윤종신에 대한 이미지를 쌓아왔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노래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있는 잔가지를 쳐내려고 했어요. 일종의 직거래 같은 거죠. 제 음악이 나왔다는 걸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SNS의 도움과 영향이 컸어요. 저 스스로를 ‘윤종신’이라는 기업으로 볼 때, <월간 윤종신>은 미래를 염두에 두고 만든 연구실이라고 할 수 있죠. 처음부터 창대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버티기’와 ‘계속하기’가 만들어낸 결과예요. 하다 보니 점점 발전하고 순발력도 생겼어요. 앞으로는 이익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수용 대표님은 NHN에서 디자인과 마케팅을 총괄했습니다. 아마도 미디어에 종사하는 디자이너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자리였을 것 같은데요. 창업을 결심한 이유가 내 브랜드를 갖고 싶어서라고 하셨어요. 여러모로 또 당연하게도 매거진 B나 일호식, 세컨드키친 등은 조수용의 취향과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이오에이치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조수용 저 개인의 브랜드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디자인을 전공했고 브랜드와 마케팅이라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말로 디자인이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진짜 중요해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데도 말이죠. 결국에는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비즈니스가 좋은 비즈니스인데, 그때 꼭 디자인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제가 매거진 B를 통해 증명하고 싶었던 건, 좋은 기업이나 좋은 브랜드는 만드는 사람부터 그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 그리고 그걸 쓰는 소비자까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좋은 식당에 가보면 주인은 돈을 많이 벌어서 좋고, 직원은 거기서 일하는 게 명예로워서 좋고, 손님은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면서 행복해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이제까지 기업이나 브랜드를 그렇게 바라본 적이 없거든요. 기업이 돈을 벌면 소비자는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고요. 저는 모두가 행복한 상황을 만드는 그 장면을 바랍니다. 아직은 한참 멀었지만 기업과 소비자 모두 그런 장면을 위해 노력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브랜드를 갖고 싶다기보다는 좋은 브랜드의 원형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뭐냐고 물으신다면 매거진 B에서 소개하는 브랜드처럼 되는 거예요.
지금까지 두 분이 보여준 행보는 누구나 좋아하는 주류나 A급이 되기보다는 특별한 사람만 좋아하는 B급이 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윤종신 세상에는 A도 있고 B도 있고 C도 있겠죠. 어느 분야든 항상 분류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정체성을 묻죠. 제가 처음 예능을 한다고 했을 때의 반응도 그랬어요. ‘가수가 그게 뭐야’ 하고 말이죠. 그런데 가수가 예능을 하지 말란 법은 없잖아요. 저는 예능을 하지 않겠다는 선서 같은 것을 한 적이 없거든요.(웃음) 저는 A급, B급은 없다고 생각해요. 각자 주체가 다를 뿐이죠. 기본적으로 창작물은 평행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인기나 판매량은 수직적이겠지만. 제가 주류의 방법이 싫어서 따르지 않는 건 아니에요. 아이돌을 내세운 대형 기획사들에서 배울 점이 정말 많아요. 저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그런데 저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는 거죠. 그들과 같은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창작자 입장에서 제가 만든 노래가 ‘국민 가요’가 되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만약 제게 ‘국민 가요’를 만들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힘들고 끔찍한 일이에요. 저는 취향 산업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에요. 저와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많은 건 좋지만, 불특정 다수를 만족시키는 음악을 만들기는 어렵죠. 결국 저는 저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위한 노래를 만드는 거예요.
조수용 지난번에 ‘존재감 있는 비주류’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그 말이 정말 멋졌어요.
윤종신 존재감 없는 비주류는 너무 비참할 것 같아요.(웃음) 주류는 150굉장히 바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잖아요. 그런데 비주류는 그렇지 않아요. 저도 비주류인데 매일 TV에 나오잖아요.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조수용 저는 ‘의식 있는 소수’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이에 대한 반대말은 ‘아무 생각 없는 대중’이에요. 아무 생각 없는 대중보다는 의식 있는 마이너 그룹에 속하고 싶은 게 사람들의 본능이라고 생각해요. 불특정 다수가 모두 좋아하는 건 매력이 없고, 의식 있는 소수가 좋아하는 게 의미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애플을 쓰는 사람은 더 이상 소수가 아니라 다수임에도 애플은 여전히 마이너 감성을 유지하고 있잖아요. 저는 뮤지션으로서 윤종신이라는 브랜드는 <월간 윤종신>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월간 윤종신>을 전후로 가수 윤종신을 좋아한다는 의미와 이미지가 다르거든요. 지금 윤종신을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알고 좋아하는 그 느낌? 그 포인트를 찾는 게 굉장히 어렵지만 비즈니스에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그게 바로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그 지점은 매거진 B에서 다룬 브랜드들의 공통점이기도 해요.
일단 두 분의 브랜드는 사람들의 주목과 호응을 얻어 시장과 독자에게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은데요.
윤종신 매달 음악을 만드는 일은 정말 치열합니다. 그래서 음악을 대하는 저의 태도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일단 음악 소재는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혹시라도 별다른 아이디어나 소재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 ‘아무 생각 없다’는 노래를 만들면 되거든요. 그게 제 마인드예요. <월간 윤종신>은 아직 흑자가 아니에요. 제가 알고 지내는 뮤지션들의 품앗이로 만들어가고 있죠.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 출연료와 제가 지금까지 만든 노래의 저작권료로 <월간 윤종신>을 꾸려가고 있어요.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게 희망이에요.
조수용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제이오에이치가 크리에이터의 파라다이스쯤으로 마냥 좋아 보이는 게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저희가 하는 일이 굉장히 다양한데, 이 말을 거꾸로 하면 어디서든 이방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또 기대를 해주시는 만큼 결과에 대한 압박이 큽니다. 특히 일호식이나 세컨드키친 같은 식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다른 곳에서는 신경 쓰지도 않는 부분까지 따져보고 기준에 못 미치면 제게 메일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하고 실수하면 안 되니까 한 번 더 보게 되지요. 사실 특정 클라이언트의 취향에 맞추는 건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절대적인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쏟아야만 합니다. 그때가 가장 즐거운 순간이기도 합니다만. 우아해 보이는 모습 뒤에는 이런 치열함이 있지만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저와 같은 마음이라 다행이에요.
최대한 오랫동안 일 잘하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수용 저도 지금 그게 제일 궁금한데요. (웃음) 얼마 전에 어떤 분이 그러셨는데 사람은 누구나 다 똑같은 고민을 한 번씩은 한대요. 나는 누구이고, 왜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같은 것에 대해서요. 그래서 생각해보니 정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 같아요. 일단 태어났으니 좋은 영향을 주고 죽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보면 삶의 가치관과 기업의 가치관이 같은데요. 제이오에이치는 제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나누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그런 회사일 때 많은 분들이 저희를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고, 조금 힘들더라도 동료들과 함께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하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하나만 하자면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진짜 식구가 되는 거예요. 모든 일이 거기서 출발하고 거기서 끝난다고 믿습니다.
윤종신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제 경험에서 비춰봤을 때, 윤종신이 음악계에서 20년 동안 살아남은 이유는 이것 같아요. ‘목숨 걸지 마라, 세상에 목숨 걸 만한 일은 없다.’ 음악을 사랑하고 열심히 만들지만, 저는 음악보다 가족을 더 사랑해요. 음악이 최고가 아니에요. 그래서 즐길 수 있었어요. 음악에 목숨까지 걸진 않지만 항상 ‘촉’은 열어둡니다. 힘을 빼고도 모티브는 얻어요. 생활화되어 있는 안테나 같다고 할까요? 안테나는 항상 켜고 있지만 절대 다 소진시키진 않습니다. 역작을 남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좋은 답이 될 수 없겠지만, 어떻게 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목숨 걸지 마라, 편안하게 흐름에 몸을 실어라.’ 저는 그렇게 해왔던 것 같아요. 음악이나 방송 소재가 될 만한 건 계속 지켜보고 느낌을 기억하고 메모합니다. 그러나 저의 모든 것을 소진할 것 같은 작업은 하지 않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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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용 NHN에서 네이버의 브랜드 마케팅과 디자인을 총괄하다 독립해 2011년 4월 제이오에이치(JOH)를 설립했다. 건축, 인테리어, 제품, 미디어 등 디자인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브랜드 디자인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이라는 콘셉트로 광고 없는 잡지 매거진 B와 특정 분야에 대한 국내 브랜드 시장을 살펴볼 수 있는 페이버 B를 발행한다. ‘매일 먹는 좋은 식사’를 콘셉트로 한 식당 ‘일호식’과 아메리칸 다이닝 레스토랑을 표방한 ‘세컨드키친’을 운영한다. www.johcompany.com 윤종신 뮤지션이자 음반 제작자, 예능인이며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음악을 만들면서 기획사 미스틱89 프로듀서로 음반을 제작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2010년 3월부터 매달 디지털 싱글로 발표하던 <월간 윤종신>을 2012년 9월호부터 잡지 형태의 앱 매거진으로 발행하고 있다. www.mystic89.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