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전시의 첫 시작을 여는 서도호 작가의 작품. 몽테뉴가 30번지에 위치한 디올의 쿠튀르 하우스를 패브릭 작업으로 표현했다.
아름다움에 관한 한 무슈 디올은 독보적인 존재였다. 어머니와 정원에서 장미 가꾸기를 즐기던 어린 시절부터 갤러리를 열고 수많은 예술가와 교류하던 때를 지나 디자이너로 활동한 평생동안 그에게 아름다움은 명백하고 당연하면서도 거의 도덕적인 것처럼 여겨졌다. 허리를 잘록하게 강조하고 골반의 곡선을 부각시키며 가슴 라인을 살린 획기적인 실루엣은 여성을 꽃보다 더 활짝 피우게 했고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색이라 불리는 골드 핑크와 럭셔리의 정교함을 상징하는 금색 자수는 세련되고 순수하게 여성의 얼굴에 환한 빛을 더했다. 이처럼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이어오고 있는 크리스챤 디올의 놀라운 세계를 선보이는 전시가 6월 20일부터 8월 25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다. <에스프리 디올 - 디올 정신>전은 1947년 첫 컬렉션이 탄생한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좋은 것, 뛰어난 것, 아름다운 것만 선보여온 패션 하우스 디올의 명성과 비결을 총 1가지 디자인 테마로 나누어 보여주는 전시다.
디올 가든 “세상에서 여성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존재는 꽃이다”라고 했던 디올의 꽃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여기서 총 10가지 테마는 곧 좋은 디자인이 탄생할 수밖에 없는 필요충분조건을 드러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디올 얼루어’는 디자인은 반드시 시대와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성의 곡선을 강조한 ‘뉴룩’의 탄생 배경을 엿보게 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피폐한 환경과 분위기에서 다시금 여성들에게 미적 욕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디자인한 뉴룩은 전쟁, 경제난의 여파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삶의 여유와 우아함을 즐기고 싶었던 여인들에겐 벨 에포크(좋은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묘약이었다. 이후 크리스챤 디올은 10년에 걸쳐 매 시즌 현대 복식사를 다시 쓰게할 만큼 새로운 라인을 선보였으며 뒤를 이은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과 존 갈리아노 (John Galliano), 라프 시몬스((Raf Simmons) 역시 디올의 스타일을 계승하면서 현대적 감각에 맞게 해석해냈다. 좋은 디자인을 말하는 레퍼토리에서 심미성 또한 빠질 수 없다.
베르사유: 트리아농 마리 앙투아네트 시대와 베르사유 궁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컬렉션. 무슈 디올은 자신의 쿠튀르 하우스를 18세기 분위기로 꾸미길 원했다.
‘디올과 예술가 친구들’ 테마에서는 겨우 23세의 나이에 갤러리를 열며 수많은 대가의 작품을 전시한 디올이 살바도르 달리, 장 콕토 등의 예술가와 우정을 나누며 취향을 정립하던 시기를 보여준다. 부모님의 반대로 건축가의 꿈을 포기한 디올은 이후에도 예술에 대한열정을 키워나갔으며 마침내 패션 디자이너로 활약하며 단순한 예술 애호가가 아닌 그 자신이 진정한 예술 작품을 탄생시키는 경지에 이른다. 이 같은 배경에서 무슈 디올의 예술적 감수성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터. 그의 뒤를 이은 디올 하우스의 디자이너들 역시 이 전통을 유지하며 다양한 작가들과 예술적 유대감을 이어 오고 있다.
한편 디자인에서 절대로 유행에 휩쓸리지 않을 단 하나의 원천이 있다면 바로 자연이라는 모티브일 것이다. ‘디올 가든’ 섹션에서는 꽃과 꽃이 지닌 시적인 아름다움, 향기에 매료되며 “부드러운 어깨와 풍만한 가슴, 가느다란 허리에 꽃봉오리처럼 풍성한 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많아지길 바랐던 디올의 꽃을 모티브로 한 컬렉션을 선보인다. 크리스챤 디올이 향수의 절대적인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도 바로 자연을 통해서였다니 그는 자신의 행운의 마스코트인 은방울꽃으로 ‘디올리시모’ 향수를 만들고 향수 보틀을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다.
1 쟈도르 프랑스 스타일의 럭셔리함과 견고함을 보여주는 금빛 컬렉션. 무슈 디올은 금빛 자수로 드레스 라인을 강조하거나 소재에 화려함을 더했으며 향수 쟈도르는 날씬한 병목에 금사를 둘렀다.
2 파리 1947년 크리스챤 디올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패션쇼에서 선보인 뉴룩으로 <에스프리 디올 – 디올 정신> 포스터에 등장하는 의상이기도 하다.
라프 시몬스 역시 자신이 처음으로 맡은 컬렉션(2012 F/W)에서 벽부터 천장까지 런웨이 공간의 인테리어를 모두 생화로 뒤 덮으며 실제 자연의 색감은 물론 향기까지 느낄 수 있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핑크에서 레드로’를 주제로 한 전시에서는 부드러운 핑크에서 강렬한 레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컬러의 장미에서 영향을 받은 디올의 미니어처 드레스와 뷰티용품을 진열했다. 박기원 작가의 조명 설치작품 ‘선샤인Sunshine’과 더불어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형태부터 향기, 색상으로 표현한 디올의 자연 친화적인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파리’, ‘디올 아뜰리에’, ‘미스 디올’, ‘베르사유: 트리아농’, ‘쟈도르’ 등 총 10개의 디자인 테마는 1947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크리스챤 디올이 독보적인 우아함과 화려함으로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여기에 각 테마에 맞게함께 전시하는 서도호, 이불, 김혜련, 김동유, 박기원, 박선기 등 한국의 주요 아티스트 6명의 작품은 패션 이상의, 진정한 예술 작품으로 디올의 정신을 되짚어보게 할 것이다.
패션과 예술의 환상 모음집, 크리스챤 디올의 서울 단독 부티크
지난 6월 20일 청담동에 문을 연 크리스챤 디올의 부티크는 프랑스 건축가 크리스챤 드 포르잠파르크(Christian de Porzamparc)가 설계한 것으로 마치 박스에서 드레스를 꺼내는 듯한 형상의 외관부터 남달랐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불 작가의 거대한 은빛 샹들리에. 예술을 사랑하는 건축가 피터 마리노(Peter Marino)는 바닥에 깔린 카펫부터 커튼, 의자, 매장 곳곳에 놓인 소품 하나에 이르기까지 화려함과 우아함의 극치로 내부를 디자인하며 패션 하우스 디올과 다양한 아트 피스의 역동적이면서도 조화로운 만남을 보여줬다.
가죽 액세서리 제품이 진열된 1층부터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e)의 카페가 위치한 5층까지 모두 디올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독보적인 공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4층의 전시 공간에서는 디올의 시그너처 백인 ‘레이디 디올’을 다양하게 표현한 세계 여러 나라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지하 1층에는 최초의 단독 옴므 부티크가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크리스챤 디올은 이번 오픈을 기념해 국내에서만 판매하는 리미티드 컬렉션을 출시, 서울 부티크의 유니크한 건축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레이디 디올’도 만나볼 수 있다.
- 디올의 정수를 만나는 디자인 테마 10가지 <에스프리 디올 - 디올 정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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