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스튜디오 보이어 이화영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 속 한 장면처럼, 플라워 숍 마담
몇 달 전 어버이날 선물을 고르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다 우연히 발견한 플라워 숍 마담Madame. 사진만 보고 선물을 주문한 후에도 그 피드를 떠날 수 없었다. 지금껏 꽃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식물의 자연스러운 색채와 형태가 모여 만들어내는 조화를 보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화병까지 꽃과 한 몸처럼 어우러진 모습에서 플로리스트의 섬세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방문한 플라워 숍은 예상치 못한 위치에 숨어 있었는데, 조그만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난생처음 보는 꽃들이 아름다운 화병들과 함께 벽에 진열되어 있었다. @kkot.madame(인스타그램)
황홀한 모티프가 가득한 PIE 인터내셔널
PIE 인터내셔널은 일본 출판사로, 주로 디자인과 예술 관련 서적을 만든다. 출판사 이름인 ‘파이PIE’는 ‘Pretty’, ‘Impressive’, ‘Entertaining’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인데, 이름과 같이 눈부실 정도로 예쁘고 장식적이며 섬세한 이미지를 소재로 책을 만든다. 책의 디자인과 만듦새 역시 무척 세심해 책을 보기만 해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황홀한 느낌이 든다. 몽환적이고 다소 소녀적인 취향이기는 하나 동서양의 다양한 예술과 디자인 관련 소재를 풍부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PIE 인터내셔널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pie.co.jp
아이헤이트먼데이 대표 홍정미
아보카도 자몽 샐러드와 유니크한 쇼핑을 동시에, 뮤제드스컬프
우연히 동네를 산책하다 알게 된 합정동의 뮤제드스컬프는 편집숍이다. 단지 예뻐서 좋아하는 건 아니다. 이곳에서 만든 아보카도가 들어간 신선한 자몽 샐러드와 고소한 바닐라 빈 커피가 훌륭하고, 금세 유럽의 한 마을로 여행 온 것만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예쁜 마당에 잘 자란 초록색 화분이 놓인 주택을 멋지게 리디자인한 뮤제드스컬프. 평소 한국에서 보기 힘든 옷이나 신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그중 네헤라Nehera와 에리카 카발리니Erika Cavallini 브랜드가 있어 늘 지갑을 두둑이 채워 가곤 한다. 가장 좋아하는 하루 일과는 메종드스컬프에서 좋아하는 바닐라 빈 라테를 마시다가 바로 옆 뮤제드스컬프에서 친구에게 선물할 룸 스프레이를 사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사진을 예쁘게 찍고 싶을 때 종종 들르는 이곳은 나의 숨통을 틔워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가끔 위트 있는 컬래버레이션 라인을 선보이거나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숍이라고 소개하는 곳이다. sculpstore.co.kr
월요병 해결사, 베러댄알콜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대표가 어떤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을 때 ‘알코올보다 향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든 브랜드다. 그래서 이름도 ‘배러댄알콜Better Than Alcohol’로 지었다. 나는 유독 향에 민감하여 자기 전이나 숍에서 늘 향초를 켠다. 많은 브랜드를 경험해본 결과, 이제 향초는 늘 베러댄알콜 제품만 찾는다. 특히 ‘그린그린그라쓰’, ‘초여름이 좋아’, ‘토마토 샐러드’ 등 위트 있는 향 이름이 상상력을 키워주고 덩달아 기분까지 좋게 만들어준다. 조향사가 직접 향을 만드는 이곳은 클래스도 운영하는데 얼마 전에 클래스에 참여하여 룸 스프레이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지치고 피곤할 때, 샤워 후 맥주 한잔하기 전, 늘 베러댄알콜의 향초를 켜고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중에서도 ‘앰벌리브라운’을 가장 좋아하는데 파우더리하고 푸근한 앰버 향의 우디 오리엔탈 타입이다. betterthanalcohol.com
더레이어컴 대표 유지현
부산 로컬 브랜드, 웨이브 유니온
해운대 광장에서 열린 벼룩시장에서 알게 된 브랜드 웨이브 유니온은 ‘HAEUNDAE, Busan’이라는 타이포그래피나 해운대의 파도를 그래픽화한 패션 잡화를 판매하는 작은 브랜드이다. ‘깨끗한 바다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한 이 브랜드는 해운대 해변에서 나온 유리병을 재활용해 컵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여기서 나온 수익의 일부는 해변 청소, 해수욕장 환경미화원 처우 개선을 위한 기부금으로 쓰인다. 옷감의 질감도 좋은 편이고 무엇보다 고향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디자인이라 좋아할 수밖에 없다. 벼룩시장에서 산 남색 해운대 스웨트셔츠는 주위 사람들이 볼 때마다 칭찬해주는 나의 애장품. www.waveunion.kr
스토리텔링하는 갤러리, AMC 랩
2017년 10월 개관한 현대미술 갤러리 AMC 랩은 미술 전시의 문턱을 허문, 젊고 다이내믹한 공간이다. 신진 작가의 전시를 비롯해 다양한 세미나와 강의를 여는데, 최근 ‘아트플러스Art+’라는 이름의 여름 특강이 꽤 흥미로웠다. 프로그램 마지막 날 현대미술 작가의 스튜디오를 직접 방문해 작가와 소통하는 기회도 주어졌다. ACM 랩은 내가 난생처음 미술품을 구매한 곳이기도 한데, 그 작품은 구지윤 작가의 ‘가라앉는 생각들’이었다. AMC 랩에서 기획하는 작은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작품이 지닌 스토리텔링, 작가와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선사한다. www.amc-lab.net
<오보이OhBoy!> 편집장 김현성
신을수록 스타일리시한 니시구치 구쓰시타 양말
1950년부터 양말을 만들어온 일본 브랜드 니시구치 구쓰시타Nishiguchi Kutsushita의 슬로건은 ‘신는 사람을 생각한다’이다. 소재부터 만드는 방식, 가격까지 오로지 신는 사람을 생각하며,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식물인 햄프와 유기농 면으로 만들어 친환경적이다. 마 섬유가 들어가 신으면 신을수록 빈티지해지는 특유의 텍스처 덕분에 유행과 상관없이 오래 신을 수 있다. 간결하고 클래식한 일본 특유의 감성이 좋다. 11-11.jp
기능주의 디자인의 정수, 보드바
보드바Bordbar는 항공기 기내 카트와 캐빈 수납함을 제품화한 독일의 인테리어 가구 브랜드이다. 기능주의 디자인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항공기 기내 집기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한 보드바는 액세서리에 따라 거실, 침실, 주방, 욕실은 물론 사무실이나 야외에서도 사용 가능한 다용도 수납 솔루션을 디자인한다. ‘가장 기능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라는 명제를 잘 보여주는 브랜드이다. www.bordbar.de
건축사무소 더시스템랩 대표 김찬중
야구도 인생도 잠깐 쉬고 싶을 때, 덕아웃
오래전부터 유학생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압구정 덕아웃Dugout은 선술집이다. 이곳은 다른 선술집에 비해 차별화된 전략이 돋보이는데 그중 하나가 예약 시스템이다. 밤낮으로 걸려오는 모든 예약 전화를 소화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덕아웃의 주인장인 김동진 대표다. 100여 통의 전화를 10년 이상 혼자서 받아왔다는 건 철인에 가까운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 이것이 곧 고객의 충성도와 연결돼 오랜 단골이 친구나 동생이 되기도 하는 강력한 커뮤니티 전략으로 이어졌다. 로데오 거리 구석에서 시작해 지금은 2호점과 관련 상점이 포진하면서 마치 덕아웃 스트리트로 재편된 느낌이다. 쇠락하는 로데오 거리를 활성화시키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김동진 대표는 “덕아웃은 선수들이 경기 중 잠시 내려와 쉬는 곳이다. 이를 인생에 비유해 자신의 ‘덕아웃’도 전쟁 같은 하루 중 휴식을 주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에서 이 브랜드의 의미를 가늠할 수 있었다.
오로지 건축만을 위한 잡지, <다큐멘텀>
건축을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해서 아카이빙 한다는 의미의 <다큐멘텀Documentum>은 건축 사진만을 위해 평생을 작업해온 김용관 작가에 의해 탄생한 건축 전문지이다. 짧은 역사에 비해 창간호부터 건축 및 디자인, 출판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은 이유는 아마도 과하지 않지만 인상 깊은 잡지의 구성 때문인 듯하다. 표지부터 무지로 시작해서 광고도 한두 개뿐이며 기사 또한 미사여구 없이 담백하고 내용 전달에 충실하며, 오로지 건축에 집중하는 정확한 사진, 적재적소에 콘텐츠를 구성하는 능력까지. 기존의 전문지와 분명 궤를 달리하고 있다. 새로운 형식의 지적이고 아름다운 잡지는 안타깝게도 현재 예산 문제로 휴간됐다. <다큐멘텀>을 다시 만나볼 수 있길 열망하는 이유도 잡지를 통해 세련된 무게감을 전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은 아닐지. www.thedocumentum.com
슬로우파마씨 대표 이구름
지역 장인과 공간에 대한 진심 어린 편집숍, 디앤디파트먼트
도쿄에서 유학하며 가장 좋아했던 공간은 디앤디파트먼트D&Department였다. 나가오카 겐메이의 능력은 언제나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매장을 선정할 때도 그 나라와 지역, 건물 위치까지 중요하게 고려하는데 내가 갔던 디앤디파트먼트들 역시 그런 신중한 태도가 잘 느껴졌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너무 얄밉도록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혼자 잘난 척하기보다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지역 장인들의 물건을 소개하고 중고 물건을 판매하며 종이 가방을 재활용하는 태도가 모두 좋은 경험이었다.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디앤디파트먼트에서 사면 무언가 참 잘했다는 느낌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요즘 편집숍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공간에 스토리를 담고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하는 곳은 흔치 않다. 일본의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각각의 디앤디파트먼트만의 성격을 느껴보는 것도 브랜드에 대한 감식안을 기르는 데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d-seoul.mmmg.net
가방을 메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치, 프라이탁
프라이탁의 가치를 알고 그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은 왠지 길에서 마주쳐도 동지 같은 느낌을 받는다. 처음에는 특이한 소재의 가방이라고만 여겼지만 안그라픽스에서 발행한 책 <프라이탁: 가방을 넘어서>를 읽고 그들의 생각에 더 반했다. 자신들의 브랜드를 ‘더 프라이탁스럽게’ 만들어가는 과정과 그것을 지켜나가는 모습이 멋졌다. 뚜렷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오랜 시간 사랑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브랜드의 오너와 구성원들에게 진정성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모두 다른 디자인의 프라이탁 가방은 하나만 소장하기보다 시간 날 때마다 매장에 들러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는 재미도 있다. 이것은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프라이탁 디자인을 만나기 위해 해외 각지를 여행하는 일도 생긴다. www.freitag.ch/en
키오스크키오스크 대표 민진아
i를 3번 쓰는 힙한 스트리트웨어, 디 인터내셔널
가운데에 i를 무려 3번이나 쓰는 디 인터내셔널 The Internatiiional은 인터넷과 스트리트 문화에 익숙한 힙 세대를 상징하는 브랜드이다. 국내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닉 음악 신에서 활동하던 2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자신들의 배경과 존재를 그대로 반영한 브랜드를 론칭한 것이다. 인터넷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문화와 동시대 언더 문화를 녹여내 누가 봐도 힙하고 쿨하게 티셔츠라는 상품으로 해석했다. 단어 뜻 그대로 ‘국제적’으로도 언더 음악 신에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으며, 끝을 모르는 상향선에 올라 있다. the-intl.net
업사이클링도 ‘쿨’하게, 저스트 프로젝트
요즘 유행어처럼 ‘예쁜 쓰레기’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예쁘다니 기분은 좋은데 어딘가 찜찜하기도 한 묘한 말이다. 저스트 프로젝트는 ‘쓰레기’라는 단어를 서슴지 않고 사용하면서 그 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지면 바로 쓰레기가 돼버린다. 하지만 상품을 만들기 위해 재단하고 남은 재료나 대다수 일회용품은 다시 사용해도 괜찮은 재료다. 2014년에 시작한 저스트 프로젝트는 다양한 재료를 업사이클링하고 그런 행위에서 소위 ‘쿨내’가 나도록 여러 가지 시도를 한다. 이제 <쓰레기>라는 잡지까지 발간한 이들은 국내 업사이클링의 힙한 선두 주자이다. just-project.com
피크닉 대표 김범상
죽었어도 영원히 숨 쉬는 오디오, 웨스턴 일렉트릭
웨스턴 일렉트릭Western Electric은 벨 연구소가 만든 AT&T 의 음향 시스템 자회사로 전화 음향 시스템으로 출발해 이후 1938년 반독점법으로 회사가 해산하기까지 1930년대 유성영화 시대 초창기에 미국의 극장 음향 시스템을 석권했던 회사이다. 하지만 21세기인 지금도 사람들은 그 소리를 궁극의 소리라 여기고 천문학적 가격의 고물을 갈고 닦고 세팅한다. 소출력의 진공관 앰프에 거대한 나팔 모양의 혼을 울려 만드는 소리는 지금의 오디오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호사가들의 허세와 과장이라 여기다가도 누구든 잘 세팅된 웨스턴 일렉트릭 시스템의 소리를 한번 들어보면 이내 마음이 달라진다. 아직도 웨스턴 일렉트릭 방식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회사가 많이 있고, 그 시절의 도면을 토대로 복각하는 회사나 개인도 있는 것을 보면 그 영향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윌리엄 아이리시의 추리 소설 <환상의 여인>은 잠깐의 시간을 보냈지만, 아무도 모르고 등장하지도 않는 한 여인이 극을 이끌고 간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여인이 주인공인 셈이다. 그 ‘환상의 여인’처럼 지금은 망해버린 웨스턴 일렉트릭이 80년 전에 만든 오디오가 현대의 최첨단의 오디오를 끌고 가는 셈이다. 그 옛날 미국의 극장은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그 소리를 재현해내려 공부하고 토론하고 힘들게 기기를 구해 세팅하고 업그레이드한다. 날개 모양의 웨스턴 일렉트릭 로고까지 제작해가면서 말이다. 과연 이런 브랜드가 또 있을까.
브랜드가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듯,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예술가의 작품 세계는 브랜드가 아니다. 위대한 예술가는 자신이 그동안 걸어온 세계를 극복하려 애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편에는 완벽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드는 정교한 예술가들이 있다. 나에게는 오즈의 영화가 그렇다. 오즈의 세계 속에서는 다다미방에 2대 이상의 가족이 모여 살고, 딸의 혼사를 걱정하는 아버지나, 자식들을 이해는 하지만 조금 서운해하는 부모가 있다. 장어덮밥이나 우동을 먹고, 부채질을 하거나 발톱을 깎고, 좁은 골목길을 걷거나 술집에서 정종을 마신다. 그의 영화들은 너무도 완벽한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서 50여 편의 영화가 마치 하나의 영화처럼 느껴진다. 그 세계 속에선 괜찮다고는 말하지만 쓸쓸하기도 하고, 버럭 소리는 질렀지만 왠지 미안해진다. 방바닥에 앉아 부채질을 하며 “허 거 참...”하다가 “그런가...?”하는 짧은 탄식을 내뱉기도 한다. 브랜드를 어떤 공통된 느낌이나 정교하게 통일된 일관성이라고 1차원적으로 정의하자면 오즈 영화만큼 강력한 브랜드는 없다. 그 익숙하고 반복되는 일관된 브랜드 안에 인간사의 우주가 들어 있다.
땡스북스 대표 이기섭
200년 이상 된 한옥을 리디자인한 리조트, 구름에
안동에 위치한 한옥 리조트 ‘구름에’는 전통과 편리함이라는 두 가지 균형을 추구하는 곳이다. 안동댐 건설로 수몰될 지역의 200년 이상 된 고택 7채를 월영공원 근처로 옮겨와 한옥의 정취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리조트로 만들었다. 리뉴얼을 기획한 안동시와 SK행복나눔재단은 과감하게 방 한 칸을 화장실로 만들고 지역 식자재를 활용하여 정성스러운 조식을 냈다. 이곳에는 TV가 없다.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멀리한 채 리조트 시설인 북 카페 ‘오프’에서 책을 읽거나 가까운 낙동강 변, 월영교를 거닐다 보면 우리나라도 로컬 콘텐츠가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www.gurume-andong.com
사람이 더 사람다워지도록, 책방 타이틀
여러 책을 기획한 아사히 출판사의 아야메 씨에게 가장 좋아하는 도쿄 서점 하나만 고르라면 고를 수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아야메 씨는 주저 없이 책방 ‘타이틀Title’을 꼽았다. 왜인지 묻는 내게 씩 웃으며 직접 가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아침 관광객들은 가지 않는다는 동네 오기쿠보에 위치한 타이틀을 찾았다. 오래된 일본 주택에 들어선 작은 동네 서점을 둘러보니 그가 이곳을 제일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가 공감한 이유에 대해서는 타이틀의 홈페이지에 적힌 주인장의 말로 대신한다. “다양한 장르를 갖추고 있지만, 특히 힘을 실은 것은 ‘생활’의 책입니다. 타이틀에서 생활은 ‘사람이 더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의식주는 물론 문학과 철학, 예술, 사회에 관련된 책 또한 ‘생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일상의 다양한 장면에서 그 사람이 더 그 사람답게 되기 위한 책, 그런 책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책을 진열하고 있습니다.” www.title-books.com
서울콜렉터 대표 조·류화경
김수영의 숨결이 깃든 미술 공간, 아트 스페이스 풀
종로 구기동, ‘불협화음’이라는 멋진 정원이 있던 아트 스페이스 풀은 김수영 시인의 유작 시 ‘풀’(1968)에서 이름을 따왔다. 미술의 대안적 실험과 주체적인 미술 문화 형성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설립한 공간이다. 우리가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할 대안적 공간이다. 아무리 세상이 춥다 하더라도 풀은 언젠가는 대지의 품에서 싹이 틀 것이다. www.altpool.org
고즈넉한 통의동 카페, MK2
종로 통의동의 고즈넉한 길을 걷다 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카페가 있다. 우리가 처음 그 카페를 발견한 건 2010년 어느 가을날, 부암동 언덕에서 청운동을 지나 통의동으로 내려가던 길이었다. 바로 옆에는 좋아하던 책방 ‘가가린’이 있었다. 카페에는 한 시대를 풍미한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흥미로운 책이 가득한 사랑스러운 다락도 있었다. 우리는 그 공간에 머무르며 무언가를 마시고 줄곧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 그 카페 MK2는 늘 우리 곁에 남아 있다. @cafemk2(인스타그램)
비플랫폼 큐레이터 김명수
인도 첸나이의 작은 출판사, 타라북스
기계를 이용해 쉽고 편리하게 만드는 책이 많아질수록 그 가치를 발하는 출판사가 있다. 종이부터 인쇄, 제본까지 수작업으로 해내는 인도 첸나이의 작은 출판사 타라북스Tara Books다. 종교와 지역의 구전을 바탕으로 소수민족 출신 작가들과 협업하며 장인 정신으로 책을 빚는 타라북스는 1995년 <배고픈 사자>(인드라프라밋 로이 저)와 2008년 <나무들의 밤>(바주 샴 외 저)의 제작 부수 전량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만들어 전 세계 독자들을 감동시켰다. 이 아름다운 책들은 지난달부터 현대어린책미술관에서 <타라의 손>이란 전시로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타라북스를 다룬 번역서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tarabooks.com
세계적인 북 아티스트의 출판사, 키스 스미스 북스
미국의 대표적인 북 아티스트 키스 스미스Keith Smith와 공동 작업을 하던 중 작업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은 적이 있다. 그는 10개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고 답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 그날의 기분에 따라 작업을 택하고, 중간에 막히면 다른 작업을 하면서 해결책을 찾는다고 말했다. 당시 오로지 하나만 붙잡고 있던 내게 어떤 방식으로든 해답을 주었던 기억이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출판사 키스 스미스 북스Keith Smith Books로 발표한 그의 실험적인 책들은 올해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동명의 타이틀로 전시 중이다. 1967년부터 2018년까지 50년 동안 300여 권의 책을 만들어낸 그에게 이 자리를 빌려 경의를 표한다. www.keithsmithbooks.com
어반플레이 대표 홍주석
베이컨 문화를 브랜드화한 사실주의 베이컨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베이컨이라는 하나의 콘셉트로 종합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브랜드다. 사실주의 베이컨은 그동안 부재료의 영역에 있던 베이컨을 당당히 주인공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다양한 향신료를 활용하여 기존의 미감을 확장시켰다. 이태원에 자리한 사실주의 베이컨의 공간은 동네 정육점도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baconrealbuy.com
한국이 명란 종주국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덕화명란
스몰 브랜드의 힘은 개인의 콘텐츠가 시간의 축 위에서 켜켜이 쌓이다 대중의 신뢰를 얻는 지점에서 가치가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덕화명란은 묵묵히 명란 하나만을 연구하며 명란 전문 브랜드로서 이제 막 잠재 가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산 제조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유일한 명장인 장석준 선생에 이어 장종수 대표까지 장인 정신이 상품에 스며들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차별화된 브랜드로 성장했다. www.thedndsh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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