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한 후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더퍼스트펭귄에서 그래픽과 브랜딩 디자이너로 일하다 2018년 독립해 ‘서비스센터’를 열었다. 부산의 버거샵과 베르크로스터스, 빈티지아이 콜렉터스 클럽, 랜들러, 인천의 카페썸모어, 나이스타임 등의 브랜딩 디렉팅을 맡았다. 서울, 인천을 비롯해 대구와 광주, 울산, 경주, 전주 등 각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그의 명함에는 도쿄와 서울의 타임존이 표시되어 있다.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의미다. service-center.kr
브랜딩 스튜디오 서비스센터의 디렉터 전수민의 행보는 그야말로 동분서주다. 그의 SNS에는 그저께는 인천, 어제는 서울이었다가 오늘 아침에는 부산으로 향하고 있다는 피드가 올라온다. 그가 운영하는 서비스센터는 브랜딩을 중심으로 공간과 서비스 전반을 기획하는 회사로, 5명의 멤버가 각개전투로 각자의 공간에서 유연하게 일한다. 전수민이 더퍼스트펭귄에서 근무한 지 2년 만에 독립한 과정 또한 매우 빠르게, 또 유연하게 이어졌다. “회사에 다닐 때 감사하게도 개인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인천에 위치한 지인의 카페 ‘태이니테이블’의 브랜딩을 맡았는데, 로고와 공간 디자인부터 음악과 주문 방식, 유니폼까지 제안했죠. 오픈 후에 소위 줄 서서 들어가는 카페가 되면서 다른 일이 들어오기 시작했죠.” 이후 그가 맡은 프로젝트에는 지역, 규모의 제한이 없었다. 부산 지역의 프로젝트가 많았을 때는 금요일에 퇴근 후 기차를 타고 내려가 월요일 새벽에 올라오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일을 하는 기준은 ‘재미’였다. 커피 주문은 물론 마시는 경험 자체를 뒤바꿔버린 베르크로스터스에서 알 수 있듯, 그가 기획한 공간에는 낯설지만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이 자리한다. “모든 프로젝트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어떤 작전을 세우느냐가 중요해요. 비주얼 아이덴티티나 공간 디자인 모두 장사가 잘되게 하기 위한 방법이니까요.” 디자인은 끝이 없는 전략 싸움이고 결국은 어떤 성적을 내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재미있는 서비스 경험을 위해 태이니테이블 직원들이 기존의 동선에서 3배나 길어지는 주문 방식을 관철시킨 것도, 최근 오픈한 나이스타임 레스토랑에서 인근의 로컬 커피 브랜드를 초청해 특별한 커피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공간이 지속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통합적인 제안이었다. “서비스센터는 테일러나 커스터마이즈드에 가깝게 일해요. 클라이언트나 브랜드에 어울리는 옷을 만들어주는 거죠.” 전수민은 디자인을 자영업자나 소비자 마인드로 전개한다고 말했다. “저는 사실 그림을 잘 못 그려요.(웃음) 공간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죠.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기획자로서의 역할이 크죠. 디자인을 할 때도 디테일보다는 느낌이나 분위기를 많이 상상하는 편이에요. ‘왜 이 장소가 좋지?’, ‘왜 이곳을 다시 가고 싶지?’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죠.” 그런 점에서 서비스센터라는 흥미로운 이름도 최적화된 네이밍이다. “서비스센터는 아티스트 그룹이 아니에요. 우리를 디자이너라고 부르기에는 하는 일이 너무나 다양하고요. 브랜딩과 디자인 기획 외에도 공간에서 트렁크 쇼를 여는 아파트먼트 서비스를 하기도 하고,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어패럴 서비스도 하고요. 직접 디자인한 조명과 가구도 선보일 예정이에요. 말 그대로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하는 거죠.” 전수민은 얼마 전 서비스센터의 2020 비전을 발표했다. 새로운 브랜딩 프로젝트를 반 이상으로 줄이고, 그동안 함께했던 브랜드들의 성장을 돕는 데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는 식의 예상을 깨는, 이 과감한 결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일을 하면서 브랜드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클라이언트와는 한층 긴밀한 협업자가 되었고요. 브랜드나 공간은 한번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에요. 그래서 기존에 우리가 했던 브랜드와 공간이 더욱 성장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패션부터 음악, F&B 등 하고 싶은 영역에서 독창적인 브랜딩과 기획, 협업 등을 진행하며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 전수민은 서비스센터 멤버들과 조만간 인천에 피자 레스토랑도 열 예정이다. 수익 창출의 목적도 있지만 다양한 로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이끌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여기서 나아가 그의 더 큰 그림은 서비스센터를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다. 디자인 에이전시로 시작해 스트리트 패션을 이끄는 프라그먼트Fragment처럼 말이다. 서비스센터는 마치 태양계에 존재하는 행성처럼 따로 또 같이 하나의 테를 이루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움직이는 선순환을 꿈꾼다. 그렇게 시작부터 거침없고 남달랐던 이 디자이너의 행보는 이제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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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e +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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