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을 떠돌던 직장인들의 ‘넵’ 변주곡을 기억하는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상에서 마침표 하나, 느낌표 개수에 따라 상황과 감정 전달이 이렇게나 달라진다. 이모지 역시 톡톡한 기능을 한다. 말에 생동감을 한껏 불어넣기도 하며 때로는 담백한 감정 표현도 가능하다. 예컨대 뉴스레터 서비스 뉴닉에서도 이모지의 역할과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뉴닉은 기성 언론에서의 ‘답답함’을 탈피하고자 재미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이모지를 적극 사용했다. 지난 7월 17일 어도비는 세계 이모지의 날을 맞아 전 세계 이모지 사용자 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어도비 2021 글로벌 이모지 트렌드 리포트’를 발행했다. 이모지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의도치 않은 오해를 줄이고 이미지를 통해 문화와 언어적 장벽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분석이다. 그중 직장 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모지의 힘에 대한 설문 조사가 인상적이다.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업무를 요청하는 데 더욱 수용적이며, 아이디어가 빠르게 공유된다는 효과는 넵의 변주곡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쏠쏠한 힌트가 된다. 월간 〈디자인〉은 어도비에서 서체를 개발하고 유니코드 컨소시엄 이모지 소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폴 D. 헌트에게 이모지 문화와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폴 D. 헌트
어도비 서체 디자이너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2009년 1월 어도비에 합류해 현재까지 서체 디자이너 및 폰트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다. 어도비에서는 콘셉트화 및 도안 구성부터 오픈타입OpenType 프로그래밍, 익스포팅exporting 및 베타 테스트까지 디자인과 서체 개발 분야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어도비의 첫 오픈소스 제품군인 소스 산스와 소스 코드의 디자인과 개발을 진행했고, 본고딕의 서양 글자체 개발에도 참여했다. 현재는 유니코드 컨소시엄의 어도비 대표 중 한 명으로 활동 중이며, 유니코드 컨소시엄 이모지 소위원회의 일원으로 이모지 시스템 내 성별 표현 개선에 참여하고 있다.
유니코드 컨소시엄 이모지 소위원회는 어떤 일을 하나?
문자 코딩 시스템인 유니코드 스탠더드를 개발하는 유니코드 기술 위원회 산하 조직으로, 크게 세 가지 역할을 한다. 먼저 이모지가 제공되는 플랫폼 간의 상호 운용성을 개선하기 위해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거나 확장하고 각 이모지에 대한 설명을 담은 문서를 제작한다. 또 새로운 이모지 개발을 위해 다양한 소스를 입력하고 제안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 외에도 새로운 이모지 관련 메커니즘을 유니코드 기술 위원회에 제안하고, 이모지를 향후 이미지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작업도 한다.
이모지가 오늘날 커뮤니케이션 문화에 끼치는 영향을 실감하나?
2021 글로벌 이모지 트렌드를 살펴보면 실제로 전 세계 이모지 사용자 중 88%가 사람들이 이모지로 언어적 장벽을 초월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인종, 성 불평등 정책과 같은 문화 및 사회적 문제에 대한 긍정적 논의를 이끌어내는 매개체로 이모지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또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증가하는 현시대에 일반적인 텍스트에 드러나지 않는 감정까지 전달하며 정서적 교류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잠재적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대별로 이모지 사용과 인식, 반응이 다른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세대뿐 아니라 각 그룹의 특성에 따라서도 이모지 사용 방법이 다르다. 성 정체성, 거주 국가, 사회·경제적 지위 같은 요소는 개개인이 속한 문화에 작용하고 나아가 본인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문화적 조건과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더해져 이모지 사용에 대한 고유한 방식이 정립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정의된 이모지 사용 방식은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사람들의 태도와 사용 방식까지 발전시킨다. 이는 언어가 발전하는 역사의 한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