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 문화는 기존 관광 산업을 새롭게 정의하며 전 세계적으로 업무와 거주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 달 살기, 호텔 살기 등 여행지에서 살아보는 주거 트렌드가 확산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1 국내 관광 트렌드’에 따르면 ‘한 달 살기’ 키워드 검색량이 전년 대비 260%가량 늘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호텔에삶, 글로카로카 등 호텔 장기 숙박 서비스와 리브애니웨어, 미스터멘션, 유휴하우스 등 휴양지 주택 임대 서비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역 기반 스타트업도 최근 트렌드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인구 감소 지역에 머물며 일하기 좋은 업무·숙박 환경을 조성해 지역의 관계인구를 늘리고, 한발 더 나아가 정착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문화유산과 자연환경 등 지역 자원을 워케이션 콘텐츠로 새롭게 브랜딩하고 식당, 카페, 호텔 등과 연계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일례로 공동체 혁신 소셜 벤처 공장공장은 전남 목포시 원도심의 유휴 공간을 코워킹 스페이스 ‘반짝반짝’과 워케이션 스테이 ‘카세트플레이어’로 전환하고 지역살이 프로그램 ‘괜찮아 마을’을 진행 중이다. 2017년부터 목포 원도심의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하고 워케이션이 결합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것이다. 반짝반짝은 1980년대에 소아과병원, 1990년대에는 경양식집으로 쓰이다 방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한다. 이곳에는 자유롭게 일하고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목재, 벽돌, 타일, 창문 등 오래된 건물의 흔적을 그대로 살려 지역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디자인했고, 이용 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배치를 바꿀 수 있도록 가변적인 공간을 구성했다.
카세트플레이어는 오래된 여관을 리모델링하여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스테이로 전환한 곳이다. 휴식 공간에는 그 이름에 어울리게 직접 수집한 카세트테이프 250개가 전시되어 있어 추억을 떠올리며 쉴 수 있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 위치한 자이엔트는 한산 디지털 노마드 센터와 커뮤니티 호텔 H를 중심으로 전통 기술을 공유하고 워케이션을 지원하는 성장 지원 프로그램 ‘삶기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 센터는 도시와 지역을 오가며 일할 수 있도록 노마드 워커들에게 위성 오피스를 제공한다. 쓰레기 매립지였던 땅을 고르고, 유림의 공간을 함께 보존하여 도시 청년들이 한산에서 일하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을 개발했다. 자유롭게 작업이 가능한 넓은 테이블과 함께 프로듀싱실, 개발실, 디자인실, 미디어실 등 창작자를 위한 작업 공간을 갖춰 영상과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
커뮤니티 호텔 H는 20년 된 여관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숙소로 하루 단위 단기 숙박과 한달 이상 장기 숙박이 모두 가능하다. 이 외에도 거제시 장승포의 공유를위한창조는 캠핑, 백패킹, 서핑, 낚시 등 아웃도어 라이프를 지원하는 라운지 ‘밗’과 코워킹 스페이스 ‘메이커스캠프’를 중심으로 아웃도어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밗에는 다양한 캠핑 장비와 아웃도어용품이 비치되어 있고, 이웃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메이커스캠프는 코워킹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형의 테이블이 구비되었으며 라운지 ‘밗’, 지역 호텔과 연계해 아웃도어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최근 들어 워케이션은 지자체와 지역 기반 스타트업 모두에게 매력적인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에 따른 지역간 경쟁과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일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휴가지에서조차 일에 얽매여 지내야 하는 것에 회의를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앞으로 워케이션이 여유로운 일부 직장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그칠 것인지, 장차 보편적인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인지 분명 하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일터와 삶터를 선택하는 기준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해진 오피스에서 일하고 출퇴근하기 좋은 지역에 살던 일상에서 벗어나,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고 싶은 지역에서 단기간이라도 직접 살아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기만의 기준으로 세컨드 오피스와 세컨드 하우스를 선택하는 삶. 워케이션은 결국 메타버스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 세컨드 라이프를 살고 싶은 사람들의 이상향이 아닐까.
건축과 도시를 공부하고 지역 기반 건축 스타트업 블랭크를 창업하여 공집합, 포트타운 등 로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해, 제주, 여수, 속초 등 매력적인 동네의 집 전체를 일주일 이상 빌려주는 휴가용 주택 단기 임대 서비스 ‘유휴하우스’를 오픈하여 지역을 넘나드는 세컨드 라이프를 살고 있다.
- 문승규 세컨드 오피스, 세컨드 하우스, 세컨드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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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은 결국 메타버스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 세컨드 라이프를 살고 싶은 사람들의 이상향이 아닐까.Share +바이라인 : 문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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