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스튜디오 공동 설립자. 3년째 회사를 운영하는 이들은 스칸디나비아의 미니멀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에 한국의 제조 환경 및 프로세스를 결합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을지로 라이트웨이 등에 참여해 활발히 스튜디오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almond-studio.com
라멜라Lamella 가구 모듈 시리즈. 디지털 제조 시대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가구 연결 부품이다. 버섯의 주름 구조에서 모티프를 얻었으며 무거운 하중도 거뜬히 견뎌내도록 설계했다.
라이카Laika 조명.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OCTO 레몬리머. 문어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레몬즙 짜개.
MIR 지갑. 접착제나 봉제 없이 한 장의 원단에 스냅 버튼을 추가해 완성한 제품이다. MIR는 구소련이 1986년에 발사한 우주 정거장에서 따온 이름인데 지갑 패턴이 우주 정거장과 닮았기 때문이다.
핀란드 HAMK 응용과학대학에서 제품 디자인을 공부한 밀라 니스카코스키와 오슬로 건축디자인대학에서 산업 디자인을 공부한 에를렌 옵달은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IDAS)에서 한국인 조수아 대표를 만나 산업 디자인 전문 회사 아몬드 스튜디오를 열었다. 이들은 현재 제품 디자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 범람했을 정도로 북유럽 디자인을 동경하는 이 땅에서 오히려 두 사람은 더 큰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먼저 스튜디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아몬드 스튜디오는 2017년에 설립했다. 핀란드에서 온 밀라 니스카코스키와 노르웨이 출신인 에를렌 옵달 그리고 한국인 조수아로 이뤄져 있다. 아몬드의 심플한 형태가 자연스럽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우리의 지향점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 붙인 이름이다. 아몬드는 그 자체가 씨앗이기 때문에 훗날 큰 나무로 성장하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이 담겨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디자인 강국으로 불리는 북유럽 출신인 두 사람이 한국행을 택한 것이 흥미롭다.
북유럽 디자이너와 디자인 학교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좋은 디자이너가 되려면 더 큰 개방성과 폭넓은 사고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나고 자란 곳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공부하길 원했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가능한 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길 원했던 것이다. 북유럽에도 K팝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디자인을 공부하는 우리의 관심을 끈 것은 대중문화보다 을지로로 대변되는 도시 제조업과 동대문, 신설동 같은 대형 재료 시장이었다.
하지만 디자인을 공부하는 것과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 아닌가?
석사 과정을 마치고 계약직으로 모 기업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했다. 계약이 끝난 후 갈림길에 서게 됐는데 스튜디오를 열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직감했다. 사실 대학원 시절 이미 서울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앞서 말한 서울의 도시 제조업과 재료 시장의 영향이 컸다. 핀란드나 노르웨이는 재료 시장이 서울만큼 발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작 단가가 높다. 따라서 북유럽보다 서울에 디자이너로서 더 큰 기회가 있다고 봤다.
서울의 발달한 도시 제조업을 이용해 만든 작품이 있다면?
아몬드 스튜디오의 자체 제품인 MIR 지갑이 있다.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서울의 제조 생태계를 적극 활용해 만든 제품이다. 우리는 지갑 제조 공장을 이용하는 대신 을지로와 동대문 일대를 돌며 다양한 공장과 전문가를 수소문했다. 가죽과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수지, 버튼 등의 소재를 구하고 슬라이스, 프레스, 스탬핑 등 도심 곳곳에 있는 제작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분산되어 있는 제조 역량을 조합한 것이다. 차도 없었기 때문에 따릉이를 타고 서울을 누볐다.(웃음) 덕분에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제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불편한 점 한 가지를 꼽자면?
장점이자 단점인 ‘빨리빨리’ 문화. 한국, 특히 서울은 멈출 줄 모르는 도시다. 헬싱키나 오슬로 같은 느린 도시 출신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 외에는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않은 것 정도? 하지만 이것은 응당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북유럽 출신으로서 이런 현상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이 궁금하다.
솔직히 단어 자체가 과용이라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단순함과 자연의 형태 그리고 소재가 결합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또한 스칸디나비아인으로서 이런 스타일을 지향하지만 과거의 것을 되풀이할 마음은 없다. 사람들이 떠올리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전형은 보통 50~60년 전 혹은 그 이전에 나온 작품들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한국의 문화적 요소와 북유럽의 것을 결합하면 새로운 디자인이 탄생할 것이라고 본다.
좋아하는 한국 디자이너가 있다면?
최중호.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그의 작품을 보고 매료됐다. 영리한 솔루션과 정제된 감각을 지닌 디자이너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카카오프렌즈를 정말 좋아한다!(웃음)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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