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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윤디자인 요아힘 뮐러랑세


독일에서 태어나 스위스 바젤 디자인 학교와 뉴욕 쿠퍼 유니언에서 미술학을 공부했다. 랑세Lance 가족 서체로 1993년 모리사와 국제 서체 디자인 공모전 금상을 수상했으며 그중 4개 서체는 국제타이포그래피연맹이 주관한 ‘Bukva;raz!’ 공모전에서 ‘세계 최고의 100대 서체’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6년 PaTI 스승으로 초대됐고 현재는 윤디자인그룹의 알파벳 디렉터를 맡고 있다.


랑세 서체. 1997년 이후 폰트숍 (fontshop.com)에서 판매 중이다.


AG 최정호 민부리 Std의 영문 서체. 디렉션은 구모아, 한글 서체 디자인은 박민규가 맡았다.


AG 최정호 스크린의 영문 서체. 디렉션은 노민지, 한글 서체 디자인은 구모아가 맡았다.

요아힘 뮐러랑세는 현재 윤디자인그룹의 알파벳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서체 디자인 전문 회사가 알파벳 디렉터로 외국인 디자이너를 공식 기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 타이포그래퍼로서 그의 역량을 높이 산 까닭이다. 스위스, 미국, 스페인 등을 오가며 국제적 활동을 펼치던 그를 매료시킨 것은 한글의 우수성과 서울의 풍경이었다.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됐나?
어린 시절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접한 이래 동아시아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졌고 1997년부터 일본, 홍콩, 마카오, 타이완, 싱가포르 등을 여행했다. 처음 한국을 방문한 것은 그보다 조금 더 뒤였다. 캘리포니아에 한국인 친구가 몇 명 있어 그들을 통해 한국 영화와 만화에 대해 알게 됐지만, 본격적인 연을 맺은 것은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에서 발간하는 <글짜씨>와 서면 인터뷰를 하게 되면서였다. 이것을 계기로 2015 타이포잔치에 참여하게 됐고 이후 파주타이포그래피학교(이하 PaTI)로부터 스승 자리를 제안받아 한국에 왔다. 계약이 만료된 이후 한국에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지인을 통해 2018년 9월 윤디자인그룹의 알파벳 디렉터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특히 한국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무엇보다 서체 디자이너로서 한글의 조형성과 쓰기 체계에 대해 강한 매력을 느꼈다. 한글은 여타 문자와는 전혀 다른 탄생 배경을 갖고 있다. 라틴 알파벳은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며 변형되고 다듬어졌지만 한글은 세종대왕이라는 단 한 명의 뛰어난 크리에이터에 의해 만들어진 글자다. 물론 외국인으로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웃음) 그래도 엄청난 프로젝트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한글의 우수성에 매력을 느꼈다.

현재 윤디자인그룹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
알파벳 디렉터로서 윤디자인그룹이 진행하는 한글과 매칭되는 라틴 글자를 세팅하는 일을 한다. 아쉽게도 대다수 프로젝트가 현재 진행 중이라 자세한 것은 공개하기 어렵다. 동료들이 기업 전용 서체의 라틴 폰트를 개발하는 일을 돕기도 한다. 또 윤디자인그룹에서 진행하는 타이포아트스쿨에서 알파벳 강의나 워크숍을 진행한다.

1993년 랑세체로 모리사와 국제 서체 디자인 공모전 금상을 수상했다.
랑세체의 개발은 1983년에 처음 시작되었다. 스위스 바젤 디자인 학교 재학 당시 과제로 진행한 것인데 프랑스 브르타뉴 지역에서 영감을 받아 그래픽을 제작하기 위해 만든 서체였다. 나는 로제 엑스코퐁Roger Excoffon의 방돔Vendo ˆme체나 앤티크 올리브Antique Olive체 같은 고전적인 프랑스 서체 느낌의 글자를 디자인하고 싶었다. 모던하고 샤프한 기울기의 서체 말이다. 처음 이 서체는 수작업으로 만들었지만 10년 뒤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디지털로 알파벳을 다듬고 가족 서체를 제작하는 등 서체를 발전시켰다. 사실 랑세체는 나의 첫 번째 디지털 서체라 공모전에서 수상했을 때 적잖이 놀랐고 기뻤다.

최정호체의 영문 서체를 개발하기도 했다.
AG 최정호체, AG 최정호 스크린, AG 최정호 민부리, 이 3종의 서체 디자인에 참여했다. 알파벳이지만 최정호체에서 느껴지는 붓글씨의 감성을 어떻게 그대로 입힐지 가장 많이 고민했다. 약 300종의 서체를 두고 비교·분석했는데 사봉Sabon체 같은 경우 글자 끝이 날카롭고 개러몬드Garamond는 둥근 편이다. 최정호체의 영문 서체는 두 가지 특성 모두 있는데 때로는 날렵하게, 때로는 둥글게 처리하는 붓의 느낌을 이용한 것이다.

한글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했을 것 같다. 외국인 디자이너로서 한글에 대해 느낀 점을 듣고 싶다.
한글은 무척 인상적인 문자다. 현대적이고 체계적이다. 특히 구강 구조를 단순화한 부분은 이해하고 기억하기 쉽다. 나는 위키피디아를 통해 반나절 만에 한글의 구조를 터득했는데 그만큼 이해가 쉬운 문자라고 할 수 있다. 한글박물관에서 한글 원안의 기하학적 디자인을 본 적이 있다. 바우하우스보다 500년도 더 전에 원모더니즘proto-modernism과 같은 형상을 고안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녹아 있지만 장식적인 붓글씨가 보편화되었던 1400년대에 한글은 실로 엄청난 충격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기획 자체가 매우 사회적이며 체제 전복적이다. 이 기하학적 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변주가 일어나는 점도 흥미롭다. 한글로 된 간판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모던하고 정제된 간판 글씨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버내큘러적 요소가 강한 글자도 볼 수 있다. 이런 다양함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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