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엘 공동 설립자. 스위스 출신으로 로잔에서 건축과 심리학을 공부한 후 네덜란드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에서 맨 & 웰빙Man &Wellbeing을 공부했다. 2016년 남편인 이중한 대표와 디자인 스튜디오 티엘을 설립했고 현재는 서울과 제네바를 오가며 제품, 가구, 그래픽, 전시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tiel.ch
버킷Bucket. 농구공 바구니와 스툴을 겸하는 디자인이다. ©박윤
조이스트Joist 시리즈. 촛대 혹은 트레이로 사용할 수 있다.
그래프트Graft 스툴. 동양의 전통 목공예를 연구하던 중 찾은 접합법을 현대적으로 적용한 아트 퍼니처. 빛의 위치에 따라 그림자 모양이 달라져 매우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김경태.
한글 프레임워크. 지난 9월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한글 디자인: 형태의 전환>을 위해 만든 작품이다. ©언리얼스튜디오
스위스에서 온 샤를로트 테르는 디자이너 이중한과 함께 2016년부터 디자인 스튜디오 티엘을 운영한다. 현재 두 사람은 서울과 취리히를 오가며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근래에는 스위스의 문화와 예술을 한국에 알리는 행사에 자주 참여해 자연스레 양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국의 도시 제조업에 매료되어 서울에 정착했다는 그녀를 을지로 세운상가에서 만났다.
한국에 스튜디오를 낸 이유가 궁금하다. 이중한 대표의 향수병 때문이었나?(웃음)
아니다. 사실 향수병에 걸린 것은 나였다.(웃음) 네덜란드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 재학 시절, 여름방학을 맞아 이광호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인턴으로 일한 적이 있다. 당시 서울의 도심 제조업이 지닌 매력과 잠재력에 푹 빠졌다. 유럽에서는 시제품 하나를 만들려면 가격도 만만치 않고 실력 있는 기술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반면 서울은 곳곳에 숙련된 제조 전문가들이 포진되어 있어 디자이너에게는 정말 매력적인 도시다. 유연하고 열려 있는 한국 디자인 산업 역시 인상적이었다. 유럽에서는 나같이 젊은 디자이너에게 좀처럼 좋은 기회가 열리지 않는다. 반면 한국의 디자인 산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세계로 느껴졌다.
티엘의 일하는 방식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중한 대표와 나는 자라온 배경, 성향, 작업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그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구현해내는 쪽이라면 나는 컬러나 마감 등을 천천히 다듬어나가는 것을 즐긴다. 이렇듯 서로 다른 성향이 오히려 스튜디오의 개성을 만들어주는 듯하다. 이런 우리의 스타일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맥락과 내러티브다. 프로젝트를 대할 때는 항상 그 안에 담긴 컨텍스트와 이야기에 주목하는데 이것이 일종의 교차점을 만들어준다.
스위스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것으로 안다. 어떤 식으로 스튜디오를 운영하나?
주로 서울에서 활동하지만, 제네바에도 작은 사무실이 있어 1년에 2번 정도는 유럽의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갖는다. 유럽에 머무는 기간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따라 달라지는데 길게는 한 달 정도 된다.
유럽과 한국의 업무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에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튜디오 오픈 이후에는 줄곧 한국 프로젝트에 집중했다. 업무 비율을 명확히 나누기는 어려운데 그건 두 대륙 간의 프로젝트 단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반면 유럽에서는 단일 제품을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기간이나 클라이언트의 성향도 사뭇 다르다. 유럽에서는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많은 준비 과정을 거친다. 모든 절차가 신중히 진행되기 때문에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최소 1년은 걸린다. 반면 서울은 프로젝트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한국의 그런 역동성이 내게 영감을 준다.
한국에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나?
아무래도 빨리빨리 완성을 해야 하다 보니 어느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내기가 어렵다. 완성도를 더 높이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항상 아쉽다. 그래도 지금까지 만난 한국의 클라이언트들은 포용력이 큰 편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양국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해달라.
하루는 큰 가방을 메고 지하철을 탔는데 의자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자신의 무릎 위에 가방을 올려놓으라고 하시더라. 괜찮다고 했지만 거의 빼앗다시피 내 짐을 가져가셨다.(웃음) 프라이버시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유럽에서는 좀처럼 겪기 힘든 경험이라 굉장히 놀랐다. 서로 돕는 문화가 무척 자연스러운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문화가 좋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간섭이 심해 힘들 때도 있다.
특별히 좋아하는 한국 디자이너가 있다면?
글쎄, 누구 한 명을 지목하기 어렵다. 한국의 그래픽 디자인 신 전반에 흥미를 갖고 있다. 한국의 포스터 디자인은 굉장히 역동적이고 실험적이다. 개인적으로 이곳의 그래픽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역으로 스위스의 그래픽 디자인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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