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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명품차 브랜드가 탐내는 포토그래퍼 백건우
2018년 5월, 한 커뮤니티에 ‘차를 찍고 싶은데 찍을 피사체가 부족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자동차를 찍어주겠다는 얘기였다. 사람들이 놀란 건 사진이었다. 함께 올린 자동차 사진의 퀄리티는 전문가 수준이었다. 이후 글과 사진을 올린 사람에게 연락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그 주인공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백건우다. 이제 사진가라는 호칭으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은 그는 오직 자동차 사진에만 올인하는 중이다. 프랑스 작가 아나톨 프랑스는 “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상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고 그 길을 차근차근 스스로 찾아나가는 백건우의 모습은 상상보다 실행이 더 중요함을 본능적으로 아는 듯 보인다. 일찌감치 사진과 자동차, 두 가지 언어로 세상을 보기 시작한 그의 꿈은 ‘서명이 없어도 내 사진임을 알도록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2001년생.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자동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모형 차 사진을 찍었다. 지속적으로 사진을 찍어오다가 2018년 한 커뮤니티에 ‘차를 찍어주겠다’며 올린 글과 사진이 주목을 받았다. 이후 현대, 기아를 비롯 B MW, 폭스바겐, 랜드로버 등 국내외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고 있으며 캐논은 그에게 카메라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 입학했으며 지난 1월에는 운전면허를 땄다. cuttergun


최근에 작업한 아우디 A6 촬영 컷. 차를 둘러싼 길과 벽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아우디 M3 촬영 컷. 자동차를 전면에 드러내는 방식이 아닌, 공간의 무드와 자동차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를 살렸다.
사진을 찍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다. 특히 차 안에 있으면 나만의 공간에 있다는 느낌이 들어 너무 편했다.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엔지니어나 디자이너처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보다는 표현하는 데에 더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용돈을 조금씩 모아 수십만 원에 달하는 모형 차를 사서 핸드폰으로 찍었다. 모형 차는 내 마음대로 세팅할 수 있으니 훨씬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했다. 모형 차 동호회에도 가입해 출사도 많이 나가고 장소 답사도 다녔다. 도산대로 인근이 우리에게는 성지였다. 좋은 차가 많이 다니니까.(웃음) 그러다 고 1때 부모님 친구분께 니콘 D40을 선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점점 실제 자동차를 찍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지인들의 차를 찍어주기도 했는데 그걸로는 성에 안 찼다. 그래서 자동차 커뮤니티에 ‘차를 찍고 싶다’고 올렸다. 사실 반응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콘셉트 기획부터 장소 섭외, 후보정까지 모두 혼자 진행한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찍어야 할 차 안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주변에서 가만히 대상을 관찰한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차의 콘셉트나 캐릭터가 있지만 나만의 해석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공간의 이미지를 그려놓고 비슷한 장소를 찾기도 한다. 특히 빛을 중요한 요소로 사용하다 보니 이태원이나 삼청동 골목길 등에서 시간에 따라 변하는 빛의 방향을 염두에 두고 계속 찍어보기도 한다. 그래서 보통 클라이언트에게 일주일 정도 작업 시간을 달라고 한다. 그 정도 시간이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정을 하면서 콘셉트를 바꾸기도 한다. 후보정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포토샵 튜토리얼을 보면서 스스로 익혔다. 차는 워낙 크고 반사도 심해서 찍기 어려운데, 후보정을 통해 면을 정리하거나 빛을 조정하면서 다듬어가는 과정 또한 재미있다.

자동차 사진의 매력은 무엇인가?
자동차는 내가 찍을 수 있는 가장 큰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찍어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에 따른 조정이 필요하다. 촬영 장소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사진가의 역량이 중요하고, 그래서 더 도전 정신이 생긴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을 혼자 할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게 잘 맞는 것 같다.

혼자 작업한다 해도 브랜드와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촬영 시 장소 섭외 등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 은은한 톤앤매너로 연출하는 편이다. 보는 입장에서 눈도 편하고 그 과정에서 자동차도 전체적인 콘셉트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브랜드 측에서는 센 이미지를 좋아하는 경우가 있다. 로고나 차가 더 크고 직접적으로 드러나길 원하는 것이다. 특히 결정권이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더 그런 것 같다.(웃음) 그런 경우에는 의견을 적절히 수렴하는 편이다. 일하면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라면 가끔 행사장에서 몇몇 기자들에게 “공부 안 해요?”라는 이야기를 듣거나 시승장에서 영업담당자에게 “네가 뭔데 차를 타려고 해?”라는 얘기를 들을 때다. 내가 담당 사진가인 줄 몰랐던 거다. 하지만 이런 일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촬영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차마다 캐릭터가 있다. 전체적인 실루엣, 도색 등으로 그 특성을 파악하고 빛이 비쳤을 때 어떻게 굴곡이 꺾여 나가는지도 살핀다. 특히 컬러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실버 컬러를 선호한다. 도색하기 전의 모델이 보통 실버 컬러인데, 그래서인지 실버 컬러는 날것의 느낌이 있고 본래 차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또 주의 깊게 보는 부분은 휠이다. 휠에 따라 차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차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거나 ‘이 차를 탄 내 모습은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사진을 찍고 싶다. 대상을 통해 보는 이의 감정을 자극하는 이미지가 좋다.






BMW M4와 기아 스팅어. 차 전면이나 옆면을 존재감 있게 부각시키기보다는 차의 인상적인 부분을 강조해 촬영하기도 한다. 길가나 차고, 건물 앞 등 자동차가 머무르는 공간에 집중한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차가 있다면?
레인지로버나 롤스로이스 같은 큰 차를 선호한다. 실내가 예쁘고 넓은 차를 좋아해서 인테리어의 소재나 컬러도 많이 보는 편이다.

좋은 자동차 사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차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거나 ‘이 차를 탄 내 모습은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사진이다. 단순히 철 덩어리나 교통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보는 이의 감정을 자극하는 이미지가 좋다.

자신이 주목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자동차 사진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은 사실 좀 보수적인 편이다. 사진 구도나 느낌도 대부분 비슷하다. 나는 차는 물론 주변 공간의 이미지도 무척 신경 쓰는 편이다. 특히 생생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차의 일부 모습만 담기도 하고, 시내를 달리다가 갑자기 세워서 비상등을 켜고 찍기도 한다. 그런 점을 브랜드에서 눈여겨보는 것 같다. 하지만 주목받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웃음) 솔직히 어제까지 찍은 사진 중 100% 마음에 드는 결과물은 없었다. 앞으로 더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

앞으로 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찌감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 않나. 지금은 관심이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방법을 찾기가 훨씬 쉬워진 시대인 것 같다.
맞다. 하지만 오히려 좋아하는 걸 찾기는 더욱 쉽지 않은 것 같다. 굳이 재미있는 걸 찾지 않아도 무엇이든 쉽게 접할 수 있고, 더 많은 정보 때문에 찾지 못하기도 한다. 주변 친구들을 보아도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직 찾을 시간이 많긴 하지만.

일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나? 이제 신입생이라 기분도 남다를 것 같은데.
일과 일상의 구분은 특별히 없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은 대부분 음악을 듣다가 일하고, 운전하다가 노트북으로 일하기도 한다. 지금은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 입학식이 연기되어 OT도 못한 채로 사이버 수업을 듣고 있다.

2018년부터 1년 반 정도의 기간 동안 100대가 넘는 차를 찍었다. 앞으로 계속 자동차 사진을 찍을 생각인가?
물론. 차는 계속 나오고 아직 안 찍어본 차가 더 많다. 다른 분야의 사진도 찍어보고 싶은데 개인적으로 제품 사진에 관심이 많다. 특히 브랜드 이솝 제품을 좋아해서 이솝의 공간이나 제품을 촬영해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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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인물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