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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알티비피 얼라이언스 김철우 대표 영도, 앞으로의 10년
부산 영도는 국내 최초의 근대 조선소가 들어선 곳이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조선업이 타격을 입으며 험난한 시간을 보냈다. 쇠퇴해가던 지역이 새로운 활로를 찾은 건 2015년 도시 재생 스타트업 ‘알티비피 얼라이언스(RTBP ALLIANCE)’가 등장하면서부터다. RTBP는 ‘돌아와요 부산항에(Return to Busan Port)’의 준말. 김철우 알티비피 얼라이언스 대표는 영도를 떠났던 이들이 다시 돌아올 만큼 매력적인 부산을 꿈꾸며 긴 항해의 닻을 올렸다. 소규모 스타트업이었던 알티비피 얼라이언스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던 까닭은 현장에 뿌리를 둔 고민에 있었다. 김철우 대표는 영도에서 낡고 오래된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일, 쓸모없다고 버려지는 것에 새 숨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다. rtbpalliance.com rtbp.alliance





끄티
예술 창작자들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 영도의 빈 창고를 매입해 다양한 공연과 전시, 실험을 펼치고 있다.




3.3 보트학교
‘우리 집 카누 한 척 만들어 타기’라는 주제로 끄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카누를 직접 만들어 한국해양대학교 요트장에서 체험했다








끄티 프로그램
2018년부터 ‘카바레 시월’ 등 예술가, 뮤지션을 초청한 다양한 실험적 행사를 열고 있다.

원래 영화를 전공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문화 기획자가 됐나?
대학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몇 편의 독립 영화와 상업 영화 제작에 참여했는데, 당시 영화 산업 시스템 전반에 회의를 느끼고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왔다. 2004년 선박 장비 디자인 회사를 설립하고 10여 년간 선박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변해가는 영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도시 재생 스타트업인 알티비피 얼라이언스 창업에 이르렀다.

플랫폼135, 끄티, 비탈 등 여러 공간을 만들고 인상적인 활동을 이어가며 주목받고 있다.
처음 만든 공간은 플랫폼135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 영도를 이끌던 조선업이 타격을 입었다.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장기간이 소요될뿐더러, 시일이 흐를수록 상황은 더 악화될 것 같아 주변의 디자인, 기계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을 시작했다. 각자의 기술로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조선 기자재 공장을 개조한 메이커 스페이스 플랫폼135가 탄생한 배경이다.

플랫폼135에 이어 대안 문화 공간 ‘끄티’와 마을 리빙 랩 ‘비탈’을 차례로 열었다.
끄티와 비탈에서는 환경, 역사, 이야기 등 영도 곳곳에서 수집한 콘텐츠를 활용해 전시, 공연, 파티, 워크숍을 진행한다. 플랫폼135가 기술 창작자의 공간이라면, 끄티는 예술 창작자의 공간이다. 1~2년 비어 있던 창고를 크게 손대지 않고 콘텐츠로만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예술가들이 기존의 정형화된 예술 공간이 수용할 수 없었던 실험적 아이디어를 펼치고, 기획자들 역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길 바랐다. 비탈은 예술가들과 기획자들의 활동이 이곳에서 지속될 수 있으려면 잠시라도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착안한 프로젝트다. 비탈이 자리한 영도 봉산마을은 400여 호의 주택이 있는데 100호가량이 빈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구는 적고, 주민의 30% 이상이 일하지 않는 고령층에, 지형은 경사지라 주거지로서 여건도 열악하지만, 특정 목적을 가진 사람에게는 메리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봉산마을 도시 재생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 프로젝트에서 빈집을 활용하는 기획에 민간 총괄 디렉터이자 기획자로 참여했다.

끄티는 영도에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이곳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끄티를 운영하는 데에는 10여 년 동안 알고 지내던 예술가들이 큰 힘이 되었다. 이 독특한 유휴 공간을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이곳에 모인 이들은 무엇을 경험하고자 하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실험 무대이자 기회였다. 그렇게 서른 번이 넘는 공연과 전시가 채워졌는데 불빛 하나 없던 이곳에 사람들이 모여 생명을 불어넣는 순간이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관객을 모으기 힘든 관계로 다른 방식으로 콘텐츠를 담아내려고 고민 중이다. 최근에는 스포츠 의류 브랜드 잔카의 광고 촬영이 기억에 남는다. 끄티가 가진 인더스트리얼한 무드와 레저 의류 광고라는 상이한 콘텐츠의 조합이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시켰는데 끄티라는 공간의 가능성과 확장성이 무한하다고 느꼈다.

이들 프로젝트에 담으려 했던 공통의 가치가 있는가?
지역 커뮤니티 내 주민이 중심이 될 것, 그리고 취향 중심일 것.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담으려고 노력한다. 즉 주민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찾기 위해 다양한 주체와 협업을 시도한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영도구청 봉산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의뢰로 마을 협의체와 함께 봉산마을 골목 정원 축제 ‘모여라 꽃봉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참가자들의 연령대나 관심사가 다를지라도 ‘마을 축제’를 콘셉트로 삼아 공통의 관심사를 유도하면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고령층 주민을 위한 플리마켓, 장터, 골목 정원 등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편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빈집 토크 영화제, 재즈와 뮤지컬 공연 등을 마련해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축제가 되도록 했다.




봉산마을 꽃봉산영화제
2019년 봉산마을 골목 정원 축제 ‘모여라 꽃봉산’의 일환으로 부산 북항이 내려다보이는 비탈길에서 야외 영회제를 개최했다.






비탈
주거를 키워드로 한 실험 공간. 1층은 공유 주방 ‘스쳐’(사진 아래), 2층은 커뮤니티 라운지 ‘올라서당’(사진 오른쪽), 3층은 코워킹 스페이스, 4층은 아티스트 레지던시 ‘머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한국디자인진흥원의 디자인 주도 기업 혁신 역량 강화 사업에 선정되고 연이어 총 46억 원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직면했던 어려움이 있었다면?
우리 같은 로컬 브랜드 크리에이터들이 가진 투자 유치상의 어려움은 일반 스타트업이 가진 문제와 조금 다르다. 지역과 거점 공간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등 주로 비물질적 요소를 자원 삼아 콘텐츠를 엮어나가기 때문이다. 사업 범위도 넓고, 성과를 수치로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때문에 일반 투자자의 경우 결과를 기다리지 못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일도 많다. 그런 면에서 투자자를 설득해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지역이 가진 자산을 다음 단계로 어떻게 성장시킬지, 그리고 그 과정 가운데 사업은 지역과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에 관한 공감대를 이루는 데에 힘을 쏟았다.

지금까지 민관 협력 사업을 진행하면서 스스로 세운 원칙이 있다면?
일반 회사가 그렇듯 알티비피 얼라이언스도 지켜나가고자 하는 방향과 가치가 있는데 그 기준이나 이를 만들어가는 방식 면에서 생각이 다른 기관이나 회사라면 협업을 고사하는 편이다. 만약 뜻이 맞아 협업하게 될 경우는 가능하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방향을 함께 만들어간다.

도시 재생에 있어 앞으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우리가 제안하는 솔루션은 특정한 문제에 대한 해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실험 과정에 관한 이해 없이 결과물에만 집중하거나, 그것을 천편일률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모습을 볼 때 아쉬움이 생긴다. 문제 진단과 가설 검증의 시간을 공식적인 사업 절차에서 분리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지난 10여 년 동안 기반을 만들어가는 시도를 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실험에서 실패한 것들을 바탕으로 방향을 재설정하는 것에 매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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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이민정 부산광역시도시재생지원센터 코디네이터 담당 서민경 기자 인물 사진 정승룡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1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