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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오늘은 바다로 퇴근하는 디자이너들 [직방 서비스디자인실] 김현우, 오수정
여느 때와 같은 출근 시간, 30층짜리 사옥 로비가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동료와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아 업무를 시작하는 분주한 분위기. 이 평범한 일상의 특별함이라면 모든 일이 메타버스에서 일어난다는 것. 아바타로 변신한 직방의 임직원들은 ‘소마Soma’로 출근한다. 소마는 2021년 7월부터 직방이 전개하는 글로벌 가상오피스 서비스로, 오프라인 사무실을 그대로 본떴다. 사무실에 있으면서도 사무실에 있지 않아도 되는 묘한 자유는 워케이션이라는 선택지를 열어주었다. 서비스디자인실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을 담당하는 김현우 디자이너와 플랫폼디자인팀에서 직방의 디자인 시스템 ‘ZUIX(Zigbang User Interface eXperience)’를 맡은 오수정 디자이너는 모니터 너머의 풍경을 바꿔보기로 했다. 2022년 초여름 김현우는 제주행 여객선에, 오수정은 발리행 비행기에 각각 몸을 실었다.


직방의 디자인 시스템 ‘ZUIX’ 페이지.


직방 구성원들은 메타버스 오피스 ‘소마’로 출근한다. 프로덕트 디자인팀이 회의하는 모습.

두 사람 모두 팬데믹 시기에 직방에 입사해 줄곧 소마로 출근했다.
오수정 아무래도 동료와 함께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전 직장에서도 재택근무를 했지만 오로지 내 일만 할 뿐 동료가, 다른 팀이 어디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작은 사안이라도 논의하려면 매번 별도의 온라인 미팅을 잡아야 했다. 반면 소마에 접속하면 시각적으로 우리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 일한다는 느낌을 준다. 아바타로 모습만 바뀌었을 뿐 내 시야에 동료가 있고, 그의 얼굴을 볼 수 있고, 마주하면 간단한 대화나 채팅도 가능하다.

워케이션을 계획한 계기는?
김현우 배우자가 한 달간 리프레시 휴가를 갖게 됐다. 이 시기를 특별하게 보내면 좋겠다는 마음에 제주도행을 택했다. 그렇게 우리 부부와 반려 고양이와 함께 6월 1일 새벽 1시 목포항에서 제주행 여객선에 올랐다. 서귀포에서 2주, 애월에서 2주간 머물렀는데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오수정 나는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재택근무 중인 친구와 2주간 발리에 다녀왔다. 밍글링 토크 때 만난 동료의 워케이션 경험담에 호기심이 발동했던 것이다. 발리를 선택한 건 당시 왕복 항공권이 30만 원대로 저렴했고 한국과의 시차도 1시간밖에 나지 않아서다. 티케팅을 하고 나니 공항에 가는 그날까지 일하면서 어찌나 힘이 솟던지.(웃음)






발리에서 일광욕과 로컬 푸드를 즐기는 오수정 디자이너.

원격 근무를 하지만 멀리 떠나 워케이션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것 같은데.
김현우 미팅이나 회의는 소마에서만 이루어지는 터라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당시는 고작 입사 6개월 차였다. 조심스러운 마음에 상사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냈더니 “가능 여부를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소마에서 일하는 이유가 그런 거다. 언제든 떠나고 소식만 공유해달라”라며 쿨하게 답해주었다.

워케이션 장소를 정할 때 특별히 고려한 점은?
오수정 당연히 체크리스트 1순위는 안정적인 와이파이였다. 다음으로 위치, 전망, 수영장이 있는지 등을 고려했다. 내가 하는 일은 디자인 시스템 컴포넌트를 만들고 오류를 찾아 개선하는 개인 작업에 가까워 일할 때 노트북과 헤드셋만 있으면 충분하다. 팀원과의 회상회의가 종종 있었지만 그럴 때는 조용한 곳으로 잠시 이동해 진행했다.

김현우 나는 화상회의가 잦아 아예 카페에서 일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특히 제주도는 어떤 카페든 업무를 보기에는 여러 모로 적합하지 않아 숙소를 고를 때부터 쾌적하고 조용한 곳이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반려묘 동반과 주차가 가능한 현실적인 조건을 우선순위로 챙겨야 했는데, 다행히도 모든 면에서 합리적인 숙소를 찾았다.




김현우 디자이너는 제주도 숙소에 홈 오피스를 마련했다.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하다.
오수정 오전에는 숙소에서 일하고 점심시간을 활용해 시내 카페로 이동했다. 이때 카페는 와이파이가 잘 연결되는 스타벅스나 브랜드 체인점을 이용했다. 노트북을 덮으면 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점찍어둔 우붓, 스미냑, 페니다섬 등 관광지로 출동하는 나날이었다. 그러니 일을 하고 있을 때도 늘 여행 온 기분이었다. 마음껏 놀기 위해서 업무 시간에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했던 건 물론이다.

김현우 일을 마치고 저녁밥을 지어 먹고 동네를 산책하고 가족과 넷플릭스를 보고 이야기 나누는 등 평소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아침에 새소리를 들으며 일어나는 일이 얼마나 상쾌한 것인지 깨달았다. 하늘 풍경에 자주 감탄했고 동네 강아지 짖는 소리에 “그럴 수도 있지”라며 미소 짓는 내 모습을 발견했던 것이 이번 워케이션의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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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윤솔희 객원 기자 담당 서민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2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