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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발행인은 디자이너 500가지 측면에서 적당한 책, 헤적프레스
출판계에는 더 많은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출판사는 아름다운 아트북을 만드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읽기 경험에도 무한한 확장을 불러오고 있다. 지금 소개하는 출판사가 바로 그렇다.


1 〈모든 그린이 사라졌다〉 2 〈모든 것과 아무것도〉 3 〈헛수고〉4 〈자소상/트랙터〉 5 〈기억은 뒷면과 앞면을 가지고 있다〉 6 〈열쇠들〉 7 〈주소록 (09-19)〉

2009년의 서울은 스토리지북앤필름 같은 1세대 독립 출판 서점이 생겨나며 새로운 출판의 주체와 활동이 감지되었다. 이제는 독립 서점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유어마인드, 그리고 유어마인드가 주최한 ‘언리미티드 에디션-서울아트북 페어’가 처음 열린 때이기도 하다. ‘어쩌면 나도 출판을 할 수 있겠다’며 호기심이 일기 시작하던 시기, 그래픽 디자이너 박연주는 ‘헤적프레스’라는 이름으로 출판 등록을 했다.

“왜 해적이 아니라 헤적인가?”라고 묻는 질문에 “해적은 너무 해적이라서”라는 아리송한 대답은 오히려 과도하거나 고정된 의미 부여보다 타당해 보인다. 책이란 시간을 뛰어넘어 계속해서 가치 있도록 존재해야 하는 물체 아닌가? 특히 기획부터 편집, 디자인까지 모두 맡아 해내는 헤적프레스 같은 출판사에서 하나의 뚜렷하고 고정된 이미지에 집착해 닻을 내렸다면 계속해서 순항하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헤적프레스가 세상에 내놓은 책은 총 19권. 모두 박연주가 만들었다.

2021년에는 〈자소상/트랙터〉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태환 작가의 두 전시를 한 권에 옮겨놓은 이 책은 서로 다른 두 책이 표 4, 즉 책 뒷면을 공유하며 ‘따로인데 같이’라는 역설을 구현해냈다. 올해 헤적프레스가 발행한 전현선 작가의 작품집 〈모든 것과 아무것도〉에도 재밌는 장치가 있다. 작품을 현재-과거- 현재 순으로 배치하고, 책의 정중앙 페이지를 펼쳤을 때 앞과 뒤를 기준으로 비슷한 시기에 그린 그림끼리 대칭되도록 배열한 것이다. 디자이너 박연주가 한 말로 헤적프레스의 책을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디자인할 때 머릿속에서 3D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매우 구체적으로. 내가 만들려는 책의 크기, 무게, 질감 등을 만들어보고, 재료를 바꿔보거나 책장을 넘겨보기도 한다. 이렇게 머릿속에서 책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하나는 ‘이 책은 적당한가?’라는 물음이다. ‘이 책은 적당한가?’ 500가지 측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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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박슬기 기자 사진 이창화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2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