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코리아디자인어워드 그래픽 분야에서는 크게 책과 전시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위너는 워크룸의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전으로 선정했지만, 의견을 모으기 힘들 만큼 우수한 작품이 많았다. 디자이너 이경민의 ‘제10회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역대 디아스포라영화제 디자인 중 가장 훌륭하다는 평을 받았다. 직조를 모티프로 공식 포스터와 구조물 ‘환대의 광장’ 등에 적용해 영화제가 추구하는 ‘엮어가는’ 가치를 섬세하게 풀어냈다.
책에서도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많았다. 텍스트가 아닌 음표로 읽는 〈악보들〉이나 한국의 시를 4개국 언어로 번역하고 그 각각의 번역본을 4명의 디자이너가 따로 작업한 줄줄 프로젝트 등 출판계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실험을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디자이너 오혜진의 저널 〈L’idiot Utile〉의 경우 이미지와 텍스트 배치, 타이포그래피, 조판 등 어느 하나 모자람 없이 완벽에 가까운 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디자이너가 적극적으로 이미지의 배열과 구성에 관여하며 내러티브의 구성마저 시각적인 완결성에 다다라 이상적인 북 디자인의 선례를 남겼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전
디자인 워크룸(대표 김형진·박활성·이경수), workroom.kr
참여 디자이너 김형진, 유현선
공간 디자인 김민수(포스트 스탠다즈)
사진 김경태
전시 사진 유현선
클라이언트 대한출판문화협회
발표 시기 2022 보고타 국제도서전 4월 19일~5월 2일, 2022 서울국제도서전 6월 1~5일
책을 보게 만드는 건 디자이너다. 세상에 좋은 글은 넘쳐나고 한 인간의 생은 그 모두를 소화하기엔 짧다. 책을 ‘보는’ 행위는 ‘읽기’를 결정하기 전에 선행되고, 어떻게 보면 좋을지를 가장 처음 결정한 북 디자이너의 선택을 따르게 되어 있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동명의 출판사를 운영하는 워크룸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전시를 기획하며 사람의 키를 압도할 만큼 큰 책을 보기를 제안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은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가 공동으로 선정하고, 올해 보고타 국제도서전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소개하고자 했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 보고타 국제도서전에서는 20권을, 이후 6월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10권을 추가해 총 30권의 책이 전시장에 우뚝 섰다. 워크룸은 약 3m 높이의 목제 패널에 사진가 김경태가 촬영한 책 이미지를 입혔다.
글과 이미지의 배치, 서체와 종이의 선택, 제본 및 후가공 방식 등의 디자인 실험이 포착된 이미지는 목제 구조물 전면에서 대형 광고판처럼 연출되었다. 3차원의 책이 2차원의 이미지로 해체되고, 인쇄된 이미지가 다시 3차원의 세계에 책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워드 파일을 이미지와 텍스트로 분리하고, 책이라는 형태를 결정하는 북 디자이너의 행위와도 대응한다. 관람객들은 책 사이를 거닐며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행위, 독서의 단계 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이면서 순간적인 행위를 전시 관람이라는 조금 더 긴 경험으로 확장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큰 책을 디자인했을지도 모를 워크룸의 유현선 디자이너는 “너무 얌전히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책의 실물을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크고 작은 부스들의 각축전이나 다름없는 코엑스의 가장 끝자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크고 명확하고 선명하게 전달했으며 사람들의 관심도 확실하게 끌어냈다.
워크룸은 이미 2014년의 ‘제안들’ 총서로 코리아디자인어워드에서 책으로 그래픽 부문 위너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소비재로서 책의 가치를 당당하게 만든 이들이 8년 후 또 한번 책 프로젝트로 가장 우수한 디자인에 꼽힌 것이다. 2022년의 워크룸은 3명의 디자이너, 2명의 편집자, 1명의 마케터로 여전히 소수 집단이고, 여전히 책을 만들며, 또 여전히 책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경험을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