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과거에 비해 이들을 타깃으로 한 가구 출품작도 확연하게 늘어났다. 이전에는 거실에 4인용 소파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좁은 공간에 걸맞게 미니멀한 오브제 형태로 거주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1인용 가구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재료를 가공하는 방식에서도 본연의 물성을 최대한 살려 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한 타임리스 디자인이 두드러졌다.
라이프스타일 위너를 차지한 아티작의 ‘도큐먼트 케이스’는 홈 오피스 워커를 위해 디자인한 트롤리 가구로, 공간 어디로든 손쉽게 이동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능적이다. 오일로 마감한 화이트 오크 프레임과 서랍에 적용한 스테인리스 소재에서 재료의 정직성과 수공예적 디테일이 느껴진다. 심사위원들은 충실한 기본기가 느껴지는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도큐먼트 케이스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 외 출품작에 대해서는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한 일부 디자인은 다소 아쉽지만 대부분 개념적으로 디자인을 풀어내려고 한 시도가 돋보인다고 평했다. 또 기업의 ESG 경영이 중요한 오늘날, 디자이너들도 대체 소재를 찾는 등 소재를 다양하게 적용하는 실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도큐먼트 케이스
디자인 아티작(대표 여인철), artizac.com
참여 디자이너 여인철
발표 시기 2022년 4월
사진 이기태 기자
장인을 뜻하는 ‘아티잔artisan’과 한자 ‘作(지을 작)’에서 이름을 따온 아티작은 수공예 감각을 살린 가구 브랜드다. 목수 아버지를 둔 덕분에 어려서부터 목공과 친숙했던 아티작 여인철 대표는 원래 건축을 전공했다. 졸업 후 건축 설계 사무소에서 7년간 근무하면서 정해진 평면과 예산에 맞춰 주상 복합 아파트를 설계하는 일에 한계를 느꼈다. 결국 2012년 도곡동에 아티작 스튜디오를 내면서 본격적인 가구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아티작의 가구는 선주문 후제작 방식으로, 보통 완성되기까지 2주에서 한 달가량 걸린다.
아버지에게서 가구 만드는 노하우와 부지런한 목수로서의 자세를 물려받았다고 말하는 그는 스튜디오를 차린 지 1년 만인 2013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에 선정되어 주목받기도 했다. 이후 각종 페어에 꾸준히 참여하고 소셜 미디어에 홍보하면서 아티작을 알렸다. 올해 코리아디자인어워드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위너를 수상한 도큐먼트 케이스는 우연한 계기로 만든 가구다. 2020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참가 당시 부스 내에 브로슈어와 주문서 등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아 바퀴 달린 트롤리 형태로 제작한 것이 초기 모델. 당시 부스를 방문한 사람들의 구입 문의가 빗발치면서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엿봤고, 전시가 끝난 뒤 아티작의 라인업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가구 형태로 지난 4월 정식 출시했다.
“2019년 출시한 애플 맥 프로를 보면 지지대에 끼운 본체가 바닥에서 떠 있는 느낌이다. 여기서 형태에 대한 영감을 받아 도큐먼트 케이스를 디자인했다.” 여인철 대표의 말대로 도큐먼트 케이스는 나무로 만든 구조에 철제 서랍을 끼워 넣은 디자인이 특징이다. 그는 여기저기 이동할 수 있는 트롤리 가구의 특성상 날렵하고 가벼운 느낌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고객의 주문에 따라 짙은 컬러의 월넛 소재로 도큐먼트 케이스를 제작한 적도 있지만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밝은 톤의 화이트 오크가 가구의 콘셉트와 더 잘 맞는다고.
주로 우드 가구를 선보이는 아티작에서 철제 서랍을 결합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인철 대표는 나무로는 불가능한 얇은 두께감을 구현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고 답했다. 철제 서랍 가장자리는 곡면형으로 레이저 커팅을 해 부드러운 느낌을 전달한다. 상단에 달린 손잡이 부위에는 가는 가죽 끈을 여러 번 감아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느껴지지 않도록 한 부분도 사용자를 배려한 지점이다. 바퀴가 달린 캐스터형과 고정형 중 선택이 가능한데 가벼운 무게의 A4 사이즈는 고정형으로, 좀 더 무거운 A3 사이즈는 캐스터형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0월에는 키친 리노와 협업해 도산공원 인근에 쇼룸을 오픈했는데 이곳에서 도큐먼트 케이스를 비롯해 완성도 높은 아티작 가구 라인을 만날 수 있다.
- KDA Industrial Design_LIFESTYLE WINNER 아티작 : 도큐먼트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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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e +바이라인 : 글 서민경 기자 인물 사진 이명수(아프로_이 스튜디오)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2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