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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케이팝토피아의 설계자들 디지페디
케이팝이 우리 눈앞에 완성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수많은 과정을 거친다. 그중에서도 무형의 음악을 독창적인 그래픽의 앨범으로, 남다른 감각의 뮤직비디오로, 팬들이 열광하는 콘서트로 변환하는 데 디자이너의 역활은 필수 불가결하다. 그렇게 디자인은 그 프로세스에 화룡점정이 된다. 화려한 아이돌의 세계 너머에서 매번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는 디자이너를 소개한다.



성원모 디지페디
2008년 디지페디를 설립해 15년 가까이 케이팝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만들고 있다. 제작한 작업물 수는 300편 정도까지 세어보다 포기했다. 설립 초기 성원모와 박상우 2인 체제로 운영했고, 2019년 이후 성원모가 모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현재 케이팝 뮤직비디오 신에서 업력이 오래된 팀인 만큼 디지페디 출신의 감독, PD, 프로덕션 디자이너들이 현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산업 콘텐츠로서의 영상과 예술적 표현 수단으로서의 영상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하며, 케이팝 뮤직비디오의 상업적인 틀 안에서 조금씩 새로운 표현과 창작을 제시하고자 한다. digipedi.film







TXT의 〈별의 낮잠〉 뮤직비디오.
케이팝 관련 프로젝트를 맡게 된 계기는?
2000년대 후반은 음반 산업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동하는 변화를 맞닥뜨리며 상업적으로 가장 바닥을 쳤다. 20대의 나처럼 상대적으로 젊고 저렴한 감독들이 기회를 얻기에는 적기였다. 당시 나는 일러스트레이터를 거쳐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고, 표현의 범주를 점차 늘려가다 보니 뮤직비디오까지 만들게 되었다. 요컨대 2000년대 후반은 뮤직비디오가 ‘영화과 출신이 만드는 규모가 작은 영화’에서 ‘디자인과 출신이 만드는 규모가 큰 영상 디자인’으로 개념이 변화하던 시기였다.

케이팝 디자인만의 매력은?
가장 최신의 문화를 고민하고 시도하는 분야라는 점, 그리고 그 결과를 빠르게 피드백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경쟁이 있는 창작을 좋아하고,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의욕적인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케이팝 산업이 글로벌화하며 산업에 투입되는 비용도 증가했는데, 큰 제작 예산 역시 케이팝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큰 매력이다. 다만 콘텐츠를 들여다봤을 때 케이팝 신에서 활용하는 디자인이나 콘셉트가 다소 유치하거나 반복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는 산업 구조상 케이팝이 전 세계 10대, 20대 팬덤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케이팝 디자인은 전 세계 유스 컬처와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인다는 장점이 있다.

디자이너 관점에서 가장 흥미로운 케이팝 아이돌은?
(여자)아이들의 전소연. 타깃층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기획자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소비자이자 퍼포머이며 창작자인 드문 케이스다. 전소연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늘 궁금하다.



오렌지캬라멜의 〈까탈레나〉 뮤직비디오.
그렇다면 자신의 케이팝 대표 프로젝트는?
1. 에픽하이의 〈Born Hater〉
일러스트레이션과 모션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영상으로 넘어오게 된 나는 프레임의 종횡비가 16:9로 일정하다는 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휴대전화로도 영상을 보는 시대이고, 환경이 달라진 만큼 콘텐츠 형태도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작업물이다. 지금은 세로 프레임으로 영상을 만드는 것이 별로 이상하지 않지만 처음 이 작업물을 만들 때만 해도 세로 프레임을 지원하지 않는 플랫폼이 있을 정도로 신선한 시도였다. 대중적으로 성공했고, 창작자 관점에서도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낸 작업이라고 자평한다.

2. 오렌지캬라멜 시리즈
오렌지캬라멜의 〈립스틱〉, 〈까탈레나〉, 〈나처럼 해봐요〉 연작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는데 케이팝 틀 안에서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재미를 주는 팀이기를 의도했다. 나의 취향이 가장 많이 반영된 뮤직비디오이기도 하다.

3. 이달의 소녀 시리즈
12명 소녀의 개인 뮤직비디오부터 솔로, 유닛, 완전체 곡까지 30여 편의 뮤직비디오와 티저 영상을 만들었다. 나는 시리즈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책임지고 만들어낸다는 것은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100% 보여줄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Butterfly〉 뮤직비디오는 케이팝 뮤직비디오가 아티스트의 홍보 수단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고 본다.

4. TXT 시리즈
〈별의 낮잠〉, 〈매직 아일랜드〉, 〈이터널리〉 3부작 역시 TXT의 데뷔 당시 세계관에 관한 영상 시리즈다. 이 시리즈에서는 곡을 해체하고, 길이를 15분 내외로 확장했다. 이 작업을 케이팝 뮤직비디오라고 볼 수 있는지, 혹은 다른 그 무엇으로 불러야 할지 알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케이팝 뮤직비디오의 진화한 형태와 소비 방식을 실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달의 소녀의 〈Butterfly〉 뮤직비디오.
내 작업만의 특별한 점은?
내가 늘 집중하는 부분은 제작의 완성도와 창작의 참신함, 그 사이의 균형이다. 가장 상업적인 필드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꼭 가져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내놓되 새로운 표현과 방식을 계속해서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이런 맥락에서 케이팝 뮤직비디오의 바운더리를 조금씩 넓히는 것 또한 디지페디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케이팝 팬들의 피드백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노라조 뮤직비디오와 이달의 소녀 뮤직비디오 감독이 같다니!”라는 피드백이 제일 재밌었다. 나에게 뮤직비디오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다. 그보다는 상황에 걸맞은 해답을 만들어내는 퍼즐에 가깝다. 스스로를 아티스트보다는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창작자가 무언가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그의 취향과 생각이 드러난다. 내가 제작한 뮤직비디오에서도 특유의 스타일이 엿보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최대한 이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모든 뮤직비디오가 적확한 목적지로 향하도록 하는 것이 내 일이고 목표다.


TXT의 〈별의 낮잠〉 뮤직비디오.




오렌지캬라멜의 〈까탈레나〉 뮤직비디오.




이달의 소녀의 〈Butterfly〉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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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박종우·서민경·정인호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3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