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기 준닷웍스
준닷웍스jun.works는 뉴욕과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1인 디자인 스튜디오다. 타입 디자인과 레터링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타이포그래피와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작업을 주로 한다. 추상적인 그래픽 언어를 활용해 의미를 함축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관심을 두며 최근에는 나이키, 컨버스, 라이엇게임즈, 레드불 등의 기업과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다양한 유형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jun.works
준닷플레이리스트 웹. ©jun.works
준닷플레이리스트 모바일. ©jun.works
케이팝 디자인만의 매력은?
케이팝은 단순히 음악의 한 장르가 아니다. 시청각 경험을 두루 포괄한 하나의 문화적 장르다. 꼼꼼한 기획과 시각적 결과물이 감상을 더 즐겁고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낀다. 세계관 기획부터 뮤직비디오, 프로덕션까지 아울렀을 때 훨씬 수준 높은 디자인 결과물을 제시할 수 있다.
디자이너 관점에서 가장 흥미로운 케이팝 아이돌은?
아이브, 르세라핌, 뉴진스 등 4세대 아이돌 그룹이 흥미롭다. 그룹마다 확고한 색과 세계관이 있는데 스토리텔링부터 비주얼 콘셉트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잘 준비된 그룹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굿즈나 앨범 같은 물리적인 매체에 적용된 디자인에도 그룹의 색깔이 잘 드러나서 더욱 흥미롭다.
요즘 케이팝 신에서 주목하는 크리에이터는?
최근 뉴진스 뮤직비디오를 제작 및 연출한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 기존 케이팝 뮤직비디오의 전형에서 벗어난 서사 구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숨은 의도를 파악하고자 여러 번 반복해서 보게 되며 의미를 유추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음악에 더 깊게 빠져든다. 과거에는 뮤직비디오에서 아티스트를 아름답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세계관을 전달하는 새로운 매체로 발전하면서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 듯하다. 이런 맥락에서 그의 다음 작업물도 기대된다.
준닷플레이리스트 포스터. ©jun.works
그렇다면 자신의 케이팝 대표 프로젝트는?
자주 듣는 케이팝 음악을 타이포그래피 포스터로 제작하는 준닷플레이리스트jun.playlist. 케이팝은 나에게 매우 일상적인 소재다. 준닷플레이리스트는 디자이너로서의 관심사와 개인적인 관심사를 결합한 프로젝트로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았다. 지속 가능한 작업을 떠올리며 2020년부터 기획을 구체화하고 스케치를 시작했다. 2020년 6월 포스터 20여 장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 1월에는 아카이브 웹사이트로 매체를 확장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작업물을 업로드하고 있다. 현재진행형 프로젝트다.
내 작업만의 특별한 점은?
심플한 디자인부터 복잡하고 과감한 디자인까지, 표현 방식이 다양하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준닷플레이리스트는 흑백이라는 제한된 컬러를 사용하지만 노래 각각의 특성이 잘 드러나고 실험적인 타입 디자인을 보여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노래를 모르더라도 타이포그래피 자체만으로 충분히 작업을 즐길 수 있다.
케이팝 팬들의 피드백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해외에 있는 한 크러쉬 팬이 준닷플레이리스트의 포스터 디자인 덕분에 음악이 더 와닿는다는 얘기를 했는데 프로젝트를 지속할 힘을 얻었다. 케이팝 장르가 낯설 수 있는 외국인으로부터 나의 작업으로 인해 음악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는 반응을 얻을 때면 시각적인 소통을 이뤘다는 만족감을 느낀다. 또 많은 작업을 공유해준 것에 대한 감사와 지속적으로 보고 싶은 마음에 소정의 금액을 기부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기에 정중히 사양했지만 이러한 관심에 크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 케이팝토피아의 설계자들 준닷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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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이 우리 눈앞에 완성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수많은 과정을 거친다. 그중에서도 무형의 음악을 독창적인 그래픽의 앨범으로, 남다른 감각의 뮤직비디오로, 팬들이 열광하는 콘서트로 변환하는 데 디자이너의 역활은 필수 불가결하다. 그렇게 디자인은 그 프로세스에 화룡점정이 된다. 화려한 아이돌의 세계 너머에서 매번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는 디자이너를 소개한다.Share +바이라인 : 글 박종우·서민경·정인호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3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