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pmj 서울과 뉴욕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건축 설계 사무소. 이승택은 고려대학교와 하버드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엔아키텍츠N Architects와 르번베츠Levenbetts, 스위스 바젤의 헤르조그 & 드뫼롱Herzog & de Meuron 등에서 일했다. 임미정은 연세대학교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 하버드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뉴욕의 앤드루 버먼 아키텍츠Andrew Berman Architect에서 일했다. 2016년 뉴욕 건축사협회 신진건축가상,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젊은건축가상, 아키텍처럴 레코드 디자인 뱅가드 등을 수상했다. www.stpmj.com 임미정(왼쪽)과 이승택.
stpmj에게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이)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가치 상승을 위한 행위 (임) 재미.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이) 벤틀리. 진실성을 가진(Integrity) 디자인의 정수와 경쟁 기업을 엿먹이는 자신감. (임) 바삼펠로우스BassamFellows. 절제된 기하와 재료의 사용이 돋보이는 가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이 일해보고 싶은 디자이너가 있다면?
(이) 마이클 비에루트Michael Bierut.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로,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의 니즈를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충족시키는 것 같다. (임) 마르가레테 슈테리호츠키Margarete Schutte-Lihotzky. 건축가의 눈으로 기능과 활동에 충실한 디자인을 통해 주방을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조했다.
최근 들어 당신을 가장 거슬리게 하는 것은?
(이) 늦가을 혹은 초겨울 모기 (임) 남용되고 있는 비닐봉지, 포장재.
2019년 stpmj가 주목하는 것은?
(이) 부동산 경제 흐름 (임) 균형 잡기.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할까?’ 처음 이름을 접하고 당혹감이 들었다. 보통은 알파벳 두세 개로 건축가의 이니셜을 드러내거나 특정 의미의 단어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들은 도통 의미가 연상되지 않는 알파벳을 늘어놓고 있었다. 이 알파벳 순서를 뒤바꾸거나 얼버무리지 않고 그 이름을 온전히 불러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st(승택) p(플러스) mj(미정)을 쭉 붙여 쓴 것이죠. 보통 발음하기 좋고 기억하기 쉽게 이름을 짓지만 우리는 쉽게 읽히는 게 오히려 싫었어요. 그래서 자음으로만 이뤄진 불친절한 이름을 만들었죠.” 이름에서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문법과 작법을 뒤틀고 있는 그들의 태도는 건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데뷔작인 시어 하우스Shear House를 보자. 박공지붕이 미끄러지듯 몸체와 살짝 틀어지면서 새로운 형태와 공간을 만들어낸다. 목재로 마감한 이 지붕과 몸체는 둘인 듯 하나가 되는 묘한 미학적 구도를 만든다. 또한 조적집The Masonry은 보통 날씬하고 길게 설계하는 박공집 유형을 납작하게 눌러 펑퍼짐한 얼굴로 일순간 인상을 바꿔놓았다. 그런데 이 비틀기가 비단 형태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stpmj는 건축에 대한 통념과 유형, 그리고 분위기까지 비틀려 한다. “저희 작업의 키워드는 ‘도발적 리얼리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자극과 도발을 시도하지만 그렇다고 현실 문제를 외면하지는 않죠. 양극단을 고민하면서도 좌우를 살피며 합의점을 찾는 거예요.” 사실 말이 쉽지, 이런 접근은 너무 많이 비틀면 장난이 되고 덜 비틀면 새로운 시도를 읽어내기가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방식과 숙련된 감각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stpmj는 이를 위해 양손에 각각 형태와 재료라는 주제를 들고 감각적으로 이 둘의 균형과 무게감을 저울질한다. 그래서 프로젝트에 따라 형태가 단순해지면 반대로 재료의 재미가 두드러진다. 시어 하우스는 목재, 조적집은 시멘트 블록, 스트라툼 하우스Stratum House는 콘크리트를 이용해 도발을 실험했다. 특히 스트라툼 하우스는 ‘저 정도까지 저지르다니 건축가와 건축주 모두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프로젝트다. “지금 다양한 재료를 실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건축주의 요구와 예산을 합리적으로 수용하면서 우리의 색을 드러내려는 두 가지 차원이에요. 문화적으로는 한국 건축에서 재료의 감성이 없다는 것이 또 다른 중요한 이유죠.” 건축가를 바라보는 이와 같은 프레임은 구체적이고 흥미롭지만 다른 한편으로 분명한 한계가 있다. 과연 그들의 건축을 재료라는 차원으로 한정 짓고 바라보는 것이 맞을까? “stpmj에게 재료라는 명제가 붙은 건 2016년 젊은건축가상을 준비하면서예요. 당시 프로젝트를 설명하면서 재료를 주제로 내세웠는데, 이 프레임이 이후에도 꼬리표처럼 stpmj를 계속 따라다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재료라는 틀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그들의 새로운 모색을 오로지 재료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그들을 너무 협소하게 바라보는 시각임이 분명하다. 현재 성수동 인쇄소와 공장들 사이에 사무실을 둔 그들은 2019년 봄 새로운 환경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건축적 실험을 위해 공간 환경을 새롭게 갖추고 좀 더 지속적이고 건강하게 도발을 기획하고 실행할 것 같다. 서두에 stpmj의 이니셜 버전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름에 숨겨진 또 다른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고 했다. 이론적(speculative)이고 독창적(trailblazing)이며, 유희적(playful)이고 물질적(materialized)이며 합리적(judicious)인 그들. stpmj의 이유 있는 도발을 계속 응원한다.
조적집The Masonry
조적집은 동서로 각각 출입구가 있는 두 가구 주택이다. 보통 박공지붕의 단면은 집의 측면을 이루는데, 조적집에서는 납작하게 눌러 정면으로 사용했다.©Song Yousub
시어 하우스Shear House
경북 예천에 있는 1층짜리 단독주택으로, 몸체로부터 지붕을 감각적으로 살짝 틀었다. 그 결과 앞쪽으로는 처마 공간이, 뒤쪽으로 테라스가 생겼다. ©Song Yousub
오층집Five-Story House
서울 도심의 좁은 땅에 지은 5층 짜리 단독주택으로, 세 자녀를 둔 5인 가족의 집이다.얼핏 다세대주택처럼 보이지만 밀도 있는 구성으로 한 가족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Bae Jihun
녹아 내리다Dissolving Arch
2017년 여름 제주 오설록 티 뮤지엄 전시 프로젝트. 소금 벽돌을 사용해 구조를 만들 었다. 나중에는 결국 소금 벽돌이 모두 녹아 사라지고 모르타르만 남게 되었다. ©stpmj
스트라툼 하우스 Stratum House
세 가구가 함께 모여 사는 이 집은 꼭 땅을 팠을 때 나오는 지층처럼 서로 다른 콘크리트의 결을 만들어 층층이 쌓았다.©Song Yousub
인비저블 반Invisible Barn
아이디어 설계 공모 출품작으로, 2015년 UC 버클리 대학교와 협력해 미국 캘리포니아 트러키의 숲속에 구현했다. 미러 시트를 사용해 건물의 형체를 최대한 감춘 것이 특징이다. ©stpmj
차일 르네상스 Chail Renaissance
2017 아름지기 기획전 <해를 가리다> 참여작. 한국 전통 건축에서 해를 가리는 방법 중 하나였던 차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낸 작품이다. ©Song Yousub
■ 관련 기사
- 2019 월간 <디자인>이 주목한 디자이너 13팀
- CFC
- tpmj
- 김봉찬 Bongchan Kim
- 라보토리 Labotory
- 레지나표 Rejina Pyo
- 오늘의풍경 Scenery of Today
- 이도진 Dozin Lee
- 조인혁 Inhyuk Jo
- 최경국 Gyeongguk Grey Choe
- 카우카우 Cow Cow
- 팩토리 콜렉티브 Factory Collective
- 페시 PESI
- 프롬헨스 Fromhence
- 규칙과 공식을 새로 쓰는 건축 듀오 stpmj
-
Share +바이라인 : 글 박성진(사이트 앤 페이지 디렉터), 편집 오상희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