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풍경 충청도 ‘평민’ 집안 사람으로 가족 중 유일하게 전라도에서 태어났다. 호주 시드니에서 시각디자인과 국제학을 공부했고 귀국 후 짧은 디자인 전문 회사 생활을 거쳐 2014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독립했다. 2015년 1월 오늘의풍경이라는 사업자명을 내고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와 개인 프로젝트를 병행한다. 서울 성북동과 을지로를 오가며 독립 생활을 하고 있으며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sceneryoftoday.kr
오늘의풍경에게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오늘의풍경을 운영하는 신인아가 업으로 삼은 분야.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밀레Miele. 110년 된 이 독일 가전 브랜드의 세탁기를 장만하며 돈 쓰는 맛을 알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이 일해보고 싶은 디자이너가 있다면?
이도(농담), 신사임당(역시 농담).
최근 들어 당신을 가장 거슬리게 하는 것은?
자꾸 여드름이 난다. 엄청 크게!
2019년 당신이 주목하는 것은?
나의 재물 운! 복삼재라는데 정말 괜찮을지?
페미니즘은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주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 여성주의는 서점가를 휩쓸었고 정치적 의제가 됐다. 디자인계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지난해 3월 8일 여성의 날에 맞춰 배포한 포스터 ‘페미니즘 만세 만세 만만세’는 혜화역 시위 등에 피켓으로 사용하며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이토록 강렬한 인상을 남긴 포스터를 디자인한 오늘의풍경은 그래픽 디자이너 신인아가 운영하는 1인 스튜디오다. 지방에서 태어나 11년간 유학 생활을 한 그는 귀국 후 어린 시절 그토록 꿈꾸던 서울에 ‘입성’했다. 하지만 막상 경험한 고국은 생각과 달리 낯설고 생경했다. “서울 생활이 길어지고 익숙해지면 지금 내가 느끼는 시선과 감정이 무뎌질 거라 생각했어요. 그 전에 지금 나의 생각과 느낌을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오늘의풍경’이란 이름의 탄생 배경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개개인이 주목한 작은 사건을 모은 출판물 <파일드-타임라인 어드벤처>, 을지로4가 앞 작은 표지판을 매개로 서울의 풍경을 기록한 책 <모텔꿈의궁전>, 지방의 독특한 교회 건축물을 소개하는 <주님이 하셨습니다> 등 실제 그의 프로젝트에서는 이런 색깔이 짙게 묻어난다. 그의 기록은 비단 디자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출판 기획을 하고, 모임을 만들고, 글을 쓰고, 말을 한다. 서울에 와 처음으로 자체 기획한 프로젝트 ‘현실탐구단’ 역시 디자인 모임이 아닌 글쓰기 모임이었다. 그 때문일까, 신인아의 프로젝트에는 주목해야 할 사회적 이슈가 어른거린다.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던 교수님의 영향이 커요. 제가 교수님 말씀을 꽤나 잘 듣나 봐요.(웃음)” 수줍게 손사래를 쳤지만 그의 행보에는 이런 의식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할 때도 사회적 기업에 가장 먼저 메일을 보내 자신을 알렸다. 최근에는 한국여성민우회에서 발간하는 <성평등조직문화 워크북>을 디자인했고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의 웹사이트도 제작 중이다. 오늘의풍경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온전히 동의하고 지지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인아는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을 예민하게 찾아내고 끌리는 문제에 서슴없이 다가가며 이야기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눈디자인의 김소미 팀장, 봄알람의 디자이너 우유니게 등과 함께 활동 중인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Feminist Designer Social Club(이하 FDSC)도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얼핏 체제 전복을 도모하는 강성 페미니스트들의 모임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현실적인 동기가 더 강하다. “FDSC는 여성 디자이너가 일을 더 오래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모임이에요. 거창하지 않아요. 함께 인쇄 기술을 익히거나 견적서 쓰는 방법 등 팁을 공유하죠.” 2018년 7월 첫 설명회를 연 FDSC가 반년 만에 80명의 회원을 둔 어엿한 모임으로 성장했다고 하니 그간 여성 디자이너들이 느꼈던 갈증을 제대로 포착했다고 할 수 있겠다.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은 결국 내가, 그리고 우리가 좀 더 잘 살기 위한 것이죠.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내가 더 오래 일하기 위한 행동이고요.” 신인아는 자신을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이 모든 활동의 근간이 거창한 이념의 추종이 아닌, 자신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한 결과라는 점이 오히려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저서 <길 위의 인생>에서 ‘혁명은 집처럼 제일 밑에서부터 지어지기에 일상에서 보고 싶은 변화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라고 말했다. 신인아가 꿈꾸는 것도 결국 이러한 일상의 변화가 아닐까? ‘아시안-한국디자이너-할머니’가 꿈이라는 그가 그릴 2019년의 풍경이 기대되는 이유다.
<히든워커스> 전시 아이덴티티
<히든워커스>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된 여성의 노동을 이야기하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 전시다. 고무장갑, 장바구니, 세제 통, 육아용품 등 여성의 노동과 연관된 일상의 소품을 모노톤으로 촬영해 포스터에 사용했다. ‘히든’이라는 타이틀에 주목해 연계 인쇄물 곳곳에 다양한 방식으로 비가시적 효과를 넣었다. 예를 들어 초대장에는 형압을 이용해 전시 제목을 보여주고, 리플릿에서는 사진 면을 접어 펼쳐야만 보이도록 했으며, 도록에서는 아스테지에 제목을 인쇄하는 식이다.
동명의 행사에 관한 기록집으로 동시대 여성 작가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담았다. 평소 잘 드러나지 않는 그들의 이름과 발언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를 내지에 큼지막하게 배치했다. 페미니스트 서체 디자이너 샬럿 로데Charlotte Rohde 가 개발 중인 세리프베이브Serifbabe를 영문 서체로 사용했는데 길고 날카롭게 뻗어나가는 세리프가 여성의 전형적인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님이 하셨습니다>
지방의 독특한 교회 건축물을 소개하는 ‘진Zine’ 시리즈. 지금까지 리조트 안에 위치한 교회, 비둘기를 닮은 교회, 한옥에 영국식 건축양식을 더한 교회를 소개했다. 앞으로 달걀 모양, 전복 모양, 황토 집 모양 교회를 소개하고 싶다고. 표지는 성경책 표지처럼 한쪽 면은 인조가죽으로, 다른 면은 종이로 되어 있다. 그 위에 금박으로 들어간 선은 호를 거듭할수록
늘어난다.
모텔꿈의 궁전
서울의 한 공사장 가림막과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을 촬영한 임효진 작가의 스냅사진 연작. ‘모텔꿈의 궁전’은 가림막 너머에 있는 모텔 상호다. 작가가 포착한 서울의 풍경은 낯익으면서 동시에 낯설다. 각기 다른 형태와 서체의 간판을 반영한 내지, 은은하게 빛나던 공사장 가림막을 닮은 홀로그램 코팅 등은 책의 메시지와 닮았다.
<모티프 2호>
‘비주얼 문예지’라는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기존 문예지와는 다르게 시끄럽고 와일드하며 정제되지 않은 모습을 비주얼 콘셉트로 잡았다.
페미니즘 만세 만세 만만세 포스터
인덱스에서 열린 전시 에 참여하기 위해 만든 포스터. 의도적으로 페미니스트가 가장 굴복시키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아저씨’를 찾아가 캘리그래피를 주문했다. 여성의 날 배포해 혜화역 시위 등 다양한 곳에서 피켓으로 활용했다. 이를 두고 신인아 대표는 ‘제작할 당시의 의도보다 몇 배 더 의미 있게 쓰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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